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금리만으로는 한계”…이창용이 남긴 4년의 결론

2026.04.20 18:16:08

사상 첫 빅스텝·장기 동결 병행
구조개혁 없인 정책 효과 제약 판단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4년 임기를 마치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남긴 마지막 메시지는 명확했다. “금리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가 얻은 결론은 통화정책의 한계와 구조개혁의 필요성이었다.

 

20일 임기를 마친 이 총재는 이임사를 통해 “지난 4년은 우리가 예상했던 범위 안에서의 시간이 아닌 그 경계를 끊임없이 넘어야 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하면서 “통화 및 재정정책만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이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통화정책의 효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그의 임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위기의 연속이었다. 취임 직후부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발 인플레이션, 레고랜드 사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 굵직한 충격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에 한은은 기준금리를 연 3.5%까지 끌어올리는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고 이후 장기간 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정책 대응의 폭이 컸다. 그 사이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환율 불안, 글로벌 통상 변수가 복합적으로 얽히며 정책 선택의 난도는 높아졌다.

 

이 총재는 이런 환경 속에서 통화·재정정책만으로 경제를 안정시키기 어려워진 구조적 변화를 체감했다고 봤다. 과거처럼 금리 조정이나 외환시장 개입만으로 시장을 다루기 어려워진 환경이라는 판단이다.

 

그는 외환시장의 변화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외국인 자금 흐름에 크게 좌우되던 시장이 이제는 국내 기업과 개인투자자, 연기금까지 영향력이 확대된 구조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제도적 개선 없이 외환시장 개입이나 금리정책만으로 환율을 관리하려 하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재임 기간 내내 이어진 구조개혁 드라이브로 연결됐다. 그가 중앙은행의 전통적 역할을 넘어 교육과 노동, 연금 등 구조적 의제까지 적극적으로 언급한 배경이다.

 

정책만큼이나 소통 방식도 달라졌다. 금통위원 금리 전망을 공개하는 이른바 ‘K-점도표’를 도입하고, 메시지도 한층 직설적으로 바꿨다. 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끌어올리려는 조치다.

 

그는 성과에 대한 자평도 남겼다. 이 총재는 물가 안정과 금융시장 대응, 가계부채 관리 등을 주요 성과로 꼽으며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금리정책을 통해 주요 중앙은행보다 먼저 2%대 목표 수준으로 되돌린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의 정책 판단을 둘러싸고 엇갈린 평가도 나온다. 금리 인상 및 인하 시점을 두고 ‘실기론’이 반복적으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그는 개인적 경험을 섞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당시) 물가뿐 아니라 금융 안정을 고려해 금리를 낮추지 않은 것이라고 이야기하는데도 한동안 계속 실기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헬스장에서 사우나를 하다가도 지나가는 사람이 왜 금리를 빨리 내려야 하는데 안낮추냐고 혼을 냈는데, 그런 점이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지금은 거꾸로 정권이 바뀌니 갑자기 톤이 바뀌어서 금리를 너무 낮춰 환율과 부동산 시장이 튀었다고 한다”며 “양쪽으로 비난받는 것을 보니 중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금통위원들이 잘 결정해 주신 것 같다”고 부연했다.

 

이 총재는 향후 계획에 대해 “(한은을) 나가서도 계속해왔던 것처럼 경제 평론, 자문 활동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개인 유튜브 채널 개설설에 대해선 “농담을 한 것을 진담처럼 쓴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한편 후임으로는 신현송 교수가 지명돼 국회 인사청문 절차를 마친 상태다. 이 총재는 “능력 있는 분을 모셨으니 빨리 절차가 잘 처리되면 좋겠다”며 “신 후보자는 지난 4년간 오히려 내가 하는 정책에 조언을 주시고 도움을 줬던 분이라, 내가 조언을 드릴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이 총재 체제의 4년은 금리의 시대에서 구조의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요약된다. 금리만으로 대응이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중앙은행의 역할을 어디까지 넓혀야 하는지가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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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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