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드디어 '최저임금 1만원 시대'…최초안 4일만에 속전속결 처리

2024.07.12 07:34:22

전체 심의기간 53일로 작년의 절반…법정 시한은 또 넘겨
공익위원이 올해도 결정적 역할…위원 불참·퇴장 등도 반복

 

(조세금융신문=송기현 기자)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게 된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은 이번에도 노사 합의가 아닌 표결로 정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예년처럼 최저임금 심의의 법정 시한은 훌쩍 넘겼지만,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속도가 붙어 본격적인 수준 논의가 시작된 지 나흘 만에 '속전속결'로 최종 결정이 이뤄졌다.

 

올해도 최저임금 결정의 '열쇠'를 공익위원이 쥐고 있었고, 드물지 않은 광경인 위원들의 퇴장이나 불참 등은 이번에도 반복됐다.

 

11일 오후 최저임금위원회 제10차 전원회의가 개시됐을 때만 해도 이번 주에 내년도 최저임금안이 최종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하긴 쉽지 않았다.

 


해마다 노사 공방이 치열한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는 물론 올해 노동계가 목소리를 높인 도급제 최저임금 논의까지 길어지면서 본격적인 액수 논의는 지난 9일 제9차 전원회의에서야 비로소 시작됐기 때문이다.

 

당시 회의에서 노동계는 시간당 1만2천600원을, 경영계는 9천860원을 각각 최초안으로 제시했고, 곧바로 제시된 수정안에서 노동계가 크게 물러섰음에도 격차는 1천330원(노동계 1만1천200원·경영계 9천870원)에 달했다.

 

하루이틀 논의로 좁히긴 작지 않은 격차인 데다 8월 5일인 내년 최저임금 법정 고시 시한을 고려할 때 내주 한 차례 더 회의를 열 물리적 시간이 있어 다음 주에나 최종 결정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가 개시된 후 이인재 위원장의 수정안 제시 요구에 따라 노사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수정안을 내놨고, 11일 밤 11시를 넘겨 4차 수정안이 나온 후 공익위원들은 노사에 '최종안' 제시를 요구했다.

 

결국 자정을 넘겨 12일 시작된 11차 전원회의에선 공익위원의 심의 촉진구간(1만∼1만290원) 제시에 이어 노사 5차 수정안인 최종안이 나왔고, 표결 끝에 새벽 2시 30분께 경영계 안인 1만30원이 내년 최저임금으로 확정됐다.

 

전날 오후 3시부터 장장 12시간 동안 전원회의, 운영위원 회의, 노·사·공 자체 회의를 거듭한 끝에 나온 결정이었다.

 

마라톤 회의이긴 했지만, 지난 9일 최초 요구안이 제시된 후 불과 나흘 만에 '속전속결'로 결론이 난 셈이다.

 

5월 21일 1차 전원회의 이후 전체 심의기간도 53일로, 역대 최장이었던 작년 110일의 절반 수준이다. 작년의 경우 전체 심의도 길었지만, 노동계 최초 요구안 제시(6월 22일)부터 결정(7월 19일)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다.

 
 

이날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 촉진구간에 반발해 최종 표결에 불참한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들은 이번 심의가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예년보다 빠른 전개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최저임금 법정 심의시한을 지키지는 못했다. 법에 규정된 심의시한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심의를 요청한 3월 말부터 90일이 되는 6월 말이다.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심의 기한이 준수된 것은 9차례뿐이다.

 

심의 기한을 준수하지 못한데다 '합의 결정' 역시 올해도 실패했다.

 

노·사·공 합의를 통한 최저임금 결정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 도입 이후 불과 7번에 그쳤다. 최근으로는 2008년 결정된 2009년도 최저임금이 마지막이다.

 

4차 요구안까지 900원 벌어졌던 노사 요구안 차이(노동계 1만840원·경영계 9천940원)가 최종안에선 90원(노동계 1만120원·경영계 1만30원)으로 대폭 줄었지만 합의로 이어지진 못했다.

 

심의 초기인 지난 6월 "합의 결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던 이인재 위원장도 이날 심의 종료 후에 "노·사·공이 모두 만족하는 합의를 끌어내지 못해 상당히 아쉽다"고 말했다.

 

최종안 격차가 대폭 줄어든 데는 심의 촉진구간이 영향을 미쳤고, 표결 과정에서도 공익위원이 승패를 가른 만큼 이번에도 최저임금 결정이 공익위원 손에 달린 상황은 그대로 재연됐다.

심의 과정도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노사가 치열하게 맞붙은 업종별 구분 적용은 물리적 충돌로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 2일 7차 전원회의에서 경영계가 요구한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가 투표에 부쳐지자, 투표 자체를 반대하는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일부가 의사봉을 빼앗고 투표용지를 찢으며 저지를 시도했다.

 

혼란 속에 강행된 투표에서 업종별 구분 적용은 부결됐고, 경영계는 이같은 근로자위원들의 '투표 방해'를 문제 삼아 8차 회의에 불참했다.

 

막판 최종 표결을 앞두고는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 전원이 퇴장했다.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 촉진구간이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데 대한 항의의 의미였다.

 

이들이 빠진 표결 결과는 14대 9로 경영계 안의 승리였다. 결과를 바꿀 수는 없었겠지만, 근로자위원 전원이 투표에 참여했다면 표차는 14대 13, 불과 1표 차이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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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기현 기자 sgh@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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