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다주택자 대출 사각지대 걷어낸다…‘연장’도 관리 대상

2026.02.23 18:18:17

신규 대출 이어 만기 연장까지 규제 범위 확대
레버리지 전략 흔들리나…시장 전반 조정 가능성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당국의 다주택자 가계대출 관리 기조가 신규 대출 억제에서 기존 대출까지 제한하는 방향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간 상대적으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였던 다주택자의 대출 만기 연장 관행이 정조준되면서, 규제의 파장이 상호금융권으로 번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책 전환의 핵심은 ‘연장’이라는 이름으로 유지돼 온 기존 대출을 더 이상 관성적으로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의 기존 대출 연장과 대환에도 신규 대출과 동일한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하면서, 금융당국의 대응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24일 5대 은행과 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을 소집해 다주택자 대출 연장 관행 개선을 위한 3차 회의를 연다. 앞선 회의가 현황 점검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실제 실행 가능한 규제 시나리오를 놓고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 ‘연장=관리대상’ 전환…아파트부터 조이는 시나리오

 


이번 정책 논의의 중심에는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대출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놓여있다. 현재 수도권과 규제지역에서는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사실상 막혀 있지만,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은 관행적으로 허용돼 왔다. 당국은 이 지점을 규제의 사각지대로 보고 있다.

 

유력하게 검토 중인 방안 가운데 하나로, 신규 대출과 함께 대출 연장을 전면 금지하는 규제가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시장 충격을 고려해 아파트 등 특정 주택 유형으로 대상을 한정하거나, 즉각적인 상환 대신 분할 상환을 유도하는 완충 장치를 병행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이 대통령은 지난 20일 엑스(X·옛 트위터)에 “기존 다주택자에 대한 대출 연장이나 대환대출도 신규 다주택 구입에 가하는 규제와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을까”라며 확실한 규제 수단 모색을 공개적으로 주문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연장 심사 기준이 바뀌는 순간 차주의 선택지가 급격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예컨대 규제지역 아파트를 레버리지로 보유한 차주의 경우 대환이나 추가 차입이 사실상 막히면, 현금 상환이나 매각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연장 단계에서 규제가 강화되면 차주 개인의 문제를 넘어 매각 압박이 시장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부담이 커지고, 중장기적으로는 거래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 상호금융 ‘풍선효과’ 차단…임대사업자 대출도 조준

 

이처럼 다주택자의 대출 연장까지 관리 대상으로 묶겠다는 당국의 신호가 분명해지고 있는 가운데, 연장 규제가 실행될 경우 자금이 어디로 이동할지에 대한 문제의식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을 벗어난 대출이 상호금융권으로 흘러드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은행권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과정에서 그 증가세가 2금융권으로 옮겨붙었고, 그 중심에 상호금융이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실제 지난달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감소한 반면, 상호금융을 중심으로 한 2금융권에서는 큰 폭의 증가세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권도 선제적인 대출 조이기에 나선 상태다. 새마을금고와 신협중앙회는 이미 대출모집인을 통한 가계대출을 중단했고, 농협중앙회 역시 같은 방향의 조치를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상대적으로 관리가 느슨했던 임대사업자 대출도 당국의 핵심 점검 대상으로 떠올랐다. 은행권에서는 신규 취급 시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을 엄격하게 적용해왔지만, 만기 연장 과정에서는 형식적인 점검에 그쳤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연장 심사 때 RTI를 다시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중이다.

 

이를 두고 현장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만기 연장이 까다로워지면 임대사업자가 상환 부담을 임대료 인상이나 전세의 월세 전환으로 넘길 수 있고, 자금 조달이 막힌 일부 차주는 급매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만기 연장을 앞둔 다주택자 고객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며 “당국 공식 지침이 나오지 않았고 내부 기준도 정리되지 않아 현 단계에선 명확한 답을 주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업권별·차주 유형별 대출 현황을 정밀하게 파악한 뒤 세부 규제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상호금융권은 조합 수가 많아 통계 취합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기준 정리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간 금융당국의 다주택자 규제는 신규 대출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왔지만, 최근 들어 기존 대출이 어떤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는지로 관리 범위가 이동하고 있다. 연장 단계까지 관리 대상에 포함될 경우 가계부채 문제는 단순한 ‘확대 억제’를 넘어 ‘구조 재편’의 영역으로 성격이 달라진다.

 

또한 만기 연장을 전제로 유지돼 온 레버리지 전략이 흔들린다면 대출·매각·임대 시장 전반에 연쇄적인 조정 압력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향후 정책 설계의 세부 기준이 어떻게 설정되느냐가 시장 충격의 크기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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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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