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사정사 선임 비용, 부담은 누구에게?

2019.05.28 16:19:34

해 넘긴 손해사정 제도 개선안…상법 해석 여부 놓고 입장차 ‘팽팽’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금융당국의 손해사정 제도 개선 시행 예정일이 연기된 가운데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의 책임 주체를 놓고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의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 책임이 보험사에 있다는 상법 규정에도 불구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이를 무시하고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보험업계는 상법이 보험사의 비용 부담 의무가 자체 손해사정사 선임에 한정되어 있다는 의미임에도 불구, 소비자단체가 이를 곡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입법예고를 통해 올해 하반기 적용될 예정이던 ‘공정한 손해사정 질서 확립방안’ 시행일을 내년 1월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윤곽이 드러난 개선안은 당초 금융당국이 발표했던 틀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손해사정사 선임에 대한 기준을 보험사가 정하는 것은 물론 적용범위 역시 우선 실손보험에 한정된 상태다.

 

기존안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개선안 도입이 연기된 배경에는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 부담 책임을 놓고 소비자단체와 보험업계가 벌이고 있는 날선 대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소비자에게 무제한적인 손해사정사 선임 권한을 부여할 것을 요구하는 소비자단체와 이를 완고하게 거부하는 보험업계의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정책 시행일이 미뤄졌다는 것이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손해사정을 통해 소비자에게 지급해야 할 적정 보험금을 판단한다. 문제는 이를 수행하는 손해사정사를 누가 선임하는지에 따라 비용 부담이 각기 달랐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소비자와 합의해 손해사정사를 스스로 정할 경우 그 비용을 지불해왔으나 소비자가 이에 불복해 개별적으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할 경우 선임비를 부담하지 않았다.

 

“보험사가 선임한 손해사정사의 사정 결과에 소비자가 승복하지 않을 경우” 선임 비용을 고객이 부담하도록 정한 보험업감독규정 제9-16조가 그 근거였다.

 

소비자단체는 바로 이 같은 보험업감독규정을 맹비난하고 있다. 보험업 감독규정의 상위법인 상법에서 선임비용의 주체를 보험사로 명시하고 있음에도 보험업계가 무시하고 있으며 금융당국 역시 이를 방조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상법 672조 제2항은 “손해액 산정에 관한 비용은 보험자(보험사)의 부담으로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합의에 의한 손해사정사 선임은 물론 소비자가 별도로 손해사정사를 선임해도 이에 대한 비용 지불의 의무는 보험사에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소비자단체의 입장에선 상법을 무시한 보험업계의 보험업감독규정 적용으로 소비자들이 선임 비용 부담에 가로막혀 손해사정사 선임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보험업계 역시 물러서지 않고 있다. 보험금 지급 절차의 일부인 손해사정은 보험사의 고유 업무이며 상법이 정한 ‘보험자 비용 부담’ 역시 이 같은 업무에만 적용된다는 설명이다.

 

상법상 보험사가 손해사정 업무를 담당하는 손해사정사에게 비용을 지불해야할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는 어디까지나 업무상 필요로 선임한 경우에만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이와 관련해 대법원이 2013년 내린 판례를 내세우고 있다. 손해사정비 부담 책임을 놓고 대립하던 부산항만공사와 해운조합 중 보험자였던 해운조합의 손을 들어줬던 판결이다.

 

당시 해운조합은 자사 공제 가입 선박이 부산항만공사가 관리한 시설물에 파손을 입자 선박 소유자에게 손해사정비용을 지불한 뒤 항만공사 측에 구상권을 청구했었다.

 

항만공사 측은 손해사정 비용 지급 책임이 상법상 보험자에 해당하는 해운조합에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으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상법이 규정한 ‘손해액의 산정에 대한 비용’은 보험금을 수령 받는 소비자가 아닌 보험자의 업무상 발생한 비용이며 해운조합이 이를 부담할 책임이 없다는 해석이었다.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 보험업계의 논리대로라면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 자체는 고유 권한으로 막을 수 없으나 그 비용은 어디까지나 소비자가 부담해야 했던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리적으로 상법상 보험자가 지는 손해사정 비용 부담 책임은 보험자의 업무상 발생한 비용으로 해석된다”며 “소비자의 자체 손해사정사 선임은 자유나 그 비용을 무조건 보험사가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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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석 기자 welcome@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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