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난해 정부 채무 가운데 현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채무가 50조원 넘게 증가했다는 전문가 보고서가 나왔다.
정부 채무는 금융자산을 사려고 낸 채무인 금융성 채무와 현금을 끌어다 쓰기 위해 낸 적자성 채무가 있는데 적자성 채무가 늘어나면 그만큼 재정부담이 커진다.
나라살림연구소가 지난 26일 발표한 ‘2023회계연도 결산 분석 – 국가채무’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 채무는 1092.5조원으로 전년대비 59.1조원 증가했다.
증가분 59.1조원 가운데 적자성 채무는 50.1조원이나 됐다.
전체 정부 채무 가운데 적자성 채무의 비중도 63.4%(692.2조원)로 전년대비 2.3%p 늘었다.
지난해 적자성 채무 증가율은 7.8%로 정부 채무 증가율보다 2.1%p 높았다.
정부는 지난해 세금 손실이 나자 공공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기금)을 거쳐 외국환평형기금(이하 외평기금)을 정부 운용 하는 데(일반회계) 썼다.
외평기금이 원금 상환용으로 공자기금에 맡겨 둔 돈(금융성 채무)을 정부가 공자기금을 통해 편법대출한 셈이다.
정부는 공자기금엔 돈을 일부 빌려다 쓸 수는 있어도 외평기금에서 직접 돈을 꾸지 못한다.
이 때문에 올해 외평기금 상환액은 94.6조원으로 전년도 계획액 대비 44.8조원이나 대폭 증가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3회계연도 결산 총괄분석에서 “2024년에도 기획재정부는 외평기금의 공자기금 예수원금 43.5조원을 조기 상환할 계획이며, 공자기금은 해당 재원 중 상당 부분을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하지 않고 일반회계에 예탁할 것으로 보여 2024년에도 금융성 채무가 적자성 채무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분석했다.
한 마디로 2023년에 꾼 돈을 갚질 못해, 2024년에도 또 돈을 꿔서 빚으로 빚을 막는다는 뜻이다. 그러면 공자기금에 쌓여 있는 현금 빚(적자성 채무)은 그대로 현금 빚으로 남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실질적으로 누적되는 빚(적자성 채무)은 늘어나지만 정부 채무는 늘어나지 않는다.
금융성 채무를 적자성 채무로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외평기금이 공자기금에 돈 갚으려고 넣어둔 둔은 말만 금융성 채무일 뿐 대응 금융자산이 있는 재산이나 다름 없다. 그런데 정부가 공자기금을 거쳐 이 재산(금융성 채무)을 빌려다가 생으로 썼으니 이렇게 나간 돈은 생 현금으로 갚아야 한다(적자성 채무).
따라서 정부 채무 총량 자체는 변하지 않지만, 생 돈으로 갚아야 할 채무가 50조원이나 늘어났으니 앞으로 정부 부담은 더 커지고, 재정건전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손종필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부족한 재원을 마련하면서 정부 채무 규모에 영향을 미치는 국고채 발행 대신 공공자금관리기금으로부터 예수 받는 것은 명백한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러한 재정 운용은 건전재정을 기조로 삼는 윤석열 정부에서 국가채무 지표 관리에만 얽매이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손 수석연구위원은 “국가채무의 규모 증가율은 예년에 비해 둔화하였지만, 적자성 채무의 비중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라며 “국가채무를 정부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악성 채무인 적자성 채무 관리에도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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