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곽호성 기자)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8일에도 기업은행 노조의 벽에 막혀 기업은행 본점에 출근하지 못했다. 윤 행장은 지난 3일에 첫 출근 시도 이후 지금까지 출근을 못하고 있다.
노조는 청와대와 여당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이 나와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윤 행장을 ‘낙하산 행장’이라는 이유로 반대해 왔다. 윤 행장이 기업은행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보는 것.
윤 행장은 27회 행정고시 출신이다. 국내 금융권의 최고 권력자인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행시 동기이며 서울대 80학번 학과 동기다. 기획예산처에서 근무했었고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산업경제과장, 청와대 경제보좌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했었다.
금융권에선 윤 행장의 배경이 ‘변양균 사단’일수도 있다는 후문이다. 윤 행장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 라인으로 분류된다. 본래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반장식 전 청와대 일자리수석도 변양균 라인이다.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은 당시 문재인 비서실장과 함께 노무현 정부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변양균 전 실장은 경남 통영, 행시 14회 출신이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변양균 전 실장과 가깝다. 홍남기 부총리는 변양균 정책실장 밑에서 정책보좌관으로 일했었다. 홍남기 부총리는 행시 29기로 윤종원 행장보다 2기수 후배다.
청와대에서 윤 행장을 기업은행장으로 임명한 이유에 대해 금융권에는 다가오는 총선과 앞으로 있을 대선과 관련해 분석하는 이들도 있다.
기업은행장은 막대한 금액의 중소기업 대출을 관장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자리다. 이런 중요한 자리를 청와대에서 기업은행 내부인사에게 넘기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기업은행과 시중은행의 차이점에 대해 “기업은행 은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설립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중소기업 의무 대출 비중이 높다”며 “기업은행은 리스크를 안고 가고 있으며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이명박·박근혜 시대에도 낙하산 기업은행장’은 없었다고 이야기하지만 어찌 보면 당시에는 굳이 낙하산 인사를 보낼 필요가 없었다고 볼 수도 있다. 기업은행 역대 행장 중 내부인사는 조준희, 권선주, 김도진 전 행장이다.
조준희 전 행장은 이명박 대통령 시절인 2010년에 행장이 됐고 고향이 경북 상주다.
전북 전주 출신의 권선주 전 행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재임기인 2013년 12월에 행장이 됐다. 지역안배 인사와 여성이란 점이 상당한 영향을 줬다는 평이다. 여성 대통령 시대에 여성 은행장이 된 권 전 행장은 높은 성과를 올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다.
김도진 전 행장은 경북 의성 출신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인해 사회전반적으로 안정이 최우선 고려대상이었던 시절 임명됐다.
기업은행장 인사와 관련 금융권 인사들은 "기획재정부 출신 관료들이 기업은행을 놓아줄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은행 지분 구성을 보면 대한민국 정부가 압도적인 1대 주주(지분 53%)다. 여기에 국민연금의 지분을 합치면 60% 이상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윤종원 전 수석을 기업은행장으로 세운 다음 기업은행을 개혁하려는 큰 그림이 있다는 해석도 있다.
국내 은행들의 경우 예대마진 의존도가 크고 직원 평균 연령도 40대 초반 정도다. 4차산업 혁명으로 핀테크 등 기술력을 강화해야 하고 해외 진출을 더욱 활발히 하면서 선진 은행의 노하우를 더욱 열심히 배워야 하는 상황이다. 40대 후반 이상의 나이든 은행원들에게는 이런 변화가 달가운 일이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윤 행장은 과거 국내 금융권 관행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적이 있다.
그는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일하던 2018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금융 산업은 독과점 내수산업”이고 “그러다 보니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막아서 경쟁이 제약되고 (기존 금융사들은) 규제 속에서 안주하는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또 “(정부가 금융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을 둔 것이 그 분들(금융사 임직원) 월급 많이 가져가시라고 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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