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한국과 미국 간의 통상 현안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마침내 해소됐다. 지난달 29일 경주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경제·통상 분야 세부 내용이 담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사실자료)'가 14일 최종 발표되면서다.
한국은 조선, 에너지, 반도체 등 핵심 산업에 걸쳐 총 3500억 달러(약 455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고, 이에 대한 상호주의 조치로 미국은 한국산 주요 품목에 대한 관세 리스크를 대폭 낮추는 데 합의했다.
특히,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 속에서 우리 기업의 최대 숙제였던 '섹션 232조 관세'가 15% 수준으로 조정되면서, 주력 수출 산업인 자동차와 부품업계가 큰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 232조 관세율 15%로 조정 확정...통상 리스크 일제 해소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제 파트의 핵심은 전략적 투자 협력 확대와 우리의 관세 인하 확보라고 강조했다.
팩트시트에 따라 미국은 상호 관세 조치로 한국산 자동차, 자동차 부품, 목재 제품 등에 현재 부과 중인 232조 관세율을 15%로 조정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한미 FTA(KORUS) 또는 최혜국(MFN) 세율 중 높은 쪽을 기준으로 하되, 15% 관세율 중 더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자동차 부품의 경우 전략적 투자 관련 양해각서(MOU) 이행을 위한 별도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날부터 1일 자로 소급 적용된다. 위 실장은 법안이 11월 중 국회에 제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목재 및 항공기 부품은 MOU 서명일로부터 즉시 관세 인하가 발효되어 즉각적인 수출 효과가 기대된다.
향후 부과가 예고된 제약 분야 232조 관세는 최대 15%를 초과하지 않도록 적용된다.
◇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게'…반도체 관세 특혜 명문화
가장 민감했던 반도체 분야에 대한 합의는 한국의 국익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 관련 232조 관세를 "한국의 교역 규모 이상을 다루는 향후 미국의 제3국 협정보다 불리하지 않게 조정"한다고 명시했다.
위성락 실장은 이를 두고 "사실상 주요 경쟁 대상인 대만 대비 불리하지 않는 조건에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는 3500억 달러 투자 프레임에서 제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특혜성 문구를 팩트시트에 명문화한 것은 한국 통상 당국의 최대 성과로 꼽힌다.
또한, 기존 7월 관세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제네릭 의약품, 원료, 항공기 부품, 일부 천연 자원 등에 대한 보조 관세 철폐도 추가로 반영되면서 우리 기업의 부담이 한층 완화됐다.
◇ 3500억달러 투자와 외환시장 '안전장치'
이번 관세 인하의 상호주의적 대가로 한국 기업은 조선(1500억 달러), 에너지, 반도체, 중요 광물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총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미국에 단행한다.
대규모 투자 이행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외환시장 불안정에 대비해 안전 장치도 마련됐다. 양국은 한국의 연간 미국 달러 조달 의무 상한을 200억 달러로 설정하고, MOU 이행이 원화 급변 등 시장 불안정을 초래할 경우 한국이 자금 조달 시기 및 규모 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합의했다.
이와 함께 비관세 분야에서는 한국이 미국 FMVSS 규격 차량의 연간 5만 대 무제한 수입 허용 규정을 폐지하기로 했으며, 디지털 서비스 분야에서는 망 사용료 및 온라인 플랫폼 규제 등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립했다.
위 실장은 "관세 인하와 관련한 구체적인 조치는 미 측과 협의 중이며 곧 발표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혀, 시장 불확실성이 조만간 해소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관세 인하의 구체적인 이행 계획 및 비관세 분야의 세부 합의 내용은 오늘(14일) 오후 3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통상교섭본부장의 상세 브리핑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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