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김병환‧이복현‧임종룡’ 발언으로 본 정무위 국감

2024.10.21 17:53:53

올해 들어 급증한 가계대출 관리 실태 집중 질의
우리금융 회장, 현직 금융지주 수장 중 사상 첫 증인 출석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다.

 

특히 이번 국감 시즌에는 은행권에서 연이어 발생한 금융사고 관련 내부통제 부실 문제가 여야 의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고, 가계부채 급증 문제를 두고 금융당국에 집요하게 책임을 묻는 질의가 이어지는 등 정무위원회 국감에 어느 때보다 많은 관심이 집중됐다.

 

먼저 정무위는 올해 들어 급증한 가계대출 관리 실태를 집중 점검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9월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하고, 지속적으로 금융권을 압박하면서 증가 추세가 둔화됐으나 정책목표를 달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실제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9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8월 말(725조3642억원)대비 5조6029억원 증가한 730조9671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 대출 증가 규모(9조6259억원)와 비교해 증가 규모 자체는 줄었으나 관리 부담은 여전히 높다.

 


금융위원회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서로 엇갈린 메시지를 내며 시장 혼란을 가중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앞서 이 원장은 지난 8월 말 은행권이 대출금리를 올려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행보를 지적, 금감원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발언을 했고 이에 ‘관치’ 논란이 인 바 있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은행권의 자율적인 여신 심사를 통해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연착륙도 주요 사안으로 꼽혔다. 금융당국은 금융권이 제출한 자료와 현장지도를 기반으로 부실 PF 사업장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고 이달부터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다. 금융권이 제출한 처리 방안에 기반해 경‧공매를 유도, 24조원에 달하는 부실 PF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사건으로 국감장에 출석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에도 이목이 집중됐다. 여야 의원들은 우리은행이 내부감사를 통해 부당대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신속하게 보고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의했다.

 

손 전 회장의 처남 김 모씨는 우리은행에서만 350억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받은 협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우리은행 이외 우리종금(현 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카드, 우리금융캐피탈 등 다른 계열사에서도 손 전 회장의 또 다른 친인척 대출이 취급된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확산됐다.

 

22대 국회 국감장을 뜨겁게 달군 양대 금융당국 수장과 증인석에 오른 금융사 최고경영자의 발언을 모아봤다.

 

◇ 취임 3개월차 금융위원장, 현안 적극 소명

 

정무위의 금융위 국감에 출석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가계부채와 부동산 PF 연착륙 유도를 위해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소명했다. 취임 3개월 만에 국감장을 찾은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은행권 내부통제 관련 질타에 진땀을 뺐다.

 

특히 김 위원장은 금융 ‘컨트롤타워’는 금융위원장인 본인이라고 확인, 이 금감원장과의 엇박자 논란을 잠재웠다.

 

먼저 김 위원장은 “확고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고 “이스라엘-헤즈볼라 간 분쟁 등 대외 여건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대내적으로는 가계 부채, 부동산 PF, 제2금융권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고 서민‧취약계층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현재 금융위가 추진 중인 정책 현황을 보고했다.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 관련 “연간 증가율을 경상성장률 이내로 관리한다는 목포하에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대출이 이뤄지도록 스트레스 DSR 등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가계대출 대응 관련 이 원장의 오락가락 발언이 시장 혼선을 초래하고 김 위원장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는 질의를 받자 “취임 직후부터 가계대출과 관련한 메시지를 정리한 적 있는데 유념해서 업무에 임하겠다”며 “혼선을 준 부분이 있다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금융위와 금감원 중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제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원장과 긴밀히 소통하고 서로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통제에 관한 지적도 이어졌다.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금융사고를 막기 위해 책무구조도를 도입해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것인데 은행권에서 도입을 미루거나 책임 수준을 낮추려는 것 같다. 더 강한 조치를 통해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고, 김 위원장은 “신한은행은 이미 제출했고 다른 은행들도 맞춰서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또 우리금융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건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문제에 대해선 “법령과 규정에 따르면 감독 당국의 해석이 우선”이라고 설명하고 언급했다.

 

부동산 PF의 질서 있는 연착륙과 관련해선 “사업성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부실 사업장은 경‧공매 및 재구조화를 추진하고 양호한 사업장에 대해선 자금이 원활히 지원되도록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국감 도마 오른 ‘이복현의 입’

 

이번 정무위 국감에서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향한 여야 의원들의 날 선 비판이 쏟아졌다.

 

금융위와 가계대출 정책에서 ‘엇박자’ 논란을 낳은 데다 손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에 대해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관련 입장을 표명하라는 압박도 거셌다.

 

이 원장은 여야 의원들로부터 쏟아지는 질타에 대체로 고개를 숙이면서도, 가계대출 관리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해명을 내놨다.

 

이 원장은 이헌승 국민의힘으로부터 ‘금감원의 그림자 규제가 과도해 관치금융의 폐단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자 “지난 7~8월 가계대출 쏠림 같은 경우에는 과점적 형태의 은행 시장이 작동을 제대로 안 한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며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라든가 최근에 가계대출 급등 등 시장 쏠림 현상이 있을 때 어떤 형태로 역할을 해야 되느냐에 따라 다양한 가치관이 있을 수 있다. (은행들에) 감독행정 범위 내에서 과거 포트폴리오 관리 계획을 제출한 것에 맞춰 연내 관리를 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내 엇박자가 있지는 않다”고 강조하며 “은행이라든가 소비자들이 힘드셨다면 다시 한번 사과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또한 스트레스 DSR 2단계 연기 책임 소지가 금융위와 금감원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스트레스 DSR 2단계 연기 결정 주체가 어디냐’고 질의하자 “금융위를 중심으로 당국에서 결정했고 그에 대한 책임은 금융위와 금감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이 원장은 “상반기 부동산 PF 정상화라든가 태양건설 워크아웃 등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들이 심각한 상황이었고 이에 더해 취약층 등 여러 가지 이슈가 있다 보니 가계부채와 디레버리징이 중요한 정책 목표인 건 맞지만 그것만이 중요한 정책 목표가 아니었던 상황”이라며 “DSR 연기로 가계부채와 관련 어려움을 드린 것에 대해선 당국자로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또 권선동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위의 하부 조직인 금감원장이 금융정책에 대해 너무 발언이 잦다. 금융위원장한테 권한을 위임받지 않았음에도 법적 근거 없이 행정지도라는 명목으로 행사하는 것이 과연 합당한 것이냐’고 지적하자 이 원장은 미숙한 부분에 대해선 사과하면서, 동시에 금융권의 정책 관련 주안점 등을 메시지를 통해 전달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며 당국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해명했다.

 

 

◇ 고개 숙인 임종룡…내부통제 강화 총력

 

주요 금융그룹회장 중 최초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국감 증언대에 섰다.

 

국감장에 출석한 임 회장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부정대출 사태 관련 우리금융 신뢰가 떨어진 점에 대해 사과하며 책임질 일은 책임지겠다고 언급했다.

 

임 회장은 전임 회장 친인척의 부당대출 사고 관련 현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거센 질타가 이어지자 “친인척 부당대출 등으로 우리금융의 신뢰를 떨어뜨린 점에 대해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임원 친인척 대출 취급 시 처리 지침을 마련하고 (대출실행) 후 적정성 검토 등 엄격한 관리 프로세스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대출 사고 관련 내부통제 개선방안으로 그룹사 전 임원의 친인척 신용정보 등록, 친인척 대출 처리 지침 마련 및 사후 적정성 검토, 윤리 내부통제위원회 신설 등을 제시했다.

 

특히 임 회장은 지주회장의 인사권 축소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회장 권한과 기능을 조절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룹 전체의 개혁을 위해 자회사 임원 선임 관련 사전합의제는 폐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임 회장은 우리은행의 계파 문제가 거론되자 “통합은행 성격의 우리은행에는 오랫동안 민영화되지 못한 문제 때문에 분파적이고 소극적인 문화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런 음지 문화를 없애지 않고 우리금융이 바로 설 수 없다”며 올바른 기업문화 조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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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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