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한국서만 흥하는 '중복상장'…알짜회사 분리,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원인?

2026.02.12 08:01:58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 "중복상장시 장부상 가치 두 배로 잡히는 '더블카운팅(Double Counting)' 발생"
재계 "중복상장 규제시 대규모 자금 조달 어려워"…이은정 회계사 "동일인, 중복상장 기업집단 확장에 사용"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최근 LS그룹 지주사 LS가 증손회사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을 추진하다 소액주주 반발과 이재명 대통령의 부정적 발언 등으로 인해 이를 철회하면서 이른바 ‘중복상장(dual listing)’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중복상장’이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모회사가 알짜사업부 및 핵심 비상장계열사를 별도 회사로 상장함에 따라 모회사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가치가 크게 희석(주가 폭락)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중복상장’ 과정에서 ‘물적분할(Physical Division)’ 방식을 주로 선호하는데 이때 자회사 주식은 모회사가 다 가지고 기존 모회사 주주는 상장된 자회사 주식을 단 한 주도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처럼 사업성이 유망한 자회사나 알짜 사업부가 모회사로부터 떨어져 나가면서 모회사는 주가하락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기존 모회사 주주는 주가하락에 따른 손실은 그대로 떠안고 자회사 주식을 가지려면 추가 자금을 지출해 공모주 청약에 다시 나서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에 처한다.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은 아예 핵심 자회사·알짜사업부를 모회사 산하에 두고 상장을 추진하지 않는 단일기업체제를 유지한다. 드물게 ‘중복상장’을 한다해도 기존 모회사 주주들에게 자회사 주식을 나눠주는 ‘인적분할(Spin-off)’ 방식을 선호한다.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도 국내 증시에서 주요 대기업들의 ‘중복상장’ 사례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오너일가 등 대주주는 자신들의 지분율을 희석시키지 않으면서(모회사 지배력 유지) 자회사 상장을 통해 외부 투자자로부터 대규모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데다 적은 자본으로 다수의 상장사를 거느리는 구조(문어발 구조)를 조성할 수 있어 지배력 확장에도 유리해서다.

 

실제 일부 사례를 살펴보면 앞서 지난 2018년 SK케미칼은 백신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SK바이오사이언스를 상장한 뒤 2021년 3월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불만을 샀다.

 

또 카카오는 자사 플랫폼 내 금융 비상장계열사였던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2021년 8월과 11월에 연달아 코스피에 상장했고 이에 따라 ‘중복상장’ 및 ‘문어발 상장’ 논란이 가열됐다.

 

LG화학의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추진은 ‘중복상장’ 논란이 절정에 달했던 사례다. 지난 2020년 12월 1일 LG화학은 사내 배터리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LG에너지솔루션을 공식출범한 뒤 2022년 1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문제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중복상장’한 후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소액주주들의 피해가 컸다는 점이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전 지난 2020년 1월 15일 최대 주당 105만원까지 찍었던 LG화학의 주가는 상장일인 2022년 1월 27일 61만원까지 하락했다. 이후 주가는 좀처럼 회복하지 못했고 가장 최근인 이달 10일 LG화학은 32만1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 ‘중복상장’, 더블카운팅으로 인해 과거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중 하나로 꼽혀

 

전문가들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중복상장’이 과거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022년말 기준 코스피 PER(Price-to-Earnings Ratio, 주가수익비율)은 10.9배로 이는 당시 신흥국들과 비교해도 상당히 저평가된 수준”이라며 “시뮬레이션을 통해 GICS(Global Industry Classification Standard, 세계산업분류기준) 기준으로 구분한 11개 섹터 비중에 따라 미국 S&P500이 받는 PER을 코스피에 적용한 결과 코스피의 가중 평균 PER은 23.8배로 도출됐다. 이러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정부의 자본시장 개입과 ‘중복상장’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PER은 주가가 회사 주식 1주당 수익의 몇 배인지를 나타내는 비율이다. PER이 낮을수록 주당이익 대비 주가가 낮아 저평가된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반해 PER이 높으면 주당이익 대비 주가가 높거나 미래 성장 가능성이 커 고평가 상태인 것으로 인지한다.

 

이와함께 이경연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과 달리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상 큰 특징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중복상장’된다는 점”이라며 “이렇게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되면 지분법으로 반영되는 이익이 중복계상되고 시가총액도 일정부분 중복반영되는 즉 실질적인 기업가치는 하나인데 장부상 가치는 두 배로 잡히는 ‘더블카운팅(Double Counting)’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또 “성장성이 높은 자회사를 물적분할 후 상장하면 대부분 자회사의 PER은 상승하는데 비해 모회사의 시가총액과 PER은 하락했다”며 “물론 자회사의 높은 PER로 인해 ‘중복상장’ 후 모회사와의 합산 시가총액 및 PER이 증가하면서 전체 코스피의 PER도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온 일부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때 ‘중복상장’으로 인해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훼손되지 않았더라면 코스피 PER은 더욱 높아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시 말해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은 개별기업 측면에서 디스카운트 현상이 더 크게 나타난다”고 부연했다.

 

 

◇ 총수 등 동일인, ‘중복상장’ 통해 추가 자금 투입 없이 기업집단 확장 도모

 

‘중복상장’에 따른 지배주주 등의 부당 이익 창출과 소액주주의 피해가 여전하기에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은정 경제걔혁연대 연구위원 겸 공인회계사는 “‘중복상장’은 인수대상기업 지분의 부분인수(partial acquisition)와 함께 국내 재벌들이 피라미드 구조를 형성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라며 “특히 ‘중복상장’은 지배주주(오너일가)가 자금을 추가 투입하지 않고도 모회사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기업집단의 확장을 도모할 수 있는 수단이기에 경제력 집중 억제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에 더해 ‘중복상장’은 출자상장회사(상장 자회사) 일반주주와 피출자상장회사(모회사) 일반주주간 이해상충 문제도 초래한다”며 “출자상장회사와 피출자상장회사간 이뤄지는 거래가 출자상장회사에게 유리하게 진행되면 출자상장회사 일반주주는 이익을 보지만 피출자상장회사의 일반주주는 손해를 입게된다”고 문제삼았다.

 

이은정 회계사는 ‘중복상장’이 대기업 총수 및 오너일가가 추가 자금투입 없이 기업집단을 확장할 수 있는 수단으로 전락한 만큼 규제 방안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 총수 등 동일인이 ‘중복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는 명확하다”며 “즉 ‘중복상장’은 직접설립, 물적분할, 현물출자 등을 통해 회사를 설립하고 필요 자금을 이들 회사의 IPO(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함으로써 동일인 등은 추가 자금투입 없이 지주사 등 기존 기업집단 정점에 있는 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여전히 유지하면서 기업집단의 확장을 도모할 수 있는 유용한 방법”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현재 ‘중복상장’ 중 일부 사례인 쪼개기 상장 문제를 제외하면 중복상장에 대한 규제 논의는 전혀 없다”며 “논의 중인 규제 역시 대부분 모회사의 소액주주를 대상으로 20% 한도 내 상장 자회사 지분을 우선 배정하는 방식 등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중복상장에 따른 지배주주 등의 부당 이익 창출, 소액주주 피해 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복상장’ 원칙적 금지 방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소액주주, 소송 비용 등으로 대기업 ‘중복상장’ 대응에 한계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중복상장’을 추진하더라도 소액주주들이 이에 대응할 만한 수단은 한계가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 소액주주운동 지원센터 정병원 대표 변호사는 “아직까지 대기업의 ‘중복상장’을 계기로 소액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기업의 경우 소액주주들이 워낙 많은데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율도 적다. 여기에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만한 리더를 찾는 것도 어렵다. 설상 소액주주들의 뜻을 모았다해도 법률 자문비, 소송비, 주주 명부 확인 및 대조 작업 등 각종 비용과 시간이 소요됨에 따라 부담을 느껴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1대 주주와 2대 주주간 분쟁, 대주주 지분이 20%대 미만인 경우 등 소액주주가 어느정도 캐스팅 보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야만 소액주주 운동이 일어날 수 있는데 코스피에 상장된 대기업 및 계열사에서는 이런 경우가 드물다”며 “따라서 소액주주 운동 대부분은 중견기업들이 몰린 코스닥에서 주로 일어난다. 소액주주 운동이 일어나는 주 원인도 경영자의 횡령‧배임 등에 따른 회사가치 하락 등에 한정됐다”고 덧붙였다.

 

 

◇ 여당, ‘중복상장’ 규제 추진…재계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난 우려돼”

 

한편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 특별위원회’는 최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긴 3차 상법 개정안을 우선 처리한 뒤 ‘중복상장’ 제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등이 포함된 자본시장법 개정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경제수석부장을 맡고 있는 유동수 의원은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자본시장 체질 개선을 위한 5대 핵심 과제를 올해 안에 달성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자본시장 특위’가 내건 5대 핵심 과제는 ▲자사주 소각 의무 및 부수 세제개편을 위한 3차 상법·세법 개정 ▲이사의 주주충실 의무 강화를 위한 법무부의 가이드라인 제정 ▲기관투자자의 경영 관여 확대를 위한 스튜어드십 코드 개선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중복상장’ 제한 및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대주주 상속세 기준을 주가에서 자산 등으로 변경하는 주가누르기방지법 추진 등이다.

 

다만 재계는 ‘중복상장’ 규제시 대규모 투자자금 조달 애로, 적대적 M&A 노출, 각종 소송리스크 등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더해질 것이라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자회사 상장이 막힐시 모회사가 대규모 부채를 내거나 유상증자를 해야만 투자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는 이자부담이 너무 큰데다 유상증자를 추진하려 해도 주가하락을 우려한 모회사 주주들의 반대로 여의치 않다”며 ‘중복상장’ 규제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그는 “모회사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한다 해도 대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돼 경영권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며 “더불어 한 회사가 배터리, 바이오, 반도체 등 여러 사업부문을 하나로 운영하면 시장에서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기 힘들고 사업부문간 이해충돌로 의사결정까지 느려져 경쟁력이 뒤쳐진다. 따라서 각각 별도 회사로 독립시켜야만 각자 전문성을 살리고 해당 산업에 맞는 인재 영입과 보상 체계를 만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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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주 기자 sierr3@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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