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교수의 관세 이야기] 관세법상 밀수입죄와 관세포탈죄 성립요건 차이

2024.07.01 17:01:54

 

(조세금융신문=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신문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와인 유통사 4곳의 매출이 모두 전년 대비 역성장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인 2021년 역대 최대 수입량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던 와인이 이후 위스키, 하이볼 등으로 수요가 옮겨 가면서 지난해부터 판매가 부진한 상태라고 한다.

 

와인(Wine)은 포도의 당분이 발효과정을 통해 알코올로 변화한 것으로 그 어원은 ‘술’이란 뜻의 라틴어 ‘비눔(Vinum)’에서 유래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액체 상태의 와인은 독일의 슈파이어 와인으로 약 1699년 전에 만들어졌다. 최근 유골 항아리에 액체 상태로 남아있는 ‘2000년 넘은 로마 와인’이 스페인서 발견되었다는 국제학술지 ‘고고학 저널: 보고서’의 발표도 있다.

 


지난 5월 세관당국은 1병당 천만 원이 넘는 판매용 고가 와인을 세관에 신고 없이 밀수입한 A씨와 해외직구 간이통관제도를 악용해 요건을 갖추지 않고 저가로 수입신고하며 관세 등을 포탈한 B씨와 C씨를 「관세법」 및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특히 밀수입한 와인 중 희소가치가 있는 고가 와인은 비밀창고에 보관하며 구입 가격보다 시세가 크게 오를 경우 월 100만원 상당의 유료 회원으로 모집한 의사, 변호사 등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유료 시음회를 개최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와인바에서 판매한 사실이 드러났다.

 

고가 와인을 세관에 신고 없이 우리나라로 반입하는 행위는 관세법상 밀수입죄로 처벌되고, 고가 와인을 세관에 수입신고는 했으나 그 가격을 실제보다 낮춰 신고하였다면 관세법상 관세포탈죄로 처벌되는데, 밀수입죄가 관세포탈죄보다 법정형이 더 무겁다.

 

관세법에서 밀수입행위를 처벌하려는 (입법)취지는 수입물품의 통관질서를 유지하고 국가재정권을 확보하려는데 있다.

 

그리고 관세포탈행위를 처벌하려는 (입법)취지는 수입물품에 대한 국가의 정당한 관세 확보에 있다. 밀수입하는 행위나 관세를 포탈하는 행위가 처벌되려면 형법이론에 따라 그 행위가 관세법에서 규정하는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면서 위법·유책한 행위로 인정되어야 한다.

 

범죄구성요건(Straftatbestand)은 개개의 형벌법규가 내포하고 있는 인간의 금지된 행위에 대한 일반적 기술을 뜻한다. 예컨대, 형법에서 사람을 살해한 자를 처벌한다는 기술은 ‘살인하지 마라’는 (금지행위)명령이다.

 

관세법은 외국물품을 우리나라로 수입하려는 경제주체에게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세관에 신고 없이 외국물품을 우리나라로 반입하는 행위는 관세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관세법은 수입물품에 대한 납세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므로 법적 근거 없이 그 물품에 대한 관세 등을 납부하지 않거나 경감(축소)하는 행위는 관세법상 금지행위에 해당한다.

 

관세법상 밀수입죄가 성립되려면 범행자(행위주체)가 관세법이 수입신고의무를 부여하는 경제주체이어야 하고, 그 (실행)행위의 대상은 관세법상 신고의무가 발생하는 모든 물품이 해당된다.

 

그리고 그 (실행)행위는 적법한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외국물품을 국내로 반입하는 행위로 인정되어야 하는데 적법한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는 수단이나 방법은 관세법이 지시하는 수입신고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그 수입신고의무는 이행하였으나 해당 물품과 다른 물품으로 신고하는 행위가 된다.

 

한편, 관세법상 관세포탈죄가 성립되려면 범행자(행위주체)가 수입신고와 납세신고를 이행한 외국물품의 화주(구매대행업자 포함)이어야 하고, 그 (실행)행위의 목적물은 관세율표상 무세율이 아닌 수입물품만 해당된다.

 

그리고 그 (실행)행위는 과세가격 또는 관세율 등을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아니하여 수입하는 행위와 거짓으로 서류를 갖추어 해당 수입물품에 적용될 품목분류의 사전심사 또는 재심사를 신청하는 행위로 인정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그 (실행)행위로 인하여 그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의 신고세액이 위법하게 경감되는 결과가 발생해야 한다.

 

앞의 사건에서 와인을 우리나라로 반입한 A씨는 관세법상 수입신고의무가 있을 것이고, 그가 반입한 와인은 관세법상 신고대상 물품인 외국물품이다.

 

그리고 A씨는 외국물품인 와인을 국제우편이나 여행자 휴대품을 통해 반입하면서 일반 음료수로 기재하는 등 다른 물품으로 가장해 신고하였으므로 밀수입죄의 구성요건으로 기술된 (실행)행위에 딱 들어맞게 된다.

 

또한, B씨와 C씨는 외국물품인 와인의 화주로서 관세법상 수입신고의무와 납세신고의무를 이행하였지만, 1병당 최고 800만 원 상당의 와인을 20분의 1 수준의 가격(40만원)으로 거짓 작성된 영수증을 세관에 제출하는 등의 방식으로 저가 신고하였고, 그 결과 외국물품인 와인(관세율 15%)에 대한 관세가 위법하게 경감되었으므로 역시 관세포탈죄의 구성요건으로 기술된 (실행)행위에 딱 들어맞게 된다.

 

관세법상 밀수입죄의 행위주체(범행자)는 모든 자연인 누구나 될 수 있지만, 관세포탈죄의 행위주체는 수입신고와 납세신고를 이행한 외국물품의 화주(구매대행업자 포함)가 아니라면 범행자로 적용할 수 없다.

 

관세포탈죄의 경우처럼 행위주체의 범위를 특별한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한정하는 범죄는 형법이론상 신분범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실행)행위의 개념은 모든 의사를 수반하는 또는 목적실행의사를 지배하는, 목적적으로 인간의 거동을 의미한다. (실행)행위는 작위(作爲; aktive Tun)와 작위의 해태(懈怠), 즉 부작위(不作爲; Unterlassen)를 포괄하는 상위개념이다.

 

아울러 밀수입죄는 단지 그 (실행)행위로만 성립될 수 있으나 관세포탈죄는 그 (실행)행위와 납부된 세액의 축소된 결과 사이에 인과적 관계가 존재하여야 성립될 수 있다.

 

[편집자 주] 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는 건법학박사·관세사로 31년간 관세행정에 봉직하였으며, 현재 동덕여대·건국대(글로캠)에서 겸임교수로 관세분야 강의와 한국관세법판례연구회 및 (사)한국FTA원산지연구회 사무총장을 맡아 관세분야 연구활동을 주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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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태 건국대 교수 tf@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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