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IBK기업은행장 ‘쟁탈전’...금융적폐 민낯 ‘줄대기’ 기승

2019.11.25 17:08:10

금융노조, '낙하산' 반대에 내부출신 선회...내부인사 '친문' 코드 두각

 

(조세금융신문=양학섭 기자)IBK기업은행 김도진 행장의 임기만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또 내부출신 행장이 선임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행장은 역대 3번째 내부 출신 은행장으로 기업은행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BK기업은행장은 중소기업은행법에 따라 금융위원장의 임명제청으로 청와대의 재가를 받아 임명된다. 그만큼 정부 의중이 인선의 방향을 좌우하기 때문에 물밑에선 내·외부 간 경합이 치열한 자리다. 또한 일반 시중은행처럼 별도의 행장추천위원회 등의 복잡한 절차가 없기 때문에 금융관료들이 선호하는 알짜 금융기관장 자리로 알려져 있다.

 

얼마전 기획재정부 출신의 경제관료가 수출입은행장으로 깜작 발탁된 바 있다. 자칫 중기 산업정책을 견인해야할 기업은행마저 퇴직 관료들의 자리보전 시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언론에 유력하게 거론되는 기업은행장 후보들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정은보(전 금융위 부위원장) 유광렬(금감원 수석부원장), 윤종원(전 청와대 경제수석), 최희남(한국투자공사 사장), 이병래(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전병조(전 KB증권 사장) 등 전·현직 관료들이 차고 넘친다.

 


이처럼 기업은행장 인선이 관료들의 채용박람회로 변질되고 있다. 시켜만 주면 아무나 할 수 있다는 금융경시 풍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중소기업의 혁신 성장마저 관리하겠다는 목소리에 금융권의 한 숨은 깊어만 가고 있다. 현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개혁과 인사적폐 청산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았다. 그러나 다시 관치가 주도하는 체제로 복귀하는데 채 2년도 걸리지 않았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주춤했던 관치카르텔이 금융시장 곳곳을 파고드는 속도를 보면, 그 확산성이 가히 ‘혁신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기업은행장을 정점으로 관치의 꽃이 만개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차기 기업은행장 인사가 관 주도 관행을 혁파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금융이 혁신 성장의 첨병이 되기를 요구하지만, 정작 실상은 관료들이 혁신금융의 목소리를 높이는 형국이다. 금융 관료들이 ‘전금예우’를 기반으로 시장에 진입하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라는 요구가 커지는 이유다.

 

중소기업 지원의 산실인 기업은행마저 관치리스크에 노출된다면, 기업은행은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중기금융의 관료화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만 아니라, 축적된 조직문화를 훼손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이제는 그동안 수없이 목도한 관이 주도하는 혁신성장의 패러독스에서 벗어나야할 때다. 금융기관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관료는 행정으로 지원해야만 금융의 혁신 DNA가 발화할 수 있다.

 

내부출신 후보에 대한 검증절차 역시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관치금융에 대한 접근성이 높은 인사들이 낙점된다면, 관료들이 선임되는 거나 별반 차이가 없다. 내부 승계 원칙이 확립된다고 해서 기업은행의 혁신 동력이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는 지금의 인사시스템으로는 이를 걸러내기 어렵다는 점이다.

 

내부 출신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시장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인사들도 눈에 띈다. 금융개혁을 열망하는 금융인들은 전 정권에서 임명한 현 기업은행장에 대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 출신 후보들에 대한 자질검증이 철저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다. 중소기업 정책을 지원할 수 있는 경영비전, 혁신금융을 주도할 수 있는 정책 역량 등이 내부 절차를 통해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마땅하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기업은행장을 둘러싼 인사로비, 대가성 청탁 등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나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업은행 뿐 아니라 금융권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전문성이 평가되지 않을 때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차제에, 금융위원장이 제청하는 기존의 ‘깜깜이 인사시스템’을 혁신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많다.

 

미·중 무역분쟁, 한·일 경제전쟁, 제조업 위기 등 중소기업을 둘러싼 대내외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다. 이 번 만큼은 제대로 된 기업은행장을 선임해 금융권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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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섭 기자 yhakjang@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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