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전국민 고용보험 ‘흐지부지’…한술 더 뜬 민주당 "실시간 소득파악 엎어라?"

2023.11.15 16:37:32

‘표류하는 고용보험’ 현 정부여당은 무관심
실시간 소득파악 필요하다던 민주당, 정권 바뀌자 포기 움직임
민주당 고용진, 반대 목소리만 듣고 역행 추진…취약계층 목소리 안 들었다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문재인 정부는) 고용 안전망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전국민고용보험제도,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추진했다."

(2023년 8월 8일 '섬진강 수해 극복 3주년 행사'에 참석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말)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전국민 고용보험이 흐지부지될 위기에 놓였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4대 보험 밖 취약계층 보호를 위해 추진됐다.

 


계획대로라면 2024년 실시간 소득파악, 2025년 고용보험 적용이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전국민 고용보험 관련 조직을 축소‧폐지해버렸고, 고용보험 적용 축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 전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했던 민주당은 아예 기반 골조를 뒤엎으려 하고 있다.

 

가장 취약한 노동계층을 위한다던 전국민 고용보험.

 

지금 정치적 계산으로 정책이 좌초되려 하고 있다.

 

 

◇ 실시간 소득파악이 필요한 이유

 

모든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는 4대 보험.

 

그러나 4대 보험은 항상 취약계층은 외면해왔다.

 

택배기사, 대리운전기사, 일용직, 소위 특수고용근로자들.

 

4대 보험은 근로자 아니면 안 된다는 벽을 쌓았고, 택배기사‧대리운전 기사들은 그 벽 너머에서 벌벌 떨어야 했다.

 

그리고 어려운 시기가 되면, 어려운 사람들이 항상 더 어려워진다.

 

2019년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휩쓸자 정부는 실직자들을 위한 여러 지원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특수고용직들은 4대 보험 벽 너머에 있었다.

 

벽 너머야말로 온기가 필요한 곳이었지만, 그들을 도와주려면 최근까지 이들이 쉬고 있는 게 아니라 경제적 활동을 하고 있다는 근거가 필요했다.

 

그러나 한국은 분‧반기 주기로 소득파악을 해왔고, 실시간 파악 체계가 없었다.

 

일감을 잃은 사람은 누구나 차별 없이 고용보험으로 보장하라면, 영국처럼 월별 실시간 소득파악 체계를 꾸려야 했다.

 

2020년 12월 23일,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농림축산식품부, 교육부, 국방부, 국세청, 인사혁신처 등 정부 8개 기관은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을 발표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갑작스러운 (중략) 위기 시 안전망에서 배제되어 있는 취약계층에게 그 피해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고정된 사업장을 넘어 ‘일하는 사람’을 중심으로 관리되는 사회보험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와 같이 사업주가 국세청에 반기별로 소득지급명세서를 제출하는 직종은 제출주기를 매월로 단축하여 노무제공사실을 적기에 파악하겠습니다.”(2020년 12월 23일, 관계기관 합동브리핑,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 정권 교체, 손발 잘린 집행부서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정책은 흔들렸다.

 

2022년 5월 10일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이전 정부가 추진했던 전국민 고용보험 실무부서들을 폐지‧축소시켰다.

 

과장이 단장이었던 고용노동부 산하 추진단은 사무관이 팀장인 소규모 조직으로, 기획재정부 조세 및 고용보험 소득정보연계 추진단은 해산했고, 국세청 소득자료관리 준비단은 해체돼 소득지원국(현 복지세정관리단) 소속으로 축소됐다.

 

2022년 말까지 1700만명을 고용보험에 가입시키겠다는 목표는 2023년 6월 기준 1518만명으로 미달났다.

 

2023년 추진하겠다던 자영업자 가입 논의는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2023년 7월 12일, 국민의힘과 정부는 노동개혁특별위원회 실업급여 제도개선 비공개 공청회를 열었는데 이 자리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시럽급여’ 발언으로 찬물을 끼얹었다. 고용보험을 마치 얌체들의 편법 이득 인양 묘사했다.

 

고용보험법 입법도 제자리걸음만 반복했다.

 

직접적인 말은 없었지만, 누구나 알 법한 메시지였다.

 

“실시간 소득파악, 전국민 고용보험을 담당하는 조직들을 모두 쪼개고 흩어 놨는데 정책 의지가 있다고 보긴 어렵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하지만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해 바꾼 법령들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집행부서 일부도 아직 불을 깜빡이고 있었다.

 

“(국세청이) 범정부적 복지 안전망 확충 노력을 뒷받침해 나가야 합니다. (중략) 실시간 소득파악 제도를 내실 있게 운영하여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도움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2023년 2월 2일, 전국 세무관서장 회의, 김창기 국세청장)

 

 

 

◇ ‘빽도’ 내던진 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은 정권이 바뀌었어도 전국민 고용보험을 이끌고 갈 핵심이었다.

 

그렇지만 그 민주당 조차도 전국민 고용보험을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내년 월별 실시간 소득파악 시행을 코로나 19 이전처럼 분반기 파악으로 되돌리자는 법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2023년 9월 15일,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었다. 

 

고용진 의원실이 밝힌 사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사업자들이 힘들고 비용 부담이 된다.’

 

2020년 12월 전국민 고용보험 발표 후 사장님들은 항상 이 이유로 반대해왔다,

 

민주당은 가산세도 면제해주고, 각종 지원책을 마련했지만, 지난 정부에서는 실시간 소득파악 시행 자체는 지키려 했다. 정책에는 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입장을 뒤집으려면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했다.

 

고용진 의원실에서는 정책이란 수정할 수 있는 것이며, 반대 목소리가 있기에 협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고 이해해달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한 본지의 질문은 단 두 개였다.

 

과거 실시간 소득파악 판단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 근거가 무엇인지.

 

사장님들 반대를 고려했다는데 정작 정책 목표인 취약계층 말은 들어 봤는지.

 

고용진 의원실은 어느 질문에도 제대로 된 답을 하지 않았다.

 

 

◇ 코로나19의 전훈, 망각하는 사람들

 

평화로울 때라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진다.

(사마양저, 춘추시대 제나라 전략가)

 

전쟁과 같았던 코로나 19 시기.

 

실시간 소득파악은 당시 한국 정부가 얻은 전훈 중 하나였다.

 

2020년 12월 23일 전국민 고용보험 로드맵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임시・일용직은 입・이직이 잦아 소득파악 시차가 긴 소득정산 자료는 가입누락자 확인에 한계.’

 

국책연구기관인 조세재정연구원의 2021년 7월 소득기반 사회복지 체계 구축을 위한 국세청 기능전환 보고서에서는 아래와 같이 기술하고 있다.

 

(소득파악) 재난지원금 지급 추진 등 피해 집단 식별 및 지원 과정에서 현 소득파악 체계의 문제점이 부각됨, 신기술의 노동시장 유입에 따른 비정형 근로자의 급증 등으로 전염병 사태 이전 급변하는 과세환경에 대한 과세관청의 대응이 이미 필요했던 상황.

 

(사회복지) 특수형태근로종사자 및 자영업자 등의 고용보험 미가입 문제가 부각되며 사회보험의 실질적·제도적 사각지대 해소 방안에 대한 논의 (재)쟁점화.

 

과거 4대 보험 도입 당시 있었던 평생 직장은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외환위기 이후 고용불안과 회사들은 고용의무를 회피하려는 여러 꼼수들을 사용했고, 정부는 이를 묵인했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비정규직과 특수고용직이었다.

 

이들은 하루, 일주일, 달을 거듭해가며 일터를 바꾸었고, 영세 자영업자들도 사업자란 이유만으로 신호등 없는 비보호 차로에 놓여야 했다. 코로나 19를 전후로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가 생기면서 복지 정책에서 취업자란 단어가 더욱 큰 의미를 가지게 됐다.

 

회사원이 될 수 없는, 취약계층을 도우려면 고용보험 제도의 근간을 바꾸어야 했고, 정부는 가입 기준을 근로자 여부가 아닌 소득기반으로 바꾸었다. 이 소득기반 고용보험 만은 현 정부에서도 또렷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그 명맥에 물이 흐르게 하려면 한 가지 필수 조건이 필요했다.

 

고용진 의원이 발의한 실시간 소득파악 개정안은 ▲오로지 반대자들의 말만 듣고 ▲과거에 비해 특별한 근거없이 ▲정책의 목적인 취약계층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현재 진행되는 국회 기재위 조세소위원회 심의안건으로 올라가 있다.

 

취약계층의 목소리 없이 사장님들의 말만 듣고 취약계층 정책을 하겠다.

 

이것이 참된 취약계층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전국민 고용보험은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없애고 전체 취업자를 보장하기 위해 들어온 겁니다. 상용근로자들한테만 고용보험을 할 거라면 실시간 소득파악 안 해도 되겠죠.”

 

“이전처럼 분반기 소득파악을 하면 근로자야 원천징수가 있으니 확인할 수 있다지만, 일주일, 한달, 일터가 바뀌는 사람들은 확인 못 하는 거죠.”

 

“소득파악의 빈틈을 없애기 위해 실시간 소득파악을 해야 하는 겁니다. 실업급여는 정말 절실한 거거든요.”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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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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