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나라 세금 곳간이 현 정부 부자감세 정책으로 GDP의 5% 넘게 날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가 27일 공개한 2024~2028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중기 국민 (조세)부담률 전망은 2024년 GDP 대비 26.8%, 2025년 26.7%, 2026년 26.8%, 2027년 27.0%, 2028년 27.2%로 나타났다.
국민 (조세)부담률이란 세금과 4대보험금 등 실질적으로 세금 역할을 하는 국가 재원을 뜻하는 말이다.
한국 기재부에선 자의적으로 국민부담률이란 말을 쓰지만, OECD에서는 GDP 대비 조세비중이라고 부른다(Tax to GDP ratio). 국민부담률이란 부정확한 단어보다는 ‘국민 조세부담률’이 보다 명확한 단어다.
◇ 매년 날아가는 국가재정 120~130조
한국의 ‘국민 조세부담률’은 2022년 32.0%로 정점을 찍었으나, 2024년 26.8%로 GDP의 5.2%p나 급감하게 된다.
2023년 한국 GDP가 원화기준 2401조1894억원(명목 기준, 1조8394억 달러)이므로 단순 계산으로는 연 125조원 가량 세금 곳간이 날아간다는 뜻이 되는데, 실제로는 그 이상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국민 조세부담률’을 구성하는 돈들 가운데 4대보험금(사회보장기여금)은 매년 2% 이상 오른다. 아무리 경제가 안 좋아도 오른다. 물가 및 인구비례를 반영해서 그렇다.
GDP 역시 코로나 19 같은 글로벌 환란기를 제외하고 매년 오른다.
GDP와 4대보험금이 매년 2%씩 증가하는 가운데 국민 조세부담률이 연간 고작 0.1~0.2% 정도 조정된다는 건 상대적으로 저조한 증가율(1.8~1.9%)만큼 재정이 계속 펑크가 난다는 뜻이다.
그렇게 되면 ‘국민 조세부담률’이 32.0%였을 때보다 향후 매년 130조원 이상으로도 재정 펑크가 날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
◇ 한국은 세금 날려서 부자지원, 세계는 지금 부유세 논의
저출생‧고령화 기조에서 세금이 할 일은 더 많아진다.
한국도 지금 감세할 때가 아니다.
OECD 각국은 늘어나는 고령화 부담을 충당하기 위해 정년연장과 더불어 조세(4대보험금을 중심으로)를 늘리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언론은 철저히 침묵하고 있지만, 올해 7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들은 세계 최상위 부유층에 글로벌 부유세를 매기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G20 18개국 가운데 17개국(중국 제외) 국민이 부유세 신설에 대해 과반 찬성 의견을 표하기도 했다.
국제기구 로마클럽 내 지속가능 성장 프로젝트 ‘어스포올’(Earth4All)과 기후변화 단체인 글로벌 커먼스 연맹(Global Commons Alliance)이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에 의뢰한 글로벌 설문조사 결과다.
이 중에서 ‘국민 조세부담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캐나다와 한국도 응답자 71%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부유세를 거둬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부는 2024~2028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황당하게도 세입 부분을 부자감세 정책 칭찬으로 도색했다.
연구개발 세액공제 및 통합투자세액공제 적용기한 연장(기업 감세), 가업상속‧승계제도 개선(기업 일가 감세), 결혼세액공제 신설(대기업 근로자 감세), 기업 출산지원금 비과세(기업 및 대기업 근로자 감세), 출산‧자녀세액공제 확대(감세).
상속증여세율 및 과세표준 조정(부자 감세), 상속세 자녀세액공제 상향(부자감세).
탈세 방지란 말이 있지만(조세회피 관리), 120~130조원 씩 매년 펑크 나는 세금 곳간에 조족지혈이다.
그간 국세청장들은 세무조사로 해봐야 1~2조원 수준이라고 말해왔다.
◇ 낡은 기재부, 거꾸로 재정정책
2022년 한국의 ‘국민 조세부담률’ GDP 대비 32.0%는 명백히 윤석열 정부 실적이 아니다.
2022년은 시기상으로는 윤석열 정부 때이지만, 2022년 예산안과 세법은 문재인 정부가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국민 조세부담률’ 수준은 OECD 국가들보다 저조하다.
2022년 OECD 집계 기준 한국(32.0%)보다 ‘국민 조세부담률’이 높은 OECD 국가는 순차적으로 에스토니아(32.8%), 이스라엘(32.9%), 헝가리(33.2%), 캐나다(33.2%), 뉴질랜드(33.8%), 체코(33.9%) 순이다.
OECD 평균은 34.0%이고, 이보다 높은 나라는 일본(34.1%), 슬로바키아(34.8%), 아이슬란드(34.9%), 폴란드(35.2%), 영국(35.3%), 포르투갈(36.4%), 슬로베니아(37.4%), 스페인(37.5%), 네덜란드(38.0%), 룩셈베르크(38.6%), 독일(39.3%), 그리스(41.0%), 스웨덴(41.3%), 덴마크(41.9%), 벨기에(42.4%), 이탈리아(42.9%), 핀란드(43.0%), 오스트리아(43.1%), 노르웨이(44.3%), 프랑스(46.1%) 순이다.
프랑스는 저렇게 높은 ‘국민 조세부담률’을 갖고도 노령연금을 충당하지 못한다며, 칼질에 나서고 있다.
한국보다 ‘국민 조세부담률’이 낮은 나라는 역시 순차적으로 리투아니아(31.9%), 라트비아(30.2%), 호주(29.5%, 호주는 2021년 자료), 미국(27.7%), 스위스(27.2%), 코스타리카(25.5%), 칠레(23.9%), 아일랜드(20.9%), 튀르키예(20.8%), 콜롬비아(19.7%), 멕시코(16.9%)다.
한국의 ‘국민 조세부담률’이 26~27%를 간다는 건 강자에게 세금을 걷지 않고, 약자에 대한 복지가 줄어든다는 뜻이 된다.
한국은 호주 같은 자원 부국이 아니다. 미국과는 비교도 할 수 없다. 미국은 달러 기축통화국이다.
멀리 볼 것도 없이 ‘국민 조세부담률’이 27% 아래인 국가들을 보면 답이 나온다.
코스타리카, 칠레, 아일랜드, 튀르키예, 콜롬비아, 멕시코.
지금 정부는 명백히 글로벌과 거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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