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크런치 모드’는 게임 업체들이 신작 게임 출시를 앞두고 게임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야근, 주말근무 등 강도 높은 집중근무를 실시하는 것으로 게임 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는 용어다.
최근 대형 게임회사 넷마블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크런치 모드’ 때문에 사망한 사실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근로복지공단의 해석이 나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이처럼 게임업계의 비인간적이고 혹독한 근무환경은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조사한 게임회사 ‘위메이드 아이오’의 크런치 근무 방식의 경우 ▲기간은 4월부터 11월 약 8개월 ▲평일 근무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21시까지 11시간 ▲평일 저녁식사 시간은 18시 30분부터 19시까지 30분간 ▲공휴일‧토요일 정상근무 오전 10시부터 오후 19시까지 9시간으로 살인적인 스케쥴로 진행됐다.
흔히 게임‧IT 업계 전‧현직 근로자들이 말하는 직원을 갈아넣어 게임을 만든다는 표현이 그대로 어울린다.
또 지난해 11월 ‘크런치 모드’로 인해 심장동맥경화가 발생해 사망한 넷마블 직원 A씨의 경우 발병 4주 전 한 주간 근무시간이 78시간(1일 평균 11.5시간), 발병 7주 전 1주일간은 89시간(1일 평균 12.7시간)을 일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처럼 혹독한 근무환경으로 인해 넷마블은 업계 근로자들 사이에서 항상 사무실 불이 야근에 의해 꺼지지 않는다며 ‘구로의 등대’로 불리기도 한다.
게임 회사들 대부분이 크런치 모드를 관행처럼 직원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국내 유명 게임 개발자인 S씨는 게임 관련 주제 좌담회에서 “매일 꼬박 정시 출·퇴근하면 좋은 결과물(게임)을 낼 수 없다. 세상에 그런 것은 없다”며 “야근이 많아서 어쩌고저쩌고 하는 애들은 생각을 고쳐 먹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흔히 윗선이라고 하는 회사 대표‧유명 개발자들이 직원들의 근무환경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 지 여실히 보여준 사례다.
국내 게임회사들의 혹독한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정부 당국의 고강도 조사와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과로사 입증책임은 노동자에게 있으나 근태 기록은 회사가 한다. 넷마블 ‘크런치 모드’ 사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사태를 조사했던 이정미 의원 측도 회사 측 기록 접근이 힘들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의료사고의 경우 입증 책임은 의사에게 있듯이 근로자들의 과로사 입증책임도 고용자에게 부여하도록 관련법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주당 근로시간 현행 최장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공약을 내걸었다. 공약이행을 위해 지난 5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폐기 보다는 법 개정을 통해 추진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OECD기준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근무시간이 많은 나라다. 게임‧IT업계 뿐만이 아닌 전 산업 분야의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그동안 이뤄졌던 비정상적인 근무실태조사가 선행된 후 이에 대한 방안들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