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10·15 대책 시행 한 달이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 시장은 뚜렷하게 식어가고 있다.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이고 대출 규제가 강화되자, 재건축·고가 단지 중심의 제한적 상승만 남고 중저가·외곽 지역은 거래절벽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반면 대출이 가능한 동탄·하남·수원 영통 등 경기 핵심지로 실수요가 빠르게 이동하고 있으며, 전세·매매 모두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1월 2주(11월 10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매매가격은 0.06% 상승해 전주 대비 오름폭이 축소됐다. 서울은 여전히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10월 중순 이후 4주 연속 상승폭이 줄며 하향 흐름이 뚜렷하다. 10월 중순 0.5% 안팎까지 치솟았던 상승률은 이번 주 0.17% 수준까지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대출이 막히면서 지금 서울은 살 수 있는 사람만 사는 시장”이라는 말이 나온다.
서울에서는 재건축·강남권·도심 선호 단지 중심으로 선택적 상승만 이어지고 있다. 송파구는 이번 주 0.47% 올랐고, 동작·양천·영등포 등 교통·학군·정비사업 모멘텀이 있는 지역이 상승을 이끌었다. 반면 대출 비중이 높은 중저가·외곽 단지는 거래가 급감하며 약세 흐름이 고착되고 있다. 전세는 학군·역세권 대단지를 중심으로 매물 부족 현상이 이어지며 강남 11개구 전세가 0.20% 상승하는 등 규제기 특유의 ‘전세 강·매매 약’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서울과 달리 경기 주요 지역은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화성(동탄)은 이번 주 매매가 0.25% 상승을 기록했고, 수원 영통·하남·분당 등도 수도권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전세도 화성 0.21%, 영통 0.41%, 하남 0.32% 등으로 서울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서울과의 직주근접성, 교육·생활 인프라, 교통망 확장에 더해 ‘대출이 가능한 몇 안 되는 지역’이라는 점이 실수요 이동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을 두고 “정책이 시장을 분명히 갈라놓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서울은 대출 규제로 실수요만 남은 시장이 됐다”며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는 재건축·강남권에 집중되고, 대출을 필요로 하는 중저가층은 경기 외곽이 아니라 동탄·하남·영통처럼 생활권이 완성된 핵심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소장은 서울 규제가 단기적으로 상승세를 눌러냈지만, 동시에 경기 핵심지 과열을 자극하는 ‘이중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봤다.
한편 ‘돈 싸들고 김포로 이동한다’는 말이 시장에서 회자됐지만, 이번 주 김포의 흐름은 상반됐다. 김포 매매가는 -0.07%로 하락폭이 커졌고 전세도 상승폭이 둔화되면서 단기 과열 후 조정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기대 심리가 앞섰던 지역과 실수요 기반 지역 간의 온도차가 통계에서 드러난 셈이다.
종합하면 서울은 규제 효과로 상승세가 빠르게 식고 있지만, 실수요는 대출이 가능한 경기 핵심 주거지로 이동하며 지역별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세 강세·생활권 선호·교육 수요 등 근본적 요인을 감안하면 서울–경기 간, 그리고 경기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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