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2024년 3월 국세수입이 폭락했다.
정부는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 폭이 대폭 줄었다며 경제실적을 자랑했지만, 상품수지 및 상장사 영업이익은 주저앉았고, 아니나 다를까 올해 3월 법인세는 코로나 시기 수준 직전까지 추락했다.
정말 심각한 건 세수 진도율이다.
세수 진도율은 정부가 1년 목표세수 달성률을 말하는데 코로나 시기보다 올해 달성률이 더 안 좋으며, 역대 최악의 세수펑크를 일으켰던 지난해보다도 진도율이 더 내려갔다.
세수펑크가 가시화됐으며, 정부 재정에 심각한 적색 등이 켜졌다.
◇ 고물가에 고혈 빨기, 불황형 부가가치세 증가
기획재정부가 30일 공개한 2024년 3월 국세수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 총국세 수입은 26.9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조원 줄었다. 증감률로 치면 –18.2%나 추락했다.
주원인은 법인세다.
법인세는 경제실적을 반영하는 데 올해 3월에 15.3조원을 벌었다.
이게 어느 정도 심각한 수치냐면, 2019년 3월이 19.4조원이었고, 코로나19로 국제적 경제 사고를 2020년 3월 법인세가 13.4조원이었다.
코로나 직후인 회복기였던 2021년 3월은 17.3조원, 퇴원 후 회복이 이뤄진 2022년 3월엔 27.0조원을 벌었다.
그런데 역대 최악의 세수펑크가 터진 2023년 3월은 20.9조원으로 하락했다. 체급이 2019년 수준으로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입원까지 필요한 수준은 아니었다.
올해 법인세는 사고를 당한 시점(2020년)과 입원 치료 시점(2021년) 사이에 놓이면서 도로 환자 신세가 됐다.
다른 세금에서 만회도 어렵다.
세금은 크게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비중이 큰데, 법인세가 앞으로 치고 나가는 세금, 소득세가 이에 추종하는 세금이라면, 부가가치세는 경제규모 크기와 물가로 굴러가는 세금이다.
1~3월 누적 총국세 실적은 84.9조원으로 전년도 같은 시기보다 –2.2조원으로 3월 총수입 세수(-6.0조)보다 감소 폭이 줄어들긴 한다.
그런데 1~3월 누적 부문 주요 3세목 가운데 법인세 –5.5조원만 해도 골치가 아픈데 소득세 –0.7조원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소득세는 양도소득과 근로소득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부동산 경기 따라 움직이는 양도소득에 비해 근로소득은 소득세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난해 4분기 결산에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국내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 –45.0% 추락했고, 대기업 성과급도 대폭 깎였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매우 낮은 임금을 받는 후진형 국가에선 성과급 변동이 근로소득세 플러스 마이너스를 좌지우지한다.
그나마 부가가치세(+3.7조원)가 하락 폭을 줄이긴 했지만, 수출이 감소(환급 감소)하고, 물가급등에 따라 국민 고혈이 빨린 모양새다. 불경기에 늘어난 부가가치세는 불행한 세금이다.
◇ 윤석열판 탈아입구
2024년 3월 법인세는 2023년 법인 실적으로 걷는 세금이다.
띠라서 올해 3월 법인세는 윤석열 정부의 탈중국정책의 영향권이라고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탈중국 정책은 말이 탈중국이지 결과는 탈아입구에 가깝다는 것.
2023년도 수출 비중을 보면 중국과 동남아는 각각 전년대비 –3.1%, -1.7% 줄었고, 미국은 2.4%가 늘었다. 선진국 개도국으로 나눠보면 선진국은 3.0% 늘었고, 개도국은 –3.0% 줄었다. 그래도 수출 비중은 선진국 35.8%, 개도국 64.2%다.
한국의 개도국, 특히 중국~동남아 비중(51.3%, 일본 제외)이 높은 건 한국이 제조업 국가이기 때문이다.
제조업 국가는 공장 국가이고, 어느 나라나 공장은 주로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에 세운다. 인건비 단가를 낮추어 영업이익을 맞추는 것이다. 중국과 동남아 역시 제조업 벨트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그래서 한국이 개도국과 수출이 많은 건데 그게 선진국 수출이 늘었다는 것은 파격적으로 선진국 내수가 좋아졌거나 선진국에 투자를 늘렸다는 셈이 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즉 무역장벽법으로 각국 투자를 빨아들였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건비 상승으로 한 영업이익 하락을 예상하게 하는데 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투입비용을 회수하기 전까지는 발을 빼기가 어렵다. 게다가 지금은 투자 단계라서 더 많은 돈이 투입될 전망이다.
이는 중기적으로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올해 수출이 개선된다고 해도 자금줄이 회복될지는 미지수다. 영업이익으로 들어오는 현금이 줄어든다면, 오는 8월 법인세 중간예납 역시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연말 성과급도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유일하게 기댈 곳은 부가가치세인데 고물가‧경제침체기에 부가가치세 상승은 잘 걷히면 잘 걷힐수록 불행한 세금이다.
증시 투자자들은 한국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과거 짭짤한 수익을 올렸던 증권거래세는 해외투자로 자금이 대거 이동하면서 1~3월 누적 기준 1.2조원,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0.8조원이 깎였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외화 증권·채권의 보관금액과 결제금액은 각각 1145억9900만달러, 1282억7600만달러로 관련 집계가 시작된 2011년 이후 최대치에 달했다.
여기에 최근 미 달러 환율 상승으로 해외투자자 수익은 더 올라갔다.
반면, 물가가 올라 서민 고통은 더 누적될 전망이다.
◇ 추락한 진도율, 재정 비상위기
재정학에서는 경제가 침체할 때 정부가 재정으로 부양한다고 나와 있다. 이전 보수정부들도 경제위기 때는 어김없이 확장 추경 예산을 했다.
현 정부는 이례적으로 경제가 침체해도 돈줄을 죄고 있지만, 이젠 죌 돈줄도 마르게 생겼다.
2024년 3월 누적 총국세 세수진도율은 23.1%다. 이는 최근 5년 사이 최하이지만, 성격으로는 최악이다.
세수진도율이란 정부는 1년치 예상 세금수입 중 현재 몇 퍼센트까지 찼느냐를 보는 지표인데, 3월까지 적어도 25%는 채우는 게 통상의 풍경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평균을 쳐서 그런거고 3월 법인세가 1년 중 몇 안 되는 세금 대목철이라서 실제로는 달성률이 25%보다 더 높아진다.
과거의 진도율은 2019년 3월 26.6%, 2020년 3월 25.0%, 2021년 3월 26.7%, 2022년 3월 28.1%, 2023년 3월 25.3%이었다.
코로나 19가 있었던 2020년이나, 역대 최악의 세수펑크가 있었던 2023년조차 25%를 달성했다.
그런데 올해 3월에 23.1%를 기록했다는 건 단순히 세금이 덜 걷혔다가 아니라 겨우 3개월만에 대형 세수펑크를 예측할 수 있는 지점에 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엎진러진 물은 물이고, 중요한 건 대응이다.
총선에서 단독 거대 야당을 꾸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윤석열 대통령과 첫 영수회담에서 확장 추경을 통해 부족한 돈을 돌리되, 되도록 취약한 서민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돈을 돌리자고 제안하고 있다(민생회복지원금).
정상적이라면 윤석열 대통령은 영수회담 전 세수 진도율이 붕괴한 것을 분명히 보고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16일 대국민 담화에서 “경제적 포퓰리즘은 정치적 집단주의와 전체주의”라며 “무분별한 현금 지원과 포퓰리즘으로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총선 기간 동안 24번의 민생토론을 통해 622조(반도체 클러스터)+a의 국내 투자를 약속했다.
대부분은 민간투자를 끌어내 재원을 충당하며, 상당수는 기존 사업을 신규 투자인 것처럼 포장했기에 경제성장률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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