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자영업자가 일자리 안정자금을 외쳐야 하는 이유

2018.08.09 10:20:00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최저임금의 수혜층은 주로 소득 하위 20%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1분기 소득 5분위 근로자의 가구당 소득을 보면, 1분위 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근로소득은 159만8984원으로 올해 최저시급인 157만3770원과 거의 일치한다.

 

이들은 주로 15세~34세의 저숙련 노동자인데, 그렇지 않아도 일자리가 없는 가운데 초임소득 자체마저 낮으면, 결혼과 자산형성의 기회에서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다. 차후 고령층 은퇴 시 세대교체도 어렵다. 문재인 정부가 청년빈곤 문제를 ‘재앙’이라고 말하는 건 결코 과장이 아니다.

 

최저임금에 대한 최근의 실험은 미국 시애틀에서 있었다. 2015년 시급을 9.47달러에서 2018년 15달러로 무려 58.4%나 인상했다. 3년간 연간 평균 인상률은 19.5%로 최근 한국의 임금상승률 보다 높은데 오히려 도시의 생산력, 고용률이 늘었다.

 

이 점은 단순히 최저임금이 인상률보다 최저임금의 금액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학자들 사이에서 이견이 있으나, 국제적으로 주로 중위임금의 50%에 동의하고 있다. 한국의 경우 지난 정부에선 30~40%대 수준이었는데,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지난 대선에서 거의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을 제시한 것은 OECD 평균값이라도 맞춰보자는 것이었고, 현 정부는 이를 지키려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자영업자의 반발이 극심한데 정부가 소홀히 준비한 것은 아니다.

 

시애틀은 부담능력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했는데 한국은 역시 마찬가지의 처방을 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이다.

 

2016년 최저임금은 월 135만2230원, 2017년은 157만3770원인데, 정부는 일자리 안정자금이란 명목으로 영세업체에 한해 13만원을 일괄지급해 자영업자 부담을 22만원에서 10만원으로 억제했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16.4%라도 체감은 8%선이 되는데, 이는 지난 정부의 최저임금 상승률 수준 정도다. 뿐만 아니라 사회보험료 지원도 강화했다.

 

편의점주, 고용자 단체, 사용자 단체, 누구도 최저임금에 대해 문제제기할 수 있다. 그러나 무조건식 거부나 비판보다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가 더욱 중요하다. 일자리 안정자금 강화에 좀 더 관심 가져야 하는 이유다.

 

편의점을 예로 든다면, 편의점은 구조적 문제가 많이 끼어 있다.

 

2013년 거제도 편의점주 자살사건의 원인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가맹본부의 무리한 입점전략과 불공정한 가맹계약 때문이었다. 당시 편의점 협회 관계자는 취재과정에서 지난 정부가 가맹본부의 횡포를 묵인해준 것을 넘어서 출점제한을 풀어버림으로써 더 횡포를 부리기 좋게 만들어 줬다고 비판했다.

 

편의점은 경쟁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경쟁자가 망하지 않는 한 저매출, 고비용에 직면하게 되어 있다. 알바에게 돈을 많이 준다고 해서, 생산성의 향상이 올라가지 않기에 고용주는 비용증가에 반발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최저임금이 편의점 포화의 원인은 아니기에 최저임금을 내린다고 해도 자영업자 사정이 나아질 수 없다.

 

정부입장에서도 최저임금 관련 두 가지 조치밖에 해줄 수 없다. 일자리 안정자금을 강화하면서 최저임금 인상률의 폭을 조절하는 것이다. 특히 일자리 안정자금은 사용자, 고용자 단체 어디서도 반대하지 않는다.

 

사실 일자리 안정자금도 완전한 제도는 아니다. 최저임금 준수 여부와 무관하게 사업자들에게 말 그대로 뿌려주는 돈이라는 점에서 실제 근로자 임금증대에 영향을 안 줄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자영업자와 정부 당국의 논의가 필요하다. 고용자의 부담을 줄이고, 하위 20% 임금상승에 기여하는 방법 말이다.

 

정말 이 논의가 중요한 이유는 자영업자를 당장 도울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유효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일자리 안정자금은 도입 전 국회의 반대로 국정마비의 원인으로 낙인찍혔고, 일부 언론에서는 무용론까지 내놓고 있다. 시애틀의 교훈이 여기서는 골칫덩어리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 상황에서 자영업자와 청년빈곤층을 동시에 도울 방법은 일자리 안정자금 뿐이다. 일자리 안정자금이 무산되면, 자영업자 청년빈곤층, 정부 모두가 피해를 입는다. 최저임금이 낮아지면 청년이 무너진다. 차라리 지원을 강화해달라고 요구하는 게 낫다. 무조건 반대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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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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