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실태] ② 부자를 위한 거짓말 ‘물가연동제 도입과 소득세 억제’

2026.03.09 07:07:05

물가연동제 국가들 개인소득세수, 한국보다 2배 이상
근로소득세 세수비중 증가, 법인세 폭락 따른 반사효과
‘낮은 세수‧낮은 복지’ 韓소득재분배 기능 선진국 최하위 수준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한국 여론지상에선 간혹 세금과 관련한 오해를 부풀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데이터를 일부만 편집해 오해를 불러일으키거나, 왜곡된 자료로 적극적으로 속이는 경우마저 있다. 최근 근로소득세 부담이 크다는 주장으로 고소득자 또는 부자를 위하는 정책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오해를 바로잡는 길은 정확히 아는 것이며, 완전하진 않지만 큰 그림을 아는 건 어렵지 않다. 주간 연재로 ‘한국 세금의 실태’를 파본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소득세는 선진국 중에서 낮다. 한국의 낮은 소득세를 물가연동으로 억제하자고 하는데 그 비교대상으로 드는 선진국들은 한국보다 소득세를 2~5배 가량 내는 나라들이다. 사회보장기여금으로 인한 착시를 제외해도 2~3배 정도는 더 높다.

 

근로소득세만 말하자면, OECD 평균보다 세 부담률이 10%p 적다. 근로소득세 비중이 최근 높아진 건 윤석열 정부 시기 세수펑크와 법인세 폭락 등의 상대적 반사효과다.

 

한국은 경제규모, 몸집은 OECD 선진국이지만, 직접세 및 소득재분배 시스템은 고소득국가 중 모리셔스. 스위스, 루마니아와 더불어 최하위권이며, 중진국과 비교해도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보다 뒤떨어져 있다.

 


최근 세계은행 보고서를 보면 보조금은 부자를 위한 정책으로 작동하며, 세금을 많이 거둬서 현금지원을 하는 것이 불평등을 낮추는 효과가 뚜렷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소득세가 낮다는 건 제도가 부익부 쪽으로 쏠렸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리고 정부 소득재분배 기능을 약화시켜 빈익빈 부익부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 문제 1. 한국은 후진국형 소득세제

 

과거 고도성장기 한국 경제성장 모형은 노동과 자본의 과투입과 인구팽창이었다. 가정으로 비유하면 잘되는 자식 하나 몰아주기였고, 국가로 말하자면 대기업 하나 잘 키워 백 중소기업 먹여 살리기였다.

 

몰아주기 방식은 지역경제나 사회 그리고 조세정책에도 반영돼 있는데 그 상징 중 하나가 낮은 소득세다. 아래 표를 보자.

 

 

최근에 근로소득세 비중이 늘어났다는 보도가 있던데 근로소득세도 실효세율(세부담) 수준이 기본 10%p 가량 더 낮다.

 

 

OECD 임금 과세(Taxing Wages) 2025년 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독신 근로자의 평균 개인소득세 부담률(4대 보험 포함)은 2024년 24.7%로 OECD 평균(34.9%)보다 10.2%p 낮다.

 

또한, 전체 근로소득 관련 세부담에서 근로자와 고용주의 4대보험 부담 비중은 66%로, OECD 평균 77%보다 11%p 낮다. 4대보험도 국제적으로 조세의 일종으로 분류된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세부담율은 더 낮다. 2자녀 기준 한국의 외벌이 근로자 세부담율은 13.5%로 OECD 평균(25.7%)보다 12.2%p 낮다. 자녀 가구가 독신 근로자보다 세부담이 줄어드는 혜택 폭은 11.2%p로, OECD 평균인 9.2%p보다 2.0%p 높다. 위의 표 빨간색 역삼각형이 한국인데 소득세 수준이 워낙 낮다보니 다자녀 가구에 자녀세액공제 같은 현금성 지원을 섞으면 싱글 근로자보다 실효세율이 뚝 떨어진다.

 

 

◇ 문제 2. 소득세 물가연동제, 두 가지 근거

 

매년 임금이 오를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받게 되어 실질 임금이 하락한다는 브래킷 크리프(Bracket Creep) 현상은 한국에 소득세 물가연동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의 가장 강력한 근거다.

 

이 현상은 공황이나 코로나 19가 아닌 이상 발생하지 않을 수 없으며, 한국처럼 원-하청 구조가 원청에 유리하게 형성된 경제구조에선 원청에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

 

원-하청 단가 협상 시 하청의 기본적인 단가인상 요인이 임금상승률인데, 국가가 소득세율을 조정해 임금상승률을 차감하면, 원청이 하청에 줄 돈을 깎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소득세 물가연동제 도입 주장에는 두 번째 강력한 근거가 있다. OECD 주요국 중 상당수가 자동 또는 정례적으로 소득세율을 조정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소득세 물가연동을 하는 나라들의 소득세 수준을 보면, 한국의 소득세 수준이 정말 물가연동을 해야만 하는 수준인지는 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물가연동제 국가들의 2024년 기준 GDP 대비 소득세수는 오스트리아 9.5%, 벨기에 12.0%, 캐나다 12.8%, 덴마크 25.2%, 핀란드 13.1%, 프랑스 9.3%, 독일 10.1%, 이탈리아 11.8%, 룩셈부르크 11.3%, 네덜란드 9.8%, 뉴질랜드 13.8%, 노르웨이 10.0%, 스페인 9.1%, 스위스 8.5%, 영국 10.8%, 미국 10.3%. 아이슬란드 13.6%다.

 

같은 기간 한국 정부가 소득세로 번 돈은 GDP 5.1%에 불과했다.

 

물론 이스라엘 6.9%, 멕시코 3.9%, 아일랜드 6.6%, 칠레 2.3%, 콜롬비아 1.5%, 튀르키예 3.5% 등의 사례도 있지만, 이스라엘, 멕시코, 칠레, 콜롬비아를 본받기 위해 물가연동제를 주장하는 사례는 확인하지 못했다.

 

 

◇ 문제 3. 세수폭망과 근로소득세 증가

 

최근에 2025년도 근로소득세 수입이 70조에 육박했고, 총국세 대비 근로소득세 비중이 18.3%로 늘어났다는 보도가 나왔다.

 

매년 동일한 내용의 기사가 나오며, 이러한 기사들의 한결같은 공통점은 총국세에서 근로소득세 비중이 높으며, 특히 상위 10% 내지 1억 이상 고액연봉자들의 세부담이 높으며, 그러하기에 소득세는 물가연동으로 묶어 놓고, 증세를 하려면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 증세를 하자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아래의 표를 보자.

 

 

조세는 여러 개의 세금으로 구성돼 있으며, 당연히 구성비는 상대적이다. 다른 것들이 오르면 안 오른 것들의 구성비가 하락하고, 다 하락하는 가운데 오른 게 있으면 구성비가 증가하게 되어 있다.

 

근로소득세는 원래 총국세 내 비중이 18%나 되는 세금이 아니었다. 코로나 19시기 때 법인세 구성비 20% 밑으로 크게 줄어들었을 때도, 근로소득세 구성비는 13~15% 정도에 불과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 규모가 제법 컸기 때문이다.

 

2023년 근로소득세 구성비가 증가한 이유는 큰 폭의 법인세‧부가가치세‧사업 및 양도소득 하락 때문이다. 다른 세금들의 과세소득은 죄다 줄었는데, 근로소득세만 유일하게 상승장이었다.

 

2023년도는 총국세가 전년대비 –51.9조원이나 줄었는데, 법인세는 –22.4조원, 부가가치세는 –9.6조원이 줄었다.

 

소득세도 –12.9조원이 줄었는데, 사업소득‧양도소득은 경기 따라 줄었지만, 연말정산상 근로소득 규모 자체는 전년대비 53조원이 증가하면서 나홀로 상승을 기록했다.

 

이 현상은 2024년에도 이어지는데 윤석열 정부 법인세 감세 정책이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면서 2024년도 법인세 추가 대폭락으로 인해 근로소득세 비중은 더욱 도드라졌다.

 

2025년도에는 수출이 어느 회복됐지만, 이번엔 부가가치세가 하락했다. 지난 정부에서 발생한 고물가‧고환율에 따른 소비위축과 수출로 인한 부가가치세 환급 두 가지가 맞물린 탓이었다.

 

법인세와 부가가치세가 무너지면, 근로소득세 비중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다. 근로소득세를 가혹하게 거둬서가 아니라 외환위기 때처럼 대규모 실직이 발생하지 않는 한, 노동인구가 유지되는 한 근로소득 규모는 증가하기 때문이다.

 

노동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이 2029년부터인데 그때부터는 근로소득 규모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피지컬 AI(로봇)으로 산업 자동화가 획기적으로 가속화된다면, 근로소득 규모는 더욱 줄어들 것이고 지금 근로소득세 비중 운운은 농담거리도 되기 어려울 수 있다.

 

 

◇ 문제 4. 상위 10%가 근로소득세 70% 부담

하위 50% ‘임금 양극화’ 최저생계비 겨우 충당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나 대형법무법인 소속 전문가, 보수일간지 등에서는 상위 10%가 근로소득세 70% 부담한다며, 상위 10%에게 세금이 가혹하다는 뉘앙스의 주장을 하곤 한다. 그런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 보려면 소득 양극화를 보면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은 양극화 때문에 근로소득세를 위에서밖에 거둘 수가 없다.

 

임금 양극화 관련하여 두 가지 데이터가 있다.

 

 

OECD 통계상 한국의 임금 상위 10%와 하위 10% 간 임금 배율은 3.6배 정도로 OECD 평균보다 높다. 한 마디로 양극화 정도가 크다.

 

주요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양극화가 높게 형성된 영미계 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실질임금이 우리보다 낮다는 일본보다 양극화 정도가 높게 형성돼 있다.

 

그런데 국세통계상 근로소득 분위별 통계에선 과세 양극화가 더 크게 벌어진다.

 

 

2024년 기준 연말정산상 과세대상 임금 수준은 상위 10% 소득을 1배라고 할 때 10%씩 나머지 분위별 소득의 1.9~40.6배에 달한다.

 

상위 10%들의 연봉이 1억원이라고 할 때, 나머지들의 연봉은 하위 분위부터 246만원, 787만원, 1389만원, 1818만원, 2174만원, 2632만원, 3125만원, 4000만원, 5263만원 정도다.

 

과세대상 영역에서 하위 70%의 소득을 다 모아봐야 상위 10%의 1.2배밖에 되지 않는다.

 

물가연동제 찬성론은 연말정산 대상자 상위 10%에서 근로소득세 71.7%를 걷고, 나머지 하위 70%에서 6.6%밖에 안 걷는 것이 과도하니 상위 10%의 세 부담을 줄여주자는 주장이다.

 

그러나 하위 10%에서 과세소득으로 잡는 연소득은 고작 350만원, 20%는 1122만원, 30%는 1960만원, 40%는 2582만원, 50%는 3099만원 정도에 그친다는 점을 볼 때 합당한 주장인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소득세를 안 내는 사람이 30% 정도 된다는 소위 면세점 발언 관련해서는 4대 보험료를 고려해야 한다. 국제적 기준으로 4대 보험료도 엄연한 세금이다. 저소득자들도 근로자라면 4대 보험료를 내는데, 2024년 기준 월급이 200만원 정도가 되면 연 4대 보험료는 약 225만원 정도 나온다.

 

2024년도 기준 최저임금 1인 연봉이 2082만원이고, 최저생계비 기준으로는 1인 가구 1604만원, 2인 가구 2651만원이다. 소득 하위 40~50%까지는 4대보험료가 실질적인 세금이고, 그 외에 추가로 유의미한 소득세를 거둔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거두는 비용이 거둔 세금보다 더 많을 수 있다.

 

또한, 물가연동제를 하면 효과는 무조건 고소득자들이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밖에 없다.

 

재경부가 2023년 소득세 과세표준 하위 두 개 구간을 내렸을 때 세 부담 경감효과를 분석한 게 있다. 총급여 3000만원 이하는 세부담 감경액이 0원이었고, 3000~5000만원은 연 16만원, 5000~8000만원 연 28만원, 8000~1억원은 54만원이었다.

 

 

◇ 문제 5. 낮은 직접세는 사회를 불안하게 한다

 

물가연동제가 적용되지 않더라도 이미 한국의 낮은 직접세가 어느 정도 서민들을 힘들게 하는지 보여주는 표가 있다.

 

아래 표는 세계은행에서 지난 1월 30일 공개한 ‘세금, 지출, 그리고 형평성: 국제적 유형과 개발도상국을 위한 교훈’ 보고서에서 나온 표 2.2이다.

 

 

위 표는 고소득국가, 중소득국가, 중저소득국가, 저소득국가가 조세재정정책으로 얼마나 불평등도(지니계수)를 낮추느냐를 보여준다.

 

한 국가가 불평등을 얼마나 줄이고 싶어 하는지는 시장소득 불평등 수준과 재정정책으로 얼마나 불평등 수준을 깎아내려 하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부유한 국가들은 직접세로 세금을 많이 걷고 강력한 복지를 통해 시장 불평등도를 깎아내는데, 평균 10포인트 정도를 낮춘다.

 

빨간 막대가 한국인데, 한국은 고소득 평균의 반밖에 안 된다. 겨우 어깨를 겨룰 건 왼쪽의 모리셔스, 오른쪽 스위스 정도고, 중소득국가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 튀르키예보다도 재정에 의한 소득재분배 수준이 떨어진다.

 

이는 적게 걷고 적게 쓰는 한국의 소득재분배 기능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한국은 시장소득 불평등도가 양호한 편은 결코 아니며, 재정정책이 강한 나라도 아니다. 세금은 국민 저항이 거세기에 사회적 합의 없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현 세금체계로도 충분히 서민들에게 불리하다. 그것은 마치 복리처럼 시간이 지날수록 서민들을 더 불리하게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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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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