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나라살림을 주관하는 기획재정부가 매년 3월 재정수지를 발표하는 공문서에서 관행적으로 고의 오류를 반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정수지는 한해 나라살림을 살펴보는 중대한 자료이자, 재정건전성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기재부가 지난 3월 14일 발표한 ‘2024년 월간 재정동향 3월호’.
자료 9페이지 재정수지 그래프를 보면, 지난해 말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약 -20조원(청색 실선),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약 –65조원(황색 점선)인 것으로 나와 있다. 이후 정부 재정수지는 2024년 1월까지 오름세로 전환한 것으로 작성돼 있다.
하지만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 결과에 따르면, 실제 지난해말 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 -36.8조원, 관리재정수지 -87.0조원이었다.
그래프와 실제 재정수지 간 격차가 무려 –17~22조원에 달한다.
이런 오류는 2023년 한 해만의 일이 아니다.
2022년 말 관리재정수지 적자(황색 점선)는 –117.0조원이었지만, ‘2023년 월간 재정동향 3월호’에서는 –100.0조원선에서 방어를 한 것처럼 되어 있었다.
2021년 말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90.6조원이었지만, ‘2022년 월간 재정동향 3월호’에서는 –80조원에서 오름세로 전환한 것으로 나와 있다.
누가 보더라도 사실과 다른 내용의 재정수지 그래프를 발표한 셈이다.
기재부 측은 관행적 오류라고 해명했다.
전년도 말 재정수지 수치는 4월 초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는 국가결산 보고서를 통해 결정하는데, 차년도 1월 재정수지가 발표되는 월간 재정동향 3월호는 3월 중하순에 발표되다 보니 전년도 12월 재정수지는 관행적으로 누락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월간 재정동향 3월호에는 불가피하게 오류가 발생했지만, 국가결산 보고서가 의결된 후인 작성되는 월간 재정동향 4월호에는 오류를 수정해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하지 않다.
월간 재정동향은 정부가 작성하고, 그 신뢰성을 보장하는 공문서이기 때문이다.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문서 또는 도화(그림 및 그래프 등)을 허위로 작성할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재정수지는 나라살림의 핵심적 지표로 정부 역시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각별히 관리하기에 오류인 것을 알면서도 관행적으로 공문서를 꾸준히 작성해 발표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가 어렵다.
기재부 측은 그간 오류가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외부에 오인이 없도록 재발 방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나라살림은 세금과 세금 외 수입 및 사회보장성 기금으로 운영되며, 이를 통합재정수지라고 부른다.
관리재정수지는 여기서 사회보장성 기금 영역을 뺀 수치로, 정부는 이를 실질적인 나라살림이라고 부르고 있다.
지난해 전체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1.6%, 관리재정수지는 –3.9% 적자였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통합재정수지는 GDP 대비 –0.9%, 관리재정수지는 –3.0%(발표 당시에는 –2.9%)였으나, 불과 한달 사이 통합재정수지는 –0.7%p, 관리재정수지는 –0.9%p나 뛰어올랐다.
현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연간적자 규모를 GDP 대비 –3.0%를 넘지 않겠다고 공언해왔지만, 부자감세 등으로 수입이 줄면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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