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이정욱 기자) 한 달 전 제기된 경고가 현실화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초급매가 소진되며 하락세가 둔화되고, 전세 수급 불안이 이어지면서 서울을 중심으로 가격 조정이 제한되는 모습이 감지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거래는 여전히 위축돼 있지만, 하락을 이끌 매물과 거래가 동시에 줄어들면서 시장의 하방 압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것. 정책이 거래 억제에 집중하는 사이,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균형이 재편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 이미 신호는 있었다…한 달 전 제기된 경고
이번 변화는 갑작스러운 반등이라기보다, 이전부터 감지되던 신호가 이어진 결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하락장은 ‘싼 매물’이 계속 나와야 유지된다. 하지만 최근 시장에서는 가격을 끌어내리던 초급매가 빠르게 소진됐다. 하락을 만들던 연료가 먼저 떨어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지표도 이를 밑받침하는 것으로 나타나 이 같은 설명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3월 5주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매매가격 상승폭은 0.06%에서 0.12%로 확대됐다. 전국 역시 0.05% 상승했다. 상승 지역은 90곳에서 99곳으로 늘었고, 하락 지역은 78곳에서 69곳으로 줄었다. 이는 단기적으로 하락 압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현재 흐름은 시장이 본격 상승세로 전환했다기보다, 하락을 만들던 조건이 먼저 약해진 결과로 보는 편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 서울도 갈렸다…“확산 아닌 집중, 선택된 구간만 움직인다”
서울 전체 상승이라는 숫자만 보면 시장이 일제히 회복되는 듯 보이지만, 내부 흐름은 뚜렷하게 갈린다.
같은 자료에서 강남구는 -0.22%, 서초구는 -0.02%를 기록했다. 반면 성북구는 0.27%, 노원구는 0.24% 상승했다. 강북 14개구는 0.18% 상승한 반면, 강남 11개구는 0.06% 상승에 그쳤다. 서울 안에서도 고가 지역과 중저가 밀집 지역의 흐름이 나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현재 시장이 전반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감당 가능한 구간’에서만 반응하는 구조로 바뀌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와 자금 부담이 동시에 작용하는 환경에서 수요는 선택적으로 이동하고, 그 결과 상승은 일부 구간에 집중되는 양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역세권·대단지·재건축 추진 단지 등 선호 입지를 중심으로 거래가 형성되면서, 현재 시장은 ‘확산형 회복’보다 선별적 움직임으로 보는 편이 더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 전세 상승폭이 더 컸다…조정 제한 흐름을 시사한 시장
이번 흐름에서 전세는 방향을 바꾸는 요인이라기보다, 하락을 제한하는 변수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전세가격은 0.09%, 서울은 0.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은 전국 0.05%, 서울 0.12%였다. 전세 상승폭이 매매보다 더 크게 나타난 것이다. 수도권으로 좁혀도 전세 0.13%, 매매 0.08%로 동일한 흐름이 확인된다.
이처럼 전세 상승폭이 매매보다 크게 나타났지만, 이를 곧바로 매매 상승의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다만 전세 수급 불안과 매물 감소가 맞물리면서 가격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 구조, 즉 하방 경직성이 강화되는 흐름으로는 해석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서울에서도 송파구(0.26%), 구로구(0.23%), 영등포구(0.18%), 관악구(0.17%) 등 실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격 상승이 이어졌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 수급을 고려하지 않으면 매매 시장을 정확히 이해하기 어렵다”며 “전세 매물 감소와 거래 위축이 맞물리면 가격을 끌어내릴 동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15억원 이하 구간에서는 실수요가 먼저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 정책과 시장의 엇박자…매매 억제, 전세 변수 놓쳤나
정책과 시장 간 괴리도 감지된다. 현재 정책은 대출 규제와 거래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시장에서는 매물 감소와 전세 수급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거래 억제 정책은 매매 수요를 제한하는 동시에 매물 감소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가격 조정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 이번 자료에서도 상승 지역은 늘고 하락 지역은 줄었다. 전세가격 상승폭 역시 매매를 웃돌았다. 최소한 정책이 의도한 방향과 시장의 실제 반응 사이에 시차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된 셈이다.
김 소장도 정책이 전세 변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시장 신호와 정책 판단 간 괴리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지금 시장을 단순히 ‘반등’ 또는 ‘회복’으로 규정하기보다, 거래 억제와 전세 수급 변화가 동시에 작용하는 복합 국면으로 보는 시각이 힘을 얻고 있다.
◇ 관망에서 추격으로…임계점 접근하는 시장
남은 변수는 심리다. 현재 시장은 ‘관망’과 ‘불안’이 공존하는 구간으로 평가된다. 전세 시장에서 밀려난 실수요가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상황에 이르면, 일부 수요가 매수로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중저가 밀집 지역이 먼저 반응하는 양상은 이런 가능성과 맞물려 읽힌다.
물론 아직 이를 추세로 단정하기는 이르다. 다만 초급매 소진, 전세 상승폭 확대, 상승 지역 증가라는 세 가지 신호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은 가볍게 보기 어렵다.
결국 이번 흐름은 예외적인 반등이라기보다, 이전부터 제기돼 온 변화가 실제 시장에서 확인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초급매 소진으로 하락을 이끌 동력이 약해진 가운데, 일부 구간에서 수요가 반응하며 가격 조정이 제한되는 흐름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가격 방향 문제를 넘어, 시장 구조 변화가 시작되는 신호일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흐름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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