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상반기 지출을 집중하면서 4월 기준 나라살림 적자가 역대 최대 규모에 달했다.
경기 부양을 명목으로 거액의 돈을 썼지만, 경제성장 기여도는 0% 수준이었다.
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6월호’에 따르면 4월 누적 정부 총수입은 213.3조원, 총지출은 260.4조원에 달했다.
4월까지 정부 누적 지출이 260조원에 달한 건 2022년을 제외하고 두 번째이며, 연간 지출예산의 40%를 쓴 셈이다.
올해(656.6조)는 지난해(638.7조)보다 지출예산이 17.9조원 가량 늘어나기도 했고, 경기부양을 위해 상반기 집행을 집중하면서 지출이 역대급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4월 누계 기준 –47.1조원, 기금수입을 뺀 행정부 내부 집계인 관리재정수지로는 –64.6조원 적자에 달했다. 이 역시 역대급 규모다.
이토록 돈을 썼으면 효과를 봐야 하는데 실상은 현상유지에 불과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4월 25일 발표한 1분기 실질경제성장률 속보치에 따르면, 1분기 정부 지출로 인한 경제성장 기여도는 0%대로 집계됐다.
1분기에 돈을 썼다고 해서 바로 1분기 성장에 집계되는 건 아니지만, 한국 정부는 2013년부터는 예산 효과를 최대한 빨리 내기 위해서 1, 2분기 때 돈을 몰아 쓰는 경향이 있다.
현 정부 역시 4월까지 260조를 쓴 것도 1분기 성장에 상당한 신경을 쓴 셈이다.
그런데 0%가 나오게 된 것에는 정부의 투자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정부는 소비, 투자(건설‧설비‧지식재산생산물), 두 가지 방식으로 돈을 푼다.
소비는 인건비나 운영비로 말 그대로 국내 내수로 내려가는 낙수 물길이다.
소비 영역에서는 작년 1분기보다 0.1% 정도 늘려 썼는데, 투자영역에서 –0.1%가 되면서 발목을 잡았다.
박근혜 정부 때는 투자(총고정자본형성)에 쓴 돈은 2015년 79조원, 2016년 85조원, 2017년 87조원으로 늘어나는 추세였다(출처: 통계청 주체별 총고정자본형성 지출금액(계절조정, 실질, 분기별)).
문재인 정부가 들어온 기간에도 2018년 89조원, 2019년 99조원, 2020년 103조원, 2021년 98조원으로 가파르게 늘어났다. 2019~2020년은 미중 무역전쟁과 코로나 19로 정부지출이 긴요한 시기였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들어오자 투자 예산은 2022년 91조원, 2023년 93조원으로 상대적으로 급감했다.
2022년은 문재인 정부가 짜준 예산이긴 했으나, 윤석열 정부가 불필요하게 나가는 예산을 막겠다고 선언한 때였다.
그렇다고 해도 2022년 91조원, 2023년 93조원은 적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데 2015~2017년 사이 최소 연 2조원씩 증가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022년에는 97조원 정도 돼도 이상하지 않았다.
2차 추경으로 소상공인 지원하는 돈(이전소득지출)이 늘었다고 해도 2022년은 국세수입이 역대 최대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할 여력이 없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그나마 한다는 투자도 부동산 비중이 늘어나고 설비투자가 줄어들었다.
2023년 분기별 정부의 건설투자액은 14.7조원 수준이었다. 그것이 올해 1분기에 16.2조원으로 대폭 늘었다.
설비투자액은 2023년 분기 평균 4.9조원 수준이었는데, 올해 1분기에는 4.5조원으로 확 내려버렸다.
지식재산생산물 투자도 2023년 분기 평균 3.7조원에서 올해 1분기 3.4조원으로 내렸다.
정부투자란 것이 투자 계획에 따라 1분기에 적어졌다가도 얼마든지 2분기 대폭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올해 이미 4월까지 260조원을 쓴 정부에서 앞으로 어느 정도의 반전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정리하자면, 1분기 기준으로 정부 투자는 설비나 지식재산물 투자를 줄여 부동산에 밀어 넣고 있는 상황이며, 정부는 실적 상승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부동산 가격상승을 부추기는 정책을 만들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9일 방송에 나와서 종합부동세와 더불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와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폐지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국민의힘에서도 12일 재정·세제개편특위를 열어 종부세 폐지 등 부동산 가격상승에 영향을 주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러한 움직임이 경제성장에 얼마나 도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정부에선 올해 성장률을 낙관하고 있다.
국책연구원인 한국개발연구원은 지난 5월 16일 ‘2024년 상반기 경제전망 보고서’를 공개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앞선 전망에서 0.5%p 상향 전망했다.
반도체 수출이 회복기로 들어갔고, 지난해 성장률(1.4%)이 워낙 저조해 발생한 현상인데, 지난해까지 호조였던 자동차 수출이 최근 주춤하고, 정부 지출 여력도 서서히 줄어들고 있다.
◇ 또 줄어든 국세여력, 남은 건 디플레이션 증세
재정적자만큼 우려되는 영역은 국세수입 감소다.
2022년 4월의 경우 누적 국세수입이 167.9조원 정도였다. 그런데 2023년 4월엔 –33.9조원이 빠진 134.0조원, 2024년 4월엔 –8.4조원이 또 빠진 125.6조원까지 밀려났다.
2022년 4월과 비교하면 국세수입 영역에서 무려 –42.3조원이나 날아간 셈이다.
날아간 것 이상으로 우려되는 것은 세입 여력에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점인데 소비 자체는 줄었지만, 고물가로 부가가치세 수입만 잘 걷히고, 소득세와 법인세 등 수입영역이 주춤하는 전형적인 디플레이션 증세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는 5월 27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법인세가 생각보다 덜 걷히고 있긴 하지만, 부가가치세나 소득세 흐름은 괜찮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기업이 지난해 빠져나간 현금흐름 때문에 납세여력이 부족하고, 가계 실질 소득이 떨어지는 가운데 5월 종합소득세에서 반전을 꾀하지 못하면, 남는 건 고물가로 인한 서민쥐어짜기, 디플레이션 부가가치세 증세밖에 없다.
공공요금이 오르면 물가상승은 불가피한 데,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16일,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이 지난 22일 각각 기자들을 불러 모아 올 여름에 공공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입을 모아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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