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 3분기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4조4222억원) 대비 11.4% 늘어난 4조9252억원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시중금리가 떨어졌지만 대출 자산이 늘면서 30조원이 넘는 이자이익이 발생했고 비이자이익도 덩달아 성장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앞선 역대 최대 실적은 2022년 3분기(4조8876억원)로 이때 신한금융이 증권사 사옥을 매각한 금액(3220억원)이 일회성 요인으로 포함됐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3분기 실적이 사실상 역대급 이란 평가가 나온다.
금융지주별로는 KB금융이 1조6149억원을 달성했고 다음으로 신한금융(1조2386억원), 하나금융(1조1566억원), 우리금융(9160억원) 등 순이었다.
누적 기준으로도 KB금융(4조3953억원), 신한금융(3조2254억원), 하나금융(3조2254억원), 우리금융(2조6591억원) 등 순위가 동일했다. 총 14조265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3조6049억원) 대비 4.8%가 늘며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 4대 금융 모두 사상 최대 실적
리딩금융 경쟁을 벌이는 KB금융(4조3953억원)과 신한금융(3조9856억원)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창립 이래 최대 기록을 세웠다. 특히 신한금융은 3분기 1357억원 규모의 증권 파생상품 거래 손실이 반영됐는데도, 기존 기록을 큰 폭으로 넘어섰다.
하나금융 또한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역대 최대 실적(3조2254억원)을 달성하는데 성공했고, 우리금융은 역성장 우려가 있기도 했으나 2조6691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기록했다.
3분기 실적에 대해 KB금융 관계자는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경기둔화 등 비우호적인 영업환경에서도 비은행계열사의 양호한 성과와 건전성 관리 노력에 힘입어 전년 동기 유사한 실적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3분기 영업이익 증가와 안정적 비용관리 노력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4% 증가했다”고 전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와 시장금리 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고객 기반 확대,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따른 비이자이익 증가, 선제적‧체계적 리스크 관리 노력 등에 힘입은 결과”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시장 컨센서스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이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 대선 등 글로벌 불확실성에 적극 대응해 연말까지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며 더욱 높아진 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KB-신한, 창립 이래 최대 실적 겨룬다
올해 3분기 리딩금융 경쟁에선 KB금융이 승리했다. 오는 4분기 6000억원 이상 당기순이익만 달성해도 KB금융은 금융지주 역사상 처음으로 연간 순익 ‘5조 클럽’ 입성에 성공하게 된다. 4분기 신한금융과 KB금융의 리딩 금융 쟁탈전은 더욱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사별 성적표를 살펴보면 이자이익이 3분기 실적을 견인했다. 4대금융의 4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지난해(30조2433억원) 대비 1조원 가량 늘어난 31조2078억원이었다. 시장금리가 떨어지고 NIM이 줄었음에도 대출 자산이 증가하며 마진 축소 영향을 상쇄했다.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영끌이 급증하자 은행권이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법으로 가계대출 문턱을 높였고, 결과적으로 예대마진 축소 폭이 줄어든 점이 실적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해당 기간 이자이익과 함께 비이자이익도 크게 성장했다. KB금융의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3조8446억원을 기록했다. 환율이 안정되면서 유가증권 및 파생상품 실적이 개선됐고 은행 방카슈랑스와 증권 투자은행 수수료가 증가했다.
신한금융의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0.1% 줄어든 2조94223억원이었으나, 해당 기간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공급자(LP) 발(發) 대규모 손실 사태(1357억원)가 발생했던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금융은 3분기 누적 비이자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한 1조8049억원을 시현했다. 우리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53.1% 증가한 1조2780억원의 누적 비이자이익을 달성했다.
◇ 이자장사 비판 여전…밸류업 풀악셀
4대 금융의 호실적이 결국 ‘이자장사’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에선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축소 차원에서 시중은행들에 대출 옥죄기를 주문했으나, 금리 인하기 예금금리는 떨어뜨리면서 대출금리는 올려 결과적으로 쏠쏠한 예대마진을 남겼다.
대내외 시장 환경에 따라 서민들의 대출 이자 부담이 높아지는 상황에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4대 금융은 이를 상쇄하면서 동시에 정부의 정책 기조에 적극 동참하는 방법으로 ‘밸류업’ 카드를 내밀었다. 실적발표 직후 잇따라 밸류업 계획과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KB금융은 1분기 784원, 2분기 791원에 이어 3분기 795원의 주당배당금을 결의했다. 주주 및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올해 총 8200억원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예고했다. 또한 보통주자본 비율(CET1비율)과 연계한 주주환원 계획이 포함된 밸류업 공시도 결의했다. 올해 연말 CET1비율 13%가 넘는 잉여자본을 2025년 1차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하고, 2025년 연중 13.5%를 넘어서는 잉여자본은 하반기 자사주 및 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김재관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연말 CET1비율 13% 초과분, 내년 중 CET1비율 13.5% 초과분에 대해 주주환원활 계획으로 총주주환원율 목표를 따로 계획하고 있지는 않다”며 “총주주환원율 못지않게 총주주환원 규모 확대에 관해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직접 밸류업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는 “수익성은 물론 건전성과 주주환원 제고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KB의 지속가능한 여정에 저를 포함한 KB 임직원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매진하겠다”며 “기업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ESG, 주주와의 소통에서도 지속 개선을 약속한다”고 전했다.
신한금융은 내년 초까지 4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실시하며 2027년 말까지 주식 수 5000만주를 감축할 예정이다. 이처럼 주식소각을 지속적으로 실천해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위해 양적성장에서 벗어나 자본효율성 등 질적 성장을 추진하고, 비은행 계열사 경쟁력을 끌어올린다.
천상영 신한금융 CFO는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 4분기 2500억원에 이어 내년 초 1500억원을 추가 취득해 연중 공백기 없는 자사주 정책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2027년까지 기존 중장기 목표로 계획했던 주주환원율 50%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현금배당은 물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비중을 늘려 주당순이익(EPS), 주당순자산가치(BPS) 등 주요 지표를 개선하고 분기 균등배당 도입으로 배당 일관성을 향상시킬 방침이다.
또 하나금융은 자본관리 정책 개선을 통해 CET1비율을 13.0~13.5% 구간에서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해당 구간 내에서 주주환원 정책을 일관되게 이행할 예정이다. 올해 3분기까지 소각한 3000억원을 포함 연간 총 4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도 결정했다.
박종무 하나금융 CFO는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 50% 달성 목표는 타사와 비슷할 수 있으나 이를 단계적으로 하겠다는 것이 차별화된 점”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금융은 총주주환원율을 CET1 12.5%~13.0% 구간에서는 40%까지, 13.0% 초과시에는 50%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특히 CET1 12.5%를 2025년까지 조기 달성해 주주환원 속도를 높인다.
이성욱 우리금융 CFO는 “연말 CET1비율 12.2%와 내년 목표치 12.5%를 조기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4분기에는 그룹 전체 역량을 자본비율 개선에 집중해 당초 연말 목표인 12.2% 이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며 기업대출의 포트폴리오 조정과 가계대출 감축은 물론 9월 말 일시적으로 증가한 위험자산 역시 바로 축소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금리인하 신호탄…호실적에도 웃을 수 없는 이유
최근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통화정책 기조를 긴축에서 완화로 전환한 만큼 금융지주들의 포트폴리오 재편 노력이 요구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의 균형을 맞추고 이익 기반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4대 금융의 올해 3분기 호실적을 견인한 배경에는 대출금리 상승이 있다.
다만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움직임을 보이면서 앞으로도 이자 이익 중심의 실적 성장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기준금리가 낮춰지면 대출금리 산정 기준인 시장금리 하락도 불가피하다.
즉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한 이자 이익 감소를 상쇄하려면 비이자 이익을 늘려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은행 내 예금 이체 및 인출, 자산관리 등 금융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수료와 유가증권 이익 등이 비이자 이익에 포함되는데, 이자이익과 비교해선 규모가 작다.
금융지주 실적이 은행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는 점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시장 금리가 떨어져 은행 이익이 줄어들 경우 보험, 카드, 증권 등 비은행 계열사들이 이를 만회할 정도의 실적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4대 금융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에서 은행 계열사가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무려 74.4%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과 같이 금융지주가 은행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형태가 지속되면 시간이 지날수록 수익성에 부정적인 요인이 될 것”이라며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이익 축소 등을 감안한 포트폴리오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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