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종태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 재정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마땅히 줘야할 법정 국고지원금을 22조원이나 주지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건강보험공단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건강보험 법정 지원금 및 실제 지원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07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건강보험에 법적으로 지급해야 할 국고지원금을 덜 지원하는 방식으로 18년간 총 21조6천700억원을 미지급했다.
정부는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에 따라 2007년부터 해당 연도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에 상당하는 금액을 14%는 일반회계(국고)에서, 6%는 담뱃세(담배부담금)로 조성한 건강증진기금에서 지원해야 한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07∼2024년 기간 건강보험료 수입의 20%에 해당하는 149조7천32억원을 지원해야 했지만, 실제 지원 금액은 128조332억원에 그쳤다.
연도별 미지급액을 보면, 2007년 3천102억원, 2008년 4천592억원, 2009년 128억원, 2010년 1천117억원, 2011년 5천196억원, 2012년 6천761억원, 2013년 5천950억원, 2014년 5천101억원, 2015년 6천785억원이다.
이어 2016년 1조4천515억원, 2017년 2조1천474억원, 2018년 2조4천229억원, 2019년 2조2천705억원, 2020년 1조4천482억원, 2021년 2조458억원, 2022년 2조546억원, 2023년 2조3천752억원, 2024년 1조5천807억원이다.
역대 모든 정부에서 법으로 정해진 국고지원 비율을 지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역대 정부는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적게 잡는 등의 편법을 써가며 연례적으로 축소 지원해왔다.
예컨대 건강보험료 인상률과 가입자 증가율, 가입자 소득 증가율 등 보험료 예상 수입액을 산정하는 3가지 핵심 변수를 모두 반영하지 않고, 보험료 인상률만 반영해 건강보험 지원 규모를 추계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법정 지원액 기준(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으로 이명박 정부는 16.4%, 박근혜 정부 15.3%, 문재인 정부는 14% 정도만 지원했다. 윤석열 정부 역시 출범 후 이제까지 '건보재정 20% 국고지원' 법 규정을 준수하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는 2025년 예산을 짜면서 일반회계와 건강증진기금을 합쳐서 국고지원금으로 12조6천억원을 편성했는데, 이는 법정 국고지원 비율로 따지면 14.4%에 머물러 '20% 상당 금액' 지원이라는 법정 기준에 미달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도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임기 첫 번째 예산에 이어 두 번째, 세 번째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건보 재정에 대한 법정 국가지원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
사회보험방식의 건강보험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들의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비중은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입법·정책 전문 연구분석기관인 국회입법조사처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보장하는 사회안전망이자 정부 보건의료 정책 목표 달성을 위한 주요한 수단인 건강보험 재정의 특성을 고려할 때, 국고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법정 지원 비율을 준수하고 특히 현재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로 애매모호하게 돼 있는 지원기준을 '지지난해 보험료 수입액 또는 지출액의 20%'로 변경하는 등 불분명한 지원 규정을 명백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고 입법조사처는 지적했다.
나아가 일몰제(日沒制·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게 하는 제도)로 운영되는 건보재정에 대한 국고지원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입법조사처는 주문했다.
건보에 대한 국고지원 법률 규정은 2016년 12월 31일 만료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1년간 한시적으로 연장된 뒤 2022년 12월 31일까지로 다시 5년 더 늦춰졌다. 그러다가 국회에서 여야가 법 개정에 실패하며 더 연장되지 못하고 2022년 말 일몰됐다.
그렇지만 지난해 3월 여야가 건보 국고 지원을 2027년 12월 31일까지 5년 더 연장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과 건강증진법 개정안에 합의하면서 가까스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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