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설계사 이직제한 기준 “그때 그때 달라요~”

2019.11.07 01:19:30

승환계약 방지 명분 이직 제한…GA→전속 이동은 '엿장수 맘대로'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보험설계사들의 이직을 제한하는 보험업계의 관행이 보험사 및 GA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들쑥날쑥하게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승환계약 방지를 명분으로 3년간 이직 제한 횟수를 3회로 엄격히 유지하고 있으나 GA소속 설계사가 보험사 전속설계사로 이직할 경우 이를 지키지 않는 사례가 비일비재 하다는 것.

 

이직 제한 자체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소비자 보호라는 강력한 명분으로 유지되어 왔다는 점에서, 일관되지 못한 적용 기준에 대한 구설수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철새 설계사 및 불완전판매 등의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시행되고 있는 이직 제한 제도를 보험업계가 통일된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자율협약 등을 통해 3년 이내 3회 이상 회사를 옮긴 설계사는 위촉하지 않고 있다. 잦은 이직이 이전 고객에 대한 승환계약을 조장할 수 있으며 고아계약을 양산, 소비자에게 피해를 입힐 우려가 크다는 주장이 힘을 얻었기 때문이다.

 

설계사 단체들은 국민권익위원회 및 공정거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전체 설계사와 보험업계를 대상으론 개선 주체를 특정 지을 수 없다는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다.

 

당시 권익위는 설계사들의 민원 자체를 접수하지 않았다. 특정 설계사와 회사 사이의 문제가 아닌 설계사 전체와 보험업계를 대상으로 코드 발급 문제를 판단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공정거래위원회 또한 해당 민원을 금융감독원에 이관하면서 설계사의 직업 선택 자유 침해 문제에서는 한 발짝 물러섰다. 설계사·보험업계 간의 불공정행위 문제는 사적 계약인 위촉계약상의 문제로 이는 공정위가 아닌 금감원의 소관 사항이라는 판단을 내렸던 셈이다.

 

때문에 설계사들은 별도의 보험업법 위반 행위 등 제재 사유가 없다고 하더라도 쉽사리 회사를 옮기지 못하고 있다. 해당 관행이 보험사와 GA 사이에서는 물론 GA와 GA, 보험사와 보험사 사이의 전속설계사 이직에도 엄격히 유지된데 따른 결과다.

 

문제는 이 같은 원칙이 GA 소속 설계사가 보험사의 전속설계사로 이직할 경우에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데 있다. 라이나생명과 메리츠화재 TM(텔레마케팅) 조직 등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사들이 자사 전속 이직에 한해서 규정을 지키지 못한 설계사들을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전속 조직이 약한 일부 보험사의 경우 자사에서 이탈했다 다시 돌아오고자 하는 설계사에 한해 이직 횟수가 많더라도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

 

실제 설계사 단체에서는 이직 규정을 충족하지 못한 GA 설계사들이 보험사 전속으로 이직할 수 있었다는 사례가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보험업계 실무자들 원칙적으로는 불가능하나 이직 사유 등을 세부적으로 따져볼 경우 이직 자체가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근본적으로 설계사 이탈 문제가 전속설계사 조직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판매조직이 쪼그라드는 문제는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GA가 아닌, 전속조직에서 촉발된 문제였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급격히 성장한 GA는 많은 보험사의 상품을 취급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장점을 앞세워 전속 조직을 무서운 기세로 흡수했다.

 

일부 대형사를 제외하고 대다수 중소 보험사들의 전속조직이 대형 GA 1개사와도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위축되면서, 한해 매출이 GA채널의 성과에 따라 출렁이는 보험사가 적지 않게 나타난 상태다.

 

문제는 보험사 전속조직 이동만을 예외로 둘 경우 애초에 업계의 협의로 결정된 이직 제한 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가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보험업계는 이직제한 관행을 유지하는 명분으로 설계사들의 직업선택의 자유보다는 철새설계사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는 것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 없이 특정 보험사만의 결정으로 자사 전속조직 이동을 허용하는 것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주장의 당위성은 크게 흔들릴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다만 해당 보험사들은 전속 조직 육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GA 설계사 이직 제한을 완화했다는 이 같은 지적에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고 해명했다.

 

설계사 이직 제한은 법적인 강제성이 없는 보험업계의 관행에 머물러 있는데다, '잦은 이직'의 기준 역시 각 보험사와 GA 판매 채널별로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속조직의 이동 뿐 아니라 GA로의 이동 등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을 가능 성이 높은 셈이다.

 

양 보험사 관계자들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보험사의 담합 이슈로 보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명확한 기일로 정해진 불문율은 없다"며 "각 보험사마다 이직 회수의 한계를 극히 적게 허용하며 엄격하게 판단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이직이 잦더라도 불완전판매 이력이 없을 경우 위촉을 허용하는 곳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직 제한 규정이 영업조직 및 보험사의 판단으로 결국 ‘상황 따라’ 서로 달리 적용되고 있는 만큼 불투명한 이직제한 규정의 적용 기준에 대한 설계사들의 불만은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설계사 A씨는 “모든 보험사가 규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나 보험사 전속으로 이직할 경우 이직제한 규정을 리쿠르팅 조직 담당자와의 협상에 따라 회피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며 “법규도 아닌 업계 사이의 협상의 결과물인 이직 제한 규정 자체는 사실 태생적으로 적용 기준에 대한 시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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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석 기자 welcome@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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