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케이뱅크가 코스피 상장 이후 한 달여 만에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표면적으로는 직원 선택권을 넓히는 제도 도입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를 상장 이후 경영 기조 변화를 가늠할 수 있는 신호로 보고 있다. 시점상 상장 전과 후의 우선순위가 달라졌을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상장 이전에는 성장성과 외형 확대를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설명해 왔다면, 상장 이후에는 수익성과 비용 구조 등 내실 관리 비중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케이뱅크는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케이뱅크 임직원 수는 578명이며, 이번 희망퇴직에 따른 감원 폭은 조직 규모를 고려할 때 두 자릿수 안팎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번 희망퇴직의 의미는 단순한 인력 감축 여부보다 시점에 있다는 해석이 많다. 케이뱅크는 여러 차례 도전 끝에 증시 입성에 성공했고, 그 과정에서 성장성과 확장성을 시장에 설득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인터넷전문은행으로서의 성장 잠재력, 플랫폼 기반 비이자 사업 확장, 기업대출 확대 가능성 등이 대표적인 투자 포인트로 제시됐다.
하지만 상장 이후 주가는 공모가를 밑도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3월 5일 코스피에 상장한 케이뱅크 주가는 최근 공모가(8300원) 대비 약 20~30% 낮은 5000~60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실적과 수익성 지표도 기대 대비 다소 아쉬운 흐름을 보였다. 케이뱅크 당기순이익은 2024년 1281억원에서 2025년 1126억원으로 줄었고, 순이자마진(NIM)은 1.91%에서 1.40%까지 하락했다.
여기에 비용 부담도 가상자산 예치금 부분에서 빠르게 확대됐다. 업비트 예치금 관련 이자비용이 연간 1000억원을 웃도는 수준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수급 측면에서도 변수가 남아있다. 상장 당시 일정 기간 팔지 못하도록 묶여 있던 주식이 6월부터 순차적으로 거래 가능해지면서, 9월까지 약 1억1900만주(전체의 약 29.3%)가 시장에 나올 수 있어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 상장 이후 달라진 과제…성장에서 효율로
이런 흐름 속에서 창사 이래 처음 단행된 희망퇴직은, 케이뱅크의 경영 기조가 성장에서 비용·효율 중심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은행가의 평가다.
인력과 비용 구조 전반을 다시 조정하는 단계에 들어간 셈인데, 몸집을 키우는 전략만으로는 투자자의 신뢰를 붙잡기 어려워진 만큼 비용 구조와 인력 운영 방식까지 점검하는 단계로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단순한 인사 이벤트가 아니라 조직 재배치의 출발점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인터넷은행은 전통 은행보다 조직이 젊고 직무 이동이 활발해, 희망퇴직이 곧바로 구조조정으로 읽히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상장 직후라는 시점은 가볍지 않다. 성장 둔화 구간에서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인력과 조직 운영 조정이 불가피하다. 이번 조치도 같은 맥락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장 이후에는 성장보다 수익성 관리가 우선순위로 올라온다”며 “인력 운영을 포함한 비용 구조 조정이 뒤따르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전했다.
케이뱅크 측은 이번 희망퇴직 도입 취지가 생애 설계와 커리어 전환을 지원하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상시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도입해 올해부터 시행할 예정이며, 일정 요건을 충족한 직원을 대상으로 제2의 인생 설계를 돕는 선택적 복지 형태로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전 과정은 개인의 자발적 의사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결국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케이뱅크가 상장 이후 어떤 은행이 될 것인가에 맞춰져 있다. 성장 기대만으로 평가받던 구간은 지나갔고, 이제는 수익 구조의 안정성과 비용 통제 능력, 새로운 사업 모델의 실현 가능성을 숫자로 보여줘야 하는 시점이다. 이번 희망퇴직은 변화 방향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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