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박청하 기자) 대법원이 '지출한 의료비 중 국민건강보험법상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부분은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추후 환급받을 수 있으므로 실손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놨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김모 씨가 현대해상화재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최근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김씨는 2008년 11월 현대해상과 보험 계약을 맺었다. 계약 내용에는 '질병으로 입원 치료 시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해 피보험자(김씨)가 부담하는 입원 및 수술 비용을 지급한다'라고 적혔다.
그는 2021년 8월부터 10월까지 병원에 입원해 도수치료 등을 받고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보험사는 이중 111만원에 대해서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한 금액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의료비 본인부담 상한제는 의료비 중 환자 부담금(비급여 등은 제외)이 연간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초과분을 건보공단이 돌려주는 제도다. 갑자기 닥친 막대한 의료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마련됐다.
금융감독원은 2009년 10월 환급이 가능한 초과분은 보험사가 보상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용을 포함하는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을 제정했으나, 김씨처럼 그 이전에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문제였다.
보험 업계는 물론 법원에서도 공단에서 환급받을 수 있는 초과분을 실손 보험사가 보험금으로 지급해줘야 하는지를 두고 해석이 갈렸다.
1심 법원은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봤지만 2심 법원은 약관이 모호할 경우 가입자에게 유리하게 해석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보험사에 지급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 내용은 피보험자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중 본인이 최종적으로 부담하는 부분을 담보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건보공단으로부터 환급받은 부분은 특약 보상 대상이라고 할 수 없다"라고 봤다.
손해보험이 성질상 피보험자의 재산상 손해를 보상하는 것이고 본인부담금 상한제가 본인부담상한액의 부담 책임을 건보공단에 분명히 지우고 있는 점 등이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 내용은 다의적으로 해석되지 않으므로 약관의 뜻이 명확하지 않아 고객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해 피보험자가 지출한 금액은 보험급여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명시적으로 설시한 첫 판결"이라며 "2009년 10월 제정된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 시행 전 체결된 실손의료보험 사안에 관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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