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안종명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의 IEEPA(국제비상경제권한법) 관세 무효 판결로 한국 수출 기업들에게 수천억 원대의 관세 환급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실질적인 ‘현금 회수’를 위해서는 지금이 유일한 골든타임이라는 경고가 잇따른다.
미국 세관의 공식 절차가 정리되지 않은 공백 상태에서, 환급 권리가 시효에 따라 소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민호 대문관세법인 대표 관세사는 8일 삼일아이닷컴에서 개최한 '상호관세 환급 및 대응 전략' 특강에서 “IEEPA 관세 환급은 법적으로 권리가 존재하지만, 미 세관의 후속 지침만 기다리다 보면 행정 시효가 지나 권리를 잃게 된다”며 “기업이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실전 전략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 세 가지 트랙으로 자산 회수…“동시 추진 원칙” |
신 관세사는 이번 환급 사태를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닌 ‘자산 회수전(戰)’으로 정의했다. 그는 관세 확정, 청산(Liquidation) 전에, PSC(정정신고), Protest(이의신청), CIT 소송 등 세 가지 트랙을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각 수입건별 Liquidation 2~3주 전에는 반드시 PSC를 제출해야 한다”며 “미국 관세사(Customs Broker)와 데이터를 공유해 Liquidation을 일시 정지시키는 기술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확정된 건은 180일 이내 이의 신청을 제기해야 하며, 기한이 지나면 행정 구제는 불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모든 행정 절차가 끝난 건은 국제무역법원(CIT)을 통한 법적 소송으로 돌려받는 방법밖에 없다.
신 관세사는 “기업들이 CIT 소송을 ‘최후의 보루’로만 생각하면 안 된다"라면서 "소송 참여 권한 자체를 확보하지 못하면, 환급금의 100%를 포기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DDP 거래의 회색지대…“비용은 한국, 환급은 미국” |
문제는 DDP(관세지급인도) 조건으로 납품한 수출기업들이다. 이들은 실제로 관세를 부담했지만, 미국 세관은 환급금을 미국 내 ‘서류상 납세의무자(IOR)’인 수입자 명의로만 지급한다. 환급금이 본래 비용 부담자인 한국 기업에 돌아오지 않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신 관세사는 “DDP 거래에서는 실질적인 납세자와 법적 환급권자가 다르다”며 “미국 수입자 입장에서는 가만히 있어도 ‘공돈’이 생기는 구조라, 수출기업이 나서지 않으면 환급금은 그대로 미국 기업 주머니로 들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환급금 귀속에 대한 사후 합의서 체결 ▲환급 신청 대행 서비스 제안 ▲이익 공유 계약 등 ‘수입자 설득형 상업 협상 모델’을 제시했다.
| CFO가 주도하는 ‘4-Party 컨소시엄’…“재무·법률·관세의 통합전략” |
신 관세사는 미국의 관세 리스크 등을 “관세사가 혼자 풀 수 없는 종합전략 이슈”로 봤다. 환급 절차를 단순 회계 항목으로 접근하는 순간, 이전가격(TP) 정책 훼손이나 재무제표 왜곡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급박한 경제 흐름으로 인한 기업 손실을 막기 위해 CFO-회계사-세무사-변호사-관세사가 함께 협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총괄 지휘(CFO)가 환급 가능 규모를 산정해 유동성 전략에 반영하고, 회계사와 세무사는 이전가격 정책 보호를, 변호사는 환급금 배분 합의서의 법적 효력 검토를 진행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 관세사는 "전문가들이 각자 자기 언어로만 일하면 환급 리스크의 인과관계를 놓치게 된다"라면서 "이를 하나의 실행 구조로 통합하지 않으면, 실제 환급금의 10~20%밖에 회수하지 못할 것”이라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 “잠자고 있는 현금 자산화할 마지막 기회” |
현재 일부 글로벌 로펌과 관세법인들이 이미 미국 내 집단소송(CIT class action) 선점을 시도하고 있다. 신민호 관세사는 “지금은 역사상 관세사가 가장 전략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시기”라며 “IEEPA 환급은 단순히 돌려받는 돈이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위기 시대의 자금력 확보 수단”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설명회에 참석한 이전오 교수(성균관대학교 명예 교수, 관세청 자체평가위원장)는 신민호 관세사의 설명회에 대해 “복잡한 통상·법률 이슈를 기업 현장에 즉시 적용 가능한 실전 전략으로 풀어낸 탁월한 강연”이라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특히 “권리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받지 못한다는 조세법의 원칙처럼, 기업들이 미 세관의 지침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한다”며, “신 관세사가 제시한 ‘4-Party 컨소시엄’ 모델은 급변하는 트럼프 2.0 시대에 우리 기업들이 재무적 손실을 막고 자산권을 수호하기 위해 반드시 도입해야 할 통합 시스템”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신민호 관세사는 약 31년 경력의 통상·관세 전문가로 관세청 서울세관 납부심사 등 주요 부서를 거쳤으며, 25년간 관세·통상 실무 및 기업 자문을 수행해왔다.
미중 무역 분쟁, 글로벌 관세 리스크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 출간한 저서로는 삼일아이닷컴이 출간한 '트럼프 2.0의 경고: 관세 전쟁 속 Made in Korea 생존 전략',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 등을 발간했다. 특히 '2026 쇼크: 공급망은 이미 전쟁터다'는 2026년 한국경제신문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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