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미술품 물납 감정업계 숙원 들어준 정부, 안전장치는?…기재부‧문체부 '나몰라'

2024.01.30 17:01:33

기재부 시행령 개정, 미술 업계만 감정하도록 문 열어줘
화가가 ‘내 작품 아니다’라는 데도, 미술업계 진품 판단
안창남, 해외 전문업체 감정도 인정 필요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미술품을 상속·증여할 때 2곳 이상 전문감정기관의 평가를 받는 것을 의무화한다.

 

미술품 감정을 전문으로 하는 민간 감정업체들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데 미술 감정업계는 현 정부의 미술품 물납 제도화에 따라 감정시장 확보를 숙원으로 삼고 있었다.

 

이번 법 개정은 이들의 숙원을 풀어줌과 동시에 완전히 그들만의 리그를 보장해주고 있다.

 

30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러한 서화·골동품의 평가 방법을 강화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다.

 


미술품은 상속 및 증여 시 2명 이상의 감정평가사로부터 평가액을 받아 상속증여재산 가액을 꾸린다. 하지만 감정평가사 자격에 미술 전공이 들어가 있지도 않아 감정가액이 감정평가사에 따라 천차만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상속증여세 납부 시 미술품을 세금 대신 납부할 수 있도록 길을 열면서 민간 미술 감정시장이 들썩였다.

 

이들은 물납이 공정성을 가지려면 미술 감정평가액에 대한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올렸는데, 그러려면 아무 감정평가사 대신 미술 감정전문기관에만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뒤따랐다.

 

현재 기재부는 기존의 감정평가사 2인 대신 전문감정기관 2개 이상에서 감정을 받을 것을 의무화하면서 이들의 숙원을 들어줬는데, 이 조치는 여기에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문체부 심의로도 연결된다.

 

미술품 물납을 받으려면 문체부 물납심의위원회 심의를 받고, 문체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물납위는 국가가 소장할 만한 가치의 미술품인지를 심의하는데 이 과정에서 물납심의위원과 알 만한 위치에 있는 미술 감정업계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그렇지, 감정평가액에 대한 공신력, 공인을 부여하는 안전장치는 없다.

 

미술품 가격이 부풀려졌거나, 혹은 위작을 진품으로 잘못 감정했을 경우 그 손실은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미술 평단에서도 언론지상으로 통해 거듭 문제를 제기한 것임에도 정부는 서둘러 미술품 물납을 도입하고, 물납에 따른 감정시장을 민간 미술감정 기관에게 떠안기에만 급급할 뿐이다.

 

민간 미술 감정업계가 얼마나 공신력을 갖는지, 이 감정에 정부가 공적 인증을 해주는 절차가 있는지, 만일 감정이 틀렸을 경우 누가 책임을 지는지에 대해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밝힌 바 없다. 이는 모두 책임성에 대한 질의인데, 문체부에 이러한 질의에 대해 감감 무소식이다. 

 

그간 민간 미술감정업계에서는 박수근‧이중섭 등 초대형 위작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내부 분란으로 해체된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각 화랑 대표 등이 대주주)의 경우 2003부터 2012년까지 작가 562명의 작품으로 알려진 5130점 중 1330점(26%)이 위작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고 천경자 미인도 위작사건의 경우 생전 고인이 ‘난 그런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고 말했음에도 2016년 12월 서울중앙지검이 국내 전문감정기관의 의견을 수용해 진품이 맞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지금까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위작 논란이 있는 천경자 미인도는 국립현대미술관에 소장된 바 있다.

 

정부는 국세청장 판단하에 감정평가액을 검증하는 안전장치를 강화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이번 법 개정 내에는 가족과 친척끼리 미술품을 상속증여할 때 전문기관 감정평가액이 국세청 감정평가심의위원회 감정가액의 150%를 초과한다면 감정평가심의회 감정가액을 적용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다만, 이 제도는 거의 운영되지 않아 사문화된 상태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지난 10년간 국세청 감정평가심의위가 단 한 번만 열렸다’고 지적한 바 있다. 기재부는 이번 세법령‧규칙개정에서 이 절차를 의무화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세법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공신력 확보를 위해 미술감정에 정통한 해외 감정기관도 감정평가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다.

 

공신력이 있다고 알려진 해외 감정기관들은 잘못 감정할 경우 업계 퇴출 등 막대한 손실을 감수하게 된다. 미술품 물납은 국가재정 정도가 아니라 국가 문화재‧미술품의 공신력을 담보하는 수단도 된다. 이러한 논란을 잠재우려면 엄격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미술품 물납과 관련해 감정평가기관 의무화를 한 것은 자체는 긍정적 시도라고 본다”라면서 “미술감정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해외 전문 감정기관도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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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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