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지주 회장 연임 여부를 가르는 최종 판단 권한이 사외이사 중심 이사회에서 주주들이 참여하는 주주총회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연임 안건에 대한 주주 동의 절차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요 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영향력 확대 가능성도 거론된다.
현재 금융당국은 연임 안건을 일반결의가 아닌 특별결의로 격상하거나, 회장 후보 확정 단계부터 주주 판단을 반영하는 방식 등 여러 시나리오를 함께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제도 변화가 현실화될 경우 금융지주 지배구조 전반에 적잖은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개최된 금융권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서 이사회 중심의 연임 결정 구조를 재검토할 필요성을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TF는 금융사 이사회 운영, CEO 승계 절차 및 성과보수 체계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기구로 당국은 오는 3월까지 금융권 지배구조 제도 개선 초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필요할 경우 그간 업권 자율에 맡긴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넘어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개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TF 회의에서는 금융지주 회장 연임 절차가 주요 쟁점 중 하나로 부각됐다. 현재 금융지주 회장은 사외이사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단독 후보를 추천하면, 이사회 의결과 주주총회 일반결의를 거쳐 연임이 확정된다. 일반결의는 출석 주주의 과반수와 발행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만 있으면 통과돼, 연임 여부가 사실상 이사회 판단에 좌우된다는 지적이 반복돼 왔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구조가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재임과 내부 권력 고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연임 안건을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처리하는 방안이 하나의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특별결의가 적용되면 출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해 연임 요건은 한층 엄격해진다.
이와 함께 연임 판단 시점과 범위 자체를 바꾸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지금처럼 이사회가 최종 후보를 확정한 뒤 주주총회에서 형식적으로 승인받는 구조 대신, 후보 선정 단계부터 주주총회 의결을 거치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주주총회는 단순 추인기구가 아니라 CEO 선임의 실질적 결정 주체가 된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TF 회의에서 “은행 지주회사는 소유가 분산된 구조인 만큼 회장 선임과 연임 과정에서 투명성과 개방성이 특히 중요하다”며 “CEO 연임에 대해선 주주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향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나아가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방향으로 제도 변화가 이뤄질 경우 국민연금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의 최대주주로, 연임 안건이 특별결의로 전환되거나 후보 확정 단계부터 주주 의결을 거치게 되면 의결권 행사 비중이 한층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금융권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의 주주 권한 강화 기조에는 공감하면서도,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제도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는 데 대한 부담도 적지 않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취재진에 “연임에 대한 주주 판단을 강화하겠다는 방향성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제도 설계 방식에 따라 경영 연속성과 승계 예측 가능성이 흔들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주요 금융지주 지배구조 특별 점검 결과와 TF 논의를 종합해 최종 개선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향후 제도 개편이 시행되면 금융지주 회장 연임 여부를 둘러싼 판단 기준과 절차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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