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이명박 정부 시절 국세청장을 지낸 이현동 씨가 대표로 있는 연민복지재단이 재산을 쌓아두기 위한 곳간 역할에 치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민복지재단은 자체 공익사업보다는 기부받아 기부하는 사실상 기부 대행을 하고 있으며, 증여세 납부 내역을 공익사업이라고 허위 신고하기도 했다.
그 뒤에는 엉터리 공익법인 제도가 있었다.
◇ 이명박 시대 국세청장이 세운 복지재단
이명박 정부 국정원과 국세청이 고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정치공작인 데이비슨-연어 공작.
이명박 정부는 기획에 국정원, 실행에 국세청을 배치하고, 영남대 출신 이현동 씨를 국세청장에 배치했다.
이명박 정부는 정부 초대 국세청장인 한상률 씨가 이명박 도곡동 땅 사태에 관여되면서 논란을 빚자 국세청 내부를 정리하고, 정부 지시사항 이행을 위해 백용호 씨에 이어 영남대 출신인 이현동 씨를 국세청장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2017년 하순 서울중앙지검장 윤석열(현 대통령)-3차장 한동훈(현 법무부 장관)-특수2부장 송경호(현 서울중앙지검장)을 중심으로 데이비슨-연어 공작에 대한 검찰 수사가 가속돼자 이현동 씨는 2017년 12월 26일 연민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기부받은 현금은 총 14억3000만원, 토지 장부가는 3억5878만원.
노컷뉴스에 따르면, 토지는 건진법사 전모씨의 스승이자 일광조계종 설립자 혜우스님 원모씨 일가 소유 토지로 알려졌다. 토지 기부자 이름은 김정은.
현금 기부의 경우 세무법인 이원 7억원, 희림종합건축사무소 1억원, 다보정밀 2억원, 효림에이치에프 1억원, 오투저축은행 1억원 등이 국세청 홈택스를 통해 공개돼 있다. 하지만 연민복지재단은 나머지 2억3000만원 기부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 의지 없는 부실 운영…증여세도 공익활동
어떠한 상황에서 공익법인이 만들어졌든 공익사업만 제대로 한다면 문제 삼을 건 없다.
하지만 연민복지재단은 마치 존재만이 목적인 것처럼 운영됐다.
연민복지재단은 자체 공익사업없이 매년 3000만원~4000만원을 기부하는 것을 주된 공익사업으로 삼았다. 공익법인의 후원 및 기부는 흔한 일이긴 하지만, 연민복지재단은 직접 공익사업 없이 일관적으로 기부 등 간접적 공익활동에만 머물렀다.
기부받은 재산을 불려 공익사업 재원을 늘리는 작업도 하지 않았다.
연민복지재단은 설립 당시 현금만 14억3000만원을 받았고, 지난해까지 추가로 8900만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그런데 연간 예금이자는 고작 13~19만원 꼴이었다. 십수억원의 돈을 고작 이자율 0.01%짜리 일반통장에 돈을 넣어둔 것이다.
그런데 연민복지재단은 갑자기 2022년 이자수익으로 6300만원을 신고했다. 최소한 2021년께 적금을 들었다는 뜻이다.
이유는 세금 때문이었다.
현금이나 토지는 기부받은 지 3년 동안 공익사업 또는 공익사업을 위한 투자용도에 쓰지 않으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연민복지재단의 경우 2020년이 데드라인이었는데, 보유자산 가운데 현금은 문제가 없었다. 예금에 넣어뒀기 때문이다(운용활동).
하지만 토지는 팔아서 공익사업에 쓰지 않으면 증여세를 내야 했다. 연민복지재단은 토지를 팔 생각이 없었고, 사실상 오로지 증여세 등을 내기 위해 정기예금을 들은 것이다.
게다가 증여세는 공익사업과 전혀 관계없는 지출이기에 기타사업의 사업 외 지출 항목에 적어놔야 한다.
하지만 연민복지재단이 국세청에 제출한 2022년 결산서류를 보면 공익활동이라고 허위 신고해 공익사업 지출 비율을 부풀렸다.
◇ 엉터리 제도가 만든 일그러진 공익법인제도
연민복지재단의 가장 이상한 점은 재단 이름으로 재산만 쌓아두고 이렇다 할 공익사업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행 세법에서는 이렇게 이름만 공익법인을 세워놓고, 실제로는 재산 축적‧보전 목적으로 공익법인을 활용하지 못하도록 몇 개의 장치를 두긴 뒀다.
공익사업 의무지출비율이나 3년 내 출연재산 지출 의무 등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책 취지에 비해 효과는 크지 않은 제도들이다.
3년 내 기부재산 지출의무도 별 쓸모가 없는 게 출연재산이 운용자산에 들어가면 세금을 물리지 않는다. 주식이면 배당금, 채권이면 채권 이자, 현금이면 예적금에 넣어두고 이자를 받으면 운용자산 및 수익이라고 본다.
이렇데 넣어둔 운용수익을 그냥 가지고만 있지 말라고 의무지출비율을 설정해두긴 했다.
공익법인 재산을 운용‧투자해서 번 돈의 80%(2021년 이전엔 70%)를 의무적으로 직접 공익목적사업에 써야 한다. 안 쓰면 안 쓴 돈 만큼 세금을 내야 한다.
이 제도는 1년 수익의 80%만 공익활동에 쓰면 나머지 20%는 재단 재산으로 축적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를 역이용하면 10억을 기부받아 0.01%짜리 보통예금에 넣고, 매년 사랑의 열매에 8만원만 기부해도 공익활동 의무를 다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렵지만, 국세청은 예금에 넣어둬도 자금 운용행위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 연민복지재단은 보통예금 이자 십 몇 만원을 운용소득 사용명세서에 넣었다.
보통예금은 지나치게 극단적이니 최소한 적금이라도 넣어두는 것이 좋겠지만, 이러면 복지사업에 써야 하는 돈이 늘어나게 되고, 더 활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재산을 축적‧보전하는 용도로만 복지재단을 운영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한 방법은 아니다.
미국이나 해외에서도 부유층의 재산축적 수단으로 공익법인을 이용하는 꼼수가 있긴 하지만, 한국은 공익법인 공시 내역이 불투명해 얼마나 부실 운용하는지 알 수가 없으며, 그나마 공시하는 것도 엉터리인 경우가 많다.
연민복지재단의 경우 어디에서 기부를 받아다가 어디다 썼는지를 어떨 때는 밝히고, 어떨 때는 밝히지 않는다. 출연자 명단에 2억3000만원을 기부한 사람들의 이름이 들어가 있지 않고, 심지어 ‘~등’을 이용해 대표 출연자 이름을 쓴다.
이사 이름도 누락할 때가 많으며, 같은 비용도 어떨 때는 공익사업 관리비, 어떨 때는 기타사업 업무추진비로 오락가락 신고를 했다. 심지어 증여세를 공익사업이라고 허위신고하기도 했다.
조선미디어 더나은미래의 2019년 3월 ‘알쏭달쏭 공익법인 표준 회계기준… 어디까지가 공익목적사업?’ 보도를 보면 회계전문가들 사이에서 공익사업의 정의조차 불투명하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많은 기업‧재산가들이 재산 축적‧보전을 위해 이용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지만, 공익법인 부실운영 및 불투명성에 대해 제대로 손 댄 정권은 없었다.
오히려 깜깜한 공익법인 도가니에 성실공익법인‧의결권 없는 성실공익법인‧기부금 공제 확대 등 검은 구멍에 돈을 쏟을 주머니만 열어뒀다. 이는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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