(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주요 20개국(G20) 포괄적 이행체계(IF)는 8일(현지시간) 제13차 총회를 화상으로 개최, 디지털세 필라 1(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과 필라 2(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최종 합의문 및 시행계획을 논의하고 140개국 중 136개국의 지지를 얻어 공개했다.
일명 '구글세'라고도 불리는 디지털세(필라 1)는 글로벌 대기업들이 서비스를 공급하고 수익을 창출하는 해외 시장 소재국에 내야 하는 세금인데, 이번 최종합의문이 앞으로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이 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해외 진출 기업의 경우 향후 해외에서 세금 부담이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으로 세수는 늘고 해외에 나간 국내 기업보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기업이 납부하는 디지털세가 더 많을 것으로 예상했다.
OECD 등의 합의문에 따르면 연간 기준 연결매출액이 200억 유로(27조원), 이익률이 10% 이상인 대기업 매출에 대한 과세권을 시장 소재국이 갖게 된다. 해당 기업은 글로벌 이익 중 통상이익률(10%)을 넘는 초과이익의 25%에 대한 세금을 각 시장 소재국에 나눠 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삼성전자가 디지털세 납부 기업 1호가 될 전망이고 SK하이닉스도 납부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연 매출은 기준에 근접하지만, 최근 경기 부진으로 이익률 기준에 미달하면서 당장은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있다. 국내 자동차·중공업 부문에도 다국적 기업이 있으나 대상 여부는 불확실하다.
2030년부터는 디지털세의 매출액 기준이 현재의 200억 유로(27조원)에서 100억 유로(14조원)로 낮아지며 적용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 정부는 이에 따라 디지털세 납부 대상 국내 기업이 3∼5개 정도로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디지털세 도입이 국내 기업 경쟁력에 미칠 영향은 일단 제한적이라는 입장이다. 필라 1(매출발생국 과세권 배분)의 경우 기업 매출에 대한 과세권을 각국이 나눠 갖는다는 취지인 만큼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세금을 내되, 세금을 내는 곳만 달라진다고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중복 과세가 발생하지 않도록 별도 소득공제·세액공제 등 장치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새로운 형태의 세금을 신고, 납부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납세협력비용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 국내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가운데 세율이 낮은 외국에 법인을 둔 기업의 경우에는 필라 2(글로벌 최저한세율) 도입 이후 종전보다 세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필라 2가 시행되면 기업이 세계 어느 나라에서 사업을 하더라도 최저한세율인 15% 이상의 세금을 반드시 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국내 기업이 세금 부담을 피하고자 실효세율이 10%인 나라에 자회사를 뒀다면, 이 기업은 앞으로 최저한세율에 미달하는 5%만큼의 세금을 본사(최종 모회사)가 있는 우리나라에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다만 제조업에 대한 최저한세 적용 부담이 완화됐고 우리나라 주력 산업 중 하나인 국제 해운업의 경우 아예 필라 2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점은 유리한 측면이 있다.
2023년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국내에서 세금을 내게 돼 국세 수입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반대로 해외에서 수익을 내는 우리나라 기업도 외국에서 디지털세를 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디지털세 도입 후 우리 기업이 추가로 부담하는 세금보다 다국적 기업이 우리나라에 내는 세금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부총리는 지난 6일 국정감사에서 "디지털세가 도입되면 다른 나라에서 영업하는 우리 기업도 조세를 부담해야 하지만, 국내에서 활동하는 다국적 기업에 대한 과세 기반도 확보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우리 기업이 납부하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과세권을 행사하는 게 훨씬 더 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5%의 글로벌 최저한세율을 도입하는 필라 2 역시 세수에는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필라 2에 따라 시행 초기에는 세수가 증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현시점에서 디지털세 관련 세수를 명확히 추계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는 "초과이익 배분 비율은 정해졌지만, 기술적, 세부적인 적용 기제를 추가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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