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단임제 임기로 업무를 수행하던 농협중앙회장이 연임할 수 있는 길이 14년 만에 열린 것을 두고 반대 여론이 거세다.
특히 정치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소속 정당과 상관 없이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본회의 의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농협중앙회장은 비상근 명예직이긴 하나,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의 인사, 예산, 감사권 등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다.
24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전체 회의에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이 의결됐다. 해당 법안은 현재 중임이 불가능한 농협중앙회장의 연임이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 임기는 4년이고 중임할 수 없다.
이는 과거 연임했던 농협중앙회장 4명 중 4명이 배임, 횡령, 뇌물 등 비리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한 조치로, 2009년 정부 주도로 단임제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농해수위 전체 회의 통과로 14년 만에 연임제 전환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또한 ‘법 시행 이후부터 선출되는 회장부터 연임할 수 없다’는 내용이 없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부터 연임 가능 대상자가 된다.
해당 법안의 통과 여부를 두고 찬성, 반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찬성 측은 연임을 통해 중앙회장의 업무수행 연속성과 책임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이 회장부터 소급적용되는 해당 법안에 대해 ‘특혜성’ 논란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향후 연임제 시행으로 수십개 계열사를 지휘하는 농협중앙회장의 권력이 지나치게 거대해지는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에 반대 의사를 표출해 온 신정훈‧윤준병(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윤미향(무소속) 의원은 반대대책위(농민단체‧노조 등),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함께 지난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법안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먼저 윤 의원은 “농협중앙회장 연임법안은 입법부의 소급금지 원칙을 무시하고 현직 회장부터 연임을 적용한 특례입법”이라고 지적하며 “공정성과 형평성 측면에서 중대한 결함이 있다. 농협중앙회장이 농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지속되고 있는데 연임제 통과를 위해 중앙회가 쏟아부은 조직과 역량을 농정개혁에 썼다면 국민적 공감대가 지금 같은 상황이었겠나”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역대 농협중앙회장 치고 구속 안 되고, 좋게 물러난 회장이 없을 정도로 비리가 만연해 단임제를 도입한 것”이라며 “연임제를 하고 싶다면 전체 농민조합원 투표로 중앙회장을 뽑으라”며 투명한 선거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농해수위 법안소위 회의에선 해당 개정안에 대한 입법 로비 의혹까지 제기되기도 했다. 당시 회의록을 살펴보면 윤 의원은 “입법 로비를 위해서 중앙회 기획실을 통해서 비자금을 조성하고 국회의원 등에게 농협 지역 본부장을 시켜 로비 자금을 전달하고 있다. 로비 대상 의원 명단은 중앙회 기획실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법안은 향후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예정이다. 이에 해당 법안에 반대하는 여‧야 의원들과 단체들은 그 전에 반대 목소리를 더욱 키우겠단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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