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10·15 대책 이후 빠르게 식는 듯 보였던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 후 숨고르기’ 단계로 전환했다. 지난주 반짝 반등했던 상승률은 이번 주 다시 주춤했지만, 시장 흐름은 급락이나 반전과는 거리가 멀다. 상승폭은 줄었지만 가격을 끌어내리는 힘도 약해지면서 정책 충격을 흡수한 시장이 스스로 균형점을 찾아가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27일 한국부동산원(원장 손태락)이 발표한 ‘2025년 11월 4주(11월 24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의 이번 주 매매가격 변동률은 0.20%에서 0.18%로 소폭 둔화됐다. 10·15 대책 직후인 10월 셋째 주 0.50% 급등을 정점으로 네 주 연속 진정됐고, 지난주 0.20%로 반등한 뒤 다시 완만히 내려왔다. ‘하락 전환’이라기보다 과열 이후 정상적인 속도조절에 가까운 패턴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이 정도면 시장이 정부 규제에 빠르게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람들이 정책의 의도를 이미 파악했고, 과도하게 흔들리거나 급락하는 흐름은 없다. 많이 오른 지역은 쉬어가고 덜 오른 지역은 버티는 자연스러운 시장 진화 과정”이라고 말했다.
구별로는 상승 피로가 누적된 지역부터 변화가 나타났다. 성동구는 0.43%→0.32%, 송파구는 0.53%→0.39%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최근 두 달간 가장 가파르게 오른 지역들인 만큼 조정 압력이 선제적으로 나타난 모습이다. ‘과열 → 피로 → 속도조절’의 전형적 패턴이다.
반대로 강남(0.24%→0.23%), 서초(0.23%→0.22%)는 미세한 조정에 그치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당분간 가격을 끌어내릴 만한 공급 변수나 심리 요인이 크지 않아, 상승도 둔화·하락도 제한된 ‘버티기 국면’이 지속되는 분위기다.
전세시장은 매매보다 압력이 더 강하다. 서울 전세는 0.14%, 수도권 전세는 0.12% 상승을 유지하며 여전히 넓은 지역에서 오름세가 이어졌다. 특히 서초·강동·양천 등 강세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상승폭이 고착화되는 모습이다. 대출 규제, 입주물량 감소, 재건축 이주 수요가 겹치며 전세 수요가 구조적으로 밀려드는 현상이 감지된다.
수도권 핵심지에서도 흐름이 엇갈렸다. 용인 수지(0.41%), 성남 분당(0.44%), 과천(0.32%), 하남(0.10%) 등 이른바 ‘2선 강남 벨트’는 여전히 강한 상승세를 보였다. 서울의 속도조절과 달리, 실수요 기반 지역은 정책과 무관하게 가격을 스스로 지지하는 구조가 더욱 확고해졌다.
김 소장은 이번 주 서울 주간 흐름을 세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단기간 급등했던 구역을 중심으로 피로가 누적되며 상승 속도가 눈에 띄게 둔화됐고, 10·15 대책의 영향도 시장에서 빠르게 소화되면서 정책 충격에 대한 적응이 예상보다 빨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강남권과 비강남권의 수급 차이가 다시 드러나 지역·유형별 흐름이 더욱 분명히 갈리는 국면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 소장은 “정책이 단기적인 진폭 조절은 가능하지만 시장 전체 흐름을 뒤집긴 어렵다”며 “결국 시장은 충격을 흡수하고 제 갈 길로 움직이게 된다. 지금은 하락 신호라기보다 정상화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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