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독일 조세기본법(AO) 제370조 제1항 제1호의 범행자(정범)는 조세(관세)포탈행위를 직접 저지른 사람이다. 이는 범죄행위를 실행하는 자이며, 따라서 범죄사건을 성공으로 이끄는 지배력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범행자가 허위신고를 하더라도, 세무당국이 정당한 과세에 필요한 정보를 다른 경로를 통해 가지고 있거나, 세무당국이 자신에게 제출된 정보가 부정확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과세결정의 근거로 삼는 경우, 조세(관세)포탈죄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다.
세무당국이 이미 (납세)신고가 거짓임을 알고 있다면, 행위자의 허위신고로 인한 ‘기망’이나 ‘오류 유발’이 불가능하므로 AO 제370조 제1항 제1호의 조세(관세)포탈죄는 성립할 수 없다.
조세(관세)포탈죄의 구성요건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행위자에게 조세축소(조세의 부당한 경감)의 결과가 어떤 이유로든 귀속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그 결과는 반드시 행위자가 한 허위 또는 불완전한 신고에 직접적으로 기인해야 한다.
과거 독일 조세(관세)포탈죄의 법문은 “행위자가 조세수입 축소를 초래했는가?”에 초점을 두었지만, 현행 독일 조세(관세)포탈죄의 법문은 “그 축소가 행위자의 허위 또는 불완전한 신고에 근거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즉, 구(舊) 조세(관세)포탈죄에서는 단순히 조세수입이 축소되면 행위자의 책임이 인정될 수 있었지만, 현행 조세(관세)포탈죄에서는 그 축소가 행위자의 허위 또는 불완전한 신고로 인한 것임이 입증되어야만 조세(관세)포탈죄가 성립한다.
행위자가 직접 조세상 중대한 사실에 대해 허위 또는 불완전한 신고를 행한 경우, 예컨대 세금신고서를 직접 작성하고, 자필로 서명한 후, 그 신고서를 자신의 신고로서 세무당국에 제출하였다면, 이때는 직접 범행자가 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시 말하면, 세금신고서를 직접 작성·서명·제출한 사람은 조세(관세)포탈죄의 직접 실행자로서 명백히 범죄구성요건을 충족한다.
세금부과 결정은 세무당국에 의해 이루어지므로, 범행자는 조세(관세)포탈죄의 구성요건상 결과(즉, 세금의 부당한 경감)를 초래하기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자신의 손으로 직접 실행하게 된다.
바꾸어 말하면, 세금의 최종 확정은 세무당국이 하지만, 행위자는 허위신고서 작성·제출 등 범죄 결과를 일으키기 위한 모든 준비와 실행을 스스로 수행하므로 직접 범행자로 평가된다.
그러나 여러 사람이 범행과정에 관여하는 경우, 특히 기업 내에서 여러 사람이 역할을 분담하여 협력하는 경우나 세무전문가가 신고내용을 미리 준비하는 경우에는 누구를 직접 범행자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누구에게 그러한 책임이 귀속되는지를 판단하기가 훨씬 더 어려워진다.
왜냐하면, 단독으로 허위신고를 한 경우와 달리, 기업의 내부 분업체계나 세무대리인의 관여가 있는 상황에서는 누가 실질적으로 조세(관세)포탈의 실행을 지배했는가(행위지배)가 쟁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때는 직접 범행자 외에도 공동정범, 간접정범, 혹은 참가범(방조범) 여부가 문제될 수 있다.
독일 연방대법원의 판례(BGH v. 5.9.2017 - 1 StR 198/17)는 아래 판시와 같이 세무당국에 부정확한 부가가치세 예비신고서를 전자적으로 제출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정범으로서의 조세포탈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피고인은 부가가치세 예정신고를 위한 자료를 스스로 취합했을 뿐 아니라 세무당국과의 소통도 담당했으며, 내용상 허위인 부가가치세 예정신고서를 전자적으로 제출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단독으로 지배권을 행사하였다. […] 따라서 이러한 허위 부가가치세 예정신고서는 X 회사를 위하여 그가 직접 제출한 자신의 신고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하급심(지방법원)이 확정한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다.
피고는 단독 주주로서 불가리아법에 따른 유한책임회사인 XT. EOOD(이하 ‘XE’)를 설립하여 2008년 3/4월 F에 XE의 지점을 등록하고. F에 있는 은행에 본인 명의법인계좌를 개설했다.
피고의 사업 모델은 XE지점을 통해 불가리아 고객을 위해 독일에서 승용차를 구매하여 불가리아로 운송한 후, 불가리아 고객에게 소유권을 이전하는 것이었다.
피고는 2009년 1월 27일 XE의 지분을 별도로 기소된 M에게 양도했는데, M은 XE의 독일 사업 모델의 행정절차에 익숙하지 않았고 독일어도 구사하지 못해서 피고와 M은 피고가 이후 XE의 부가가치세 예비신고 관련 업무를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피고는 더 이상 불가리아 사업거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XE 지점의 부가가치세 예비신고 자료를 수집하여 세무서에 전자적으로 전송했다.
피고는 조사를 받자 세무서 직원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연락했고, 필요한 경우 추가 서류를 제출했으며, 그중 일부에는 본인이 서명하거나 팩스로 서명을 첨부했다.
피고는 XE의 대표이사와 주주 변경 사실을 세무서에 통보하지도 않았고, F에 있는 은행의 본인 명의 법인계좌로 세무서의 매입세액 환급금이 입금되면 현금으로 인출하여 자신의 개인 계좌로 이체했다.
2009년 2월, 8월부터 12월까지, 그리고 2010년 2월부터 4월까지 피고는 XE에서 세무서로 잘못된 예비 부가가치세 신고서를 전자적으로 전송했다.
이 기간 동안 회사 지점은 사업 활동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피고는 각 세무 신고서에서 승용차 취득에 대한 매입세액 공제를 청구하고, 이러한 차량의 (면세) 공급만을 매출로 신고했다.
청구된 매입세액을 입증하기 위해 피고는 주문 확인서, 확정 주문서, 송장 등의 서류를 세무서에 제출했다.
이러한 서류의 레터헤드에는 자동차 판매점의 이름이 기재되어 있었는데, 해당 판매점들은 XE에 해당 서류를 발급하거나 차량을 인도하지 않았다.
피고는 세무서에 서류를 제출하기 전 확정 주문서와 구매 계약서에 서명 또는 서명 사본을 첨부했다.

[프로필] 김용태 건국대 경제통상학과 교수
· 성균관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 서울시립대 일반대학원 법학과 석사과정/박사과정(행정법전공)
· 독일 Giessen대학교 경제형법연구소 객원연구원(2001.4∼2001.9)
· 관세청 FTA집행기획관실·조사감시국 관세행정관
· 서울본부세관 조사국 외환조사팀장
· 법무법인 화우 관세팀 파트너 관세사
· 관세사 자격시험 출제(34·38회)·채점(34·35·37·38회) 위원
· 국세공무원교육원 외환조사기법 및 사례연구 담당 외부교수
· 건국대(글로캠) 경제통상학과 겸임교수/덕성여대 국제통상학과 겸임교수
· (현) 한국관세법판례연구회 사무총장/(사)한국FTA원산지연구회 사무총장
· (현) 법무법인 『린』 관세통상팀장
[주요저서]
·FTA원산지이야기(2022)
·관세행정법 with 관세형사법(2023)
·외국환거래법 with 외환형사법(2024)
·관세평가의 법리와 판례연구(2024)
·국제통상법(공저,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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