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코스닥 시장에 대한 구조 정비에 착수했다. 부실 및 한계 기업의 퇴출 속도를 높여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취지다. 이재명 대통령의 ‘썩은 상품’ 발언 이후 불과 2주 만에 상장폐지 제도 전면 손질에 나서면서 코스닥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금융위원회는 12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상장 유지 요건을 강화하고, 퇴출 절차를 앞당겨 집행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올해 상장 폐지 대상 기업은 약 150개사 내외로 추산된다. 당초 예상치(50개 안팎)보다 100개가량 늘어난 규모다.
또한 이번 개편의 가장 큰 화는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의 신설이다. 일정 기간 주가 1000원 미만 상태가 지속될 경우 상장 유지가 어려워진다. 여기에 시가총액 기준 상향 일정을 앞당기고, 완전자본잠식 기업을 반기 기준으로 심사 대상에 포함했다.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도 강화했다. 공시벌점 기준은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졌고, 중대·고의적 위반은 1회만으로도 상장폐지 대상이 되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이 도입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신뢰받는 시장으로 대도약하기 위해 더 빠르고 더 엄정한 부실기업 퇴출이 필요하다”며 “부실기업이 연명할 경우 전반적인 시장 신뢰를 저해한다. 불공정거래에 악용되는 등 심각한 투자자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를 빠르게 개선하겠다”며 부실기업 존속이 시장 전반 신뢰를 훼손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 코스닥 활성화 전략의 방향을 ‘다사다’으로 제시하고 있다. 기업의 진입과 퇴출이 활발히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이며, 퇴출을 미루기보다 조기에 정리해 혁신 기업이 자리를 대체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권 부위원장은 “사실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한다”며 “오랜 기간 거래소와 코스닥의 동전주가 작전주가 되었다는 건 모두 아는 이야기”라며 “지금도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기에 어느 시점에는 결단을 내려 확실히 정리하는 게 대한민국 자본시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코스닥 시장을 ‘동맥경화’ 상태에 비유하기도 했다. 권 부위원장은 “현재 코스닥 시장은 동맥경화 상태”라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국제적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 새 정부 들어서도 동전주, 부실기업 퇴출을 지속적으로 이야기했기에 어떻게 보면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있었던 셈”이라고 설명했다.
◇ 저평가 기업 우려엔 “유연하게”…나스닥과 비교는 선 긋기
다만 그는 동전주 중에서 펀더멘털이 양호하지만, 저평가된 기업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제도 운영의 유연성을 시사했다. 권 부위원장은 “주가가 낮지만 시가총액이 큰 기업들도 있을 수 있다. 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유연한 제도를 만들 생각”이라며 “다만 시가총액이 낮거나 주가 수준이 액면가 미만으로 장기간 방치되는 기업들이 있다. 이런 기업들은 거래량도 많지 않은데, 일시에 거래가 몰려서 주가에 변동성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부실 상장 기업들은 정리하는 것이 시장 건전성이나 투자자 보호에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미국 나스닥 대비 규제가 강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나스닥과 비교하면 강한 측면도 있고 약한 측면도 있다. 우리는 유예 기간이 90거래일 동안 45일 연속인데, 나스닥과 비교하면 좀 짧은 측면이 있어 우리가 그 부분은 강하다”며 “나스닥과 기계적으로 비교하기 보단 지금 시점에서 부실기업을 신속 조기에 정리하기 위해 외국 사례들을 참조해서 기준을 만들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했고, 구체적인 내용은 나라마다 다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 상장폐지돼도 6개월 거래 가능…“집행은 원칙대로”
상장폐지 이후 기업과 투자자를 위한 보완 장치도 갖춰뒀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그는 “당연히 마련돼 있다. 올해 1월부터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비상장 주식 장외시장 K-OTC가 있다. 거기에 상장폐지기업부를 신설했다. 상장폐지가 되더라도 K-OTC에서 6개월간 거래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에게 환금성을 제공하고, 기업이 다시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요건이 되면 K-OTC 정식 종목이 되고, 또 좋은 성과를 내면 다시 코스닥으로 갈 수 있는 사다리가 마련돼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권 부위원장은 “그간 우리가 상장폐지를 주저한 이유는 투자자들의 반발이 굉장히 심하기 때문에 소극적이었던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진정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규정에 정해진 대로 신속하게 하는 게 맞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거시경제금융회의 관련 기사를 공유하며 “증권거래소는 일종의 백화점이다. 상품 가치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냐.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좋은 신상품을 신속 도입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고 언급, 코스닥 내 부실기업 정리를 주문했다.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은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금융위는 세부 기준 설계 과정에서 거래소와 기업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퇴출 규모가 확대되는 만큼 단기적 충격은 불가피하겠지만, 당국은 이를 ‘신뢰 회복을 위한 구조적 정비’로 규정하고 있다. 시장은 실제 집행 과정에서의 일관성과 속도를 주목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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