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진단] '규제지역 vs 비규제지역'...10·15 대책이 바꾼 부동산 시장 축

2025.12.12 21:39:10

대출‧지위양도 규제 겹치며 서울 거래량 77% 급감
수도권 비규제지역 중심 ‘실수요 우회 이동’ 본격화

 

(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시장이 완전히 양극화되고 있다. 서울과 경기 핵심 규제지역은 거래가 급격히 얼어붙었지만,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수도권 외곽 지역에서는 매수세가 되레 증가하고 있다. 이전에는 서울·강남권과 수도권 신도시 간 가격과 수요가 함께 움직였지만, 이제는 ‘규제지역 vs 비규제지역’이라는 전혀 다른 축으로 구조가 재편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치를 “단기적 과열 억제”라고 설명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규제의 빈틈을 따라 이동하는 현상이 확인되고 있다. 실수요자에게는 ‘주거 사다리’가 사라지고, 비규제지역에는 갭투자까지 얹히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즉, 대책이 시장을 진정시킨 것이 아니라, 수요 지도를 바꿔버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숫자로 확인되는’ 서울 거래절벽과 외곽 반등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기반으로 리얼투데이가 분석한 결과, 10·15 대책 시행 직전 27일(9월 18일~10월 15일)간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1만 254건이었으나, 시행 후 27일(10월 16일~11월 11일)간에는 2320건으로 77.4% 급감했다. 같은 기간 거래금액도 12조 3883억원에서 3조 1757억원으로 약 74% 줄었다.

 


주목할 점은 거래량이 급감했음에도 평균 실거래가격은 오히려 약 12억 800만원에서 약 13억 6800만원으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는 점이다(개별 거래 기준으로는 12억 814만원→13억 6882만원 수준). 거래 감소가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일반적 흐름과는 다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거래는 끊겼지만, 강남·용산 등 고가 아파트만 신고가를 찍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한 달여간 서울 신고가 거래의 상당수가 15억원 이상 고가 단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비규제지역 거래량은 확연히 늘었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0·15 대책 발표 전 20일(9월 26일~10월 15일) 동안 수도권 비규제지역 아파트 매매 건수는 5170건이었으나, 발표 후 20일(10월 16일~11월 4일)에는 6292건으로 21.7% 증가했다.

 

특히 화성시(동탄 포함)가 561건→890건(59% 증가), 수원 권선구가 143건→247건(73% 증가)을 기록했고, 김포·구리·남양주·평택 등도 20~30% 안팎의 거래 증가세를 보였다. 서울에서 규제로 막힌 실수요가 ‘대출이 가능한 지역’을 찾아 이동한 결과로 해석된다.

 

주간 가격 상승률 역시 이 같은 이동을 뒷받침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은 10월 4주 0.23%에서 11월 1주 0.19%, 11월 2주 0.17%로 3주 연속 둔화됐다. 반면 경기 구리는 11월 1주 0.18%에서 11월 2주 0.52%로 뛰며 상승 폭이 세 배 가까이 확대됐다. ‘거래가 줄면 가격도 떨어진다’는 기존 공식이, 적어도 비규제지역에서는 정반대로 작동하기 시작한 셈이다.

 

◇ 서울을 멈춘 건 대출+지위양도+토허 ‘3중 규제’

 

이번 현상은 단순한 심리 위축이 아니라, 제도적 규제가 물리적으로 거래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장벽은 대출 규제다. 10·15 대책 이후 규제지역 내 LTV는 70%에서 40%로 제한됐고, 15억원 초과 아파트 구입 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기존 6억원에서 최대 2억~4억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대출을 받아도 집을 살 수 없는 시장”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닌 상황이다.

 

두 번째 장벽은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 확대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건축은 조합설립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금지됐다. 기존에는 재개발·재건축 단지를 매수해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는 방식의 ‘실수요 진입’이 가능했으나, 이제는 사실상 봉쇄됐다. 목동·여의도·대치동 등지에서는 실제로 매수계약 체결 후 “현금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계약을 취소하거나 파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는 게 중개업계의 전언이다.

 

세 번째는 토지거래허가제다. 서울 25개 구 전역이 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매수인은 계약 전에 구청에 허가를 받아야 하고, 실거주 목적 외 사용이 불가능해졌다. 전세를 놓거나 장기 보유 목적의 매수도 사실상 어렵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대출도 안 나오고, 지위 양도도 안 되고, 허가까지 받아야 하니 서울은 실수요자가 들어갈 방법이 아예 사라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출 → 지위양도 → 토지허가로 이어지는 3단 규제가 서울의 ‘기계적 거래절벽’을 만들었고, 이는 정책 의도와 관계없이 ‘시장 멈춤’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부가 “안정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거래가 줄어든 게 아니라 막힌 것”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 ‘규제 공백지’로 이동하는 실수요…동탄‧김포가 상징 지역

 

거래가 끊긴 것은 서울이지, 수요가 사라진 것이 아니다. 실수요와 투자 수요는 동시에 움직이며 ‘규제가 없는 지역’을 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동탄·김포·구리·수원 권선구다.

 

동탄은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GTX-A 개통 기대감까지 겹치면서 “일주일 새 호가가 1억원씩 뛴다”는 말이 나오는 지역이다. 기존에는 85㎡ 기준 8억원 안팎이던 매물이 9억원대 초반까지 올라갔지만 거래가 끊어지지 않는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 설명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 주요 84㎡ 단지는 올해 상반기 8억~8억 3000만원 선에서 거래됐지만, 10~11월에는 9억~9억 3000만원 수준까지 실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이는 역세권·신축 위주로 나타나는 흐름으로, 전 지역 상승으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동탄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10·15 이후 매수 문의가 급증했고, 이전과 달리 실수요와 갭투자 수요가 동시에 들어오는 모습”이라며 “서울에서 규제로 밀려난 30·40대 무주택자와 투자 수요가 뒤섞여 있다”고 말했다.

 

김포는 GTX-D 노선 축소 논란 이후 한동안 눈길에서 멀어졌지만, 이번 대책 이후 ‘수도권에서 대출이 되는 몇 안 되는 지역’이라는 프레임이 씌워졌다. 실제로 김포 장기·마산·구래 일대에서는 “매수 문의가 다시 살아나고, 일부 단지 호가가 서서히 상향 조정되고 있다”는 현장 반응이 나온다. 아직 통계상 큰 폭의 상승률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비규제+교통 호재 기대감’이 결합된 상징적인 규제 공백지로 꼽힌다.

 

구리는 ‘서울과 가장 가까운 비규제지역’이라는 장점이 부각되며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앞서 본 것처럼 주간 매매가격 상승률이 0.18%→0.52%로 뛰면서 수도권에서 손꼽히는 ‘상승 1열’로 올라섰다. 한 중개업자는 “8월까지만 해도 매수 10건 중 9건이 실수요였는데, 지금은 투자 비중이 더 높다”며 “서울 막힌 30·40대 무주택자, 갭투자 수요, 구축 매수세가 한꺼번에 들어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수원 권선구는 수원 3개 구 중 유일한 비규제지역이라는 이유로 거래가 73% 급증했다. 수원 영통·팔달구 거래가 멈춘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이 수월한 권선구로 수요가 몰린 것이다. 결국 실수요 이동은 단순한 풍선효과가 아니라, “규제에서 제외된 지역이 곧 ‘거래 시장’이 되는 구조”로 진화하고 있다.

 

◇ 정책적 역설…풍선효과를 알고도 막지 못한 이유

 

정부는 “투기 억제 목적이었으며 시장이 안정되는 중”이라고 설명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판단은 다르다. 정책이 ‘가격 억제’가 아니라 ‘수요 이동’을 유발했다는 점이 본질이라는 것이다.

 

기존 풍선효과가 “강남이 막히면 마포·용산으로”, “서울이 막히면 경기 외곽으로”라는 단순한 공간 이동이었다면, 이번에는 “대출이 되는 곳이면 어디든 간다”는 구조로 바뀌었다. 규제 자체가 거래 가능 지역과 불가능 지역을 좌우하는 ‘경계선’이 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규제 공백지가 이미 ‘차기 규제 후보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김포·화성·구리 등 일부 지역은 최근 상승률이 조정대상지역 지정 기준(물가상승률의 1.3~1.5배)을 넘나들고 있어, 추가 규제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규제는 결국 실수요자부터 타격한다. 비규제지역에서 대출을 이용해 매수한 사람들은 해당 지역이 규제지역으로 전환되는 순간, 양도세 중과·대출 규제 강화·전매 제한 등 각종 제약에 직면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현상이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정책 신뢰성 붕괴까지 동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규제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음에도, 정작 규제 직후부터 비규제지역으로 거래가 몰리는 모습이 관측됐기 때문이다.

 

시장 참여자 입장에선 “정부가 아무리 규제를 강화해도 어차피 다른 지역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난다”는 학습효과가 축적되고 있고, 이는 규제 발표 직후 ‘선(先) 매수, 후(後) 규제 회피’ 전략을 강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특히 2026년 총선이 다가오면서 규제 정책 강도는 정치 일정과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규제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여론이 커지면 완화 카드로 전환될 여지도 존재한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실수요자에게 “지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인식을 자극하며, 거래 재편을 더욱 가속하는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향후 시장을 좌우할 변수도 뚜렷하다. 첫째, 2025년 7월 1일 시행된 스트레스 DSR(일명 DSR 3단계)의 추가 효과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정 시 금리 상승을 가정하는 방식이 도입되면서, 전세자금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을 동시에 활용하던 실수요자들의 체감 한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둘째, 정부가 강조해온 135만호 공급계획이 실제 착공과 분양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여부다. 계획만 존재하고 물량이 시장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공급 불확실성’은 오히려 가격 불안을 자극할 수 있다.

 

셋째, 비규제지역 추가 지정 가능성이다. 김포·화성·구리 등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일 경우, 이번 이동 흐름은 다시 한번 뒤집힐 수 있다. 세 변수 모두 실수요 심리에 직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사안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당분간 더 커질 가능성이 크다.

 

10·15 이후 주택시장은 단순한 ‘상승·하락’의 문제가 아니다. 규제를 피해 이동하는 실수요가 시장 구조 자체를 재편하고 있으며, 정부 규제는 수요를 ‘억제’하지 못한 채 ‘이동’만 만들고 있다. 서울은 거래가 얼어붙었고, 비규제지역은 가격이 뛰고 있다. 이 흐름이 이어진다면, 다음 풍선효과는 ‘예외’가 아니라 예정된 결과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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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욱 기자 lupin7@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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