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윤석열 정부가 부자감세 비판을 회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중산층 기준을 조작(操作)한 정황이 드러났다.
1999년부터 2024년까지 총 26년 치 정부 세법개정안을 전수 조사한 결과다. 여기서의 조작은 잡을 조에, 지을 작으로 무언가를 일정한 방식에 따라 다루어 움직였다는 뜻이다.
기획재정부는 매년 세법개정이 얼마나 중산층 또는 고소득층에 증‧감세 효과를 미치는지 발표해왔다.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의 1.5배였는데, 이는 OECD 등 국제기준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윤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2년 세법개정안부터 중산층 상단 기준을 자의적으로 평균소득의 200%로 늘렸다.
이 조치로 중산층 기준이 대폭 늘어났다. 중산층 기준을 올리면 부자감세를 중산층 감세로 덧씌울 수 있다.
2024년 정부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한국 중산층 상단은 연봉 8400만원이다. 통계청이 올해 2월 27일 발표한 ‘2022년 임금근로일자리 소득(보수)’에 따르면, 이는 상위 10.3%에 달한다.
기재부가 2022년 이전 사용한 국제기준에 따라 중산층 상단을 구하면 중산층 상단은 약 연봉 4800만원이다. 인구 비례로 치면 상위 29.6% 정도다(2022년 전국 가구 균등화 처분가능 중위소득 기준).
중산층 기준을 무려 전체 인구 20%나 올려친 셈이다.
기재부 측은 기재부 내부에서 사용하는 소득값은 통계청 소득 값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걸 감안해도 기재부의 상위 10% 고소득층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고소득층 기준을 아무리 좁혀도 상위 15~20% 정도다.
문제는 중산층을 잡을 때는 상대 지표인 중위소득을 쓰지, 절대값인 평균값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균의 함정 때문인데, 한 명이 1000억을 벌고, 다른 아홉 명이 1원을 버는 나라가 있다. 평균소득으로 중산층을 잡으면, 모두가 중산층인 1인당 100억원의 초부자 사회가 된다. 누구도 ‘이런 엉망진창인 나라’를 ‘모두가 부자인 나라’라고 하지 않는다.
통계청 등에서 이런 평균의 함정을 피하기 위해 중위소득을 쓴다. 중위소득이란 전체 100명 가운데 정확히 51번째 사람의 소득을 말한다. 이 방법을 쓰면 위의 나라는 극빈 양극화 나라임이 드러난다. 그러나 이런 극빈 양극화 나라조차 기재부 기준에선 ‘모두가 부자인 나라’다.
기재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모 언론사가 왜 중산층 기준을 평균소득으로 바꾸었는지 묻자 ‘사회적 통념’을 반영했다고 답하긴 했다. 그런데 사회적 통념을 누가 정의했는지, 그 정의가 ‘OECD 국제적 통념’에 맞는지, 중위소득을 쓰는 통계청 정의도 바꿀 요량인지 답한 바 없다.
◇ 李 부자감세 은폐의 재현…그 李 정부도 수정했다
기재부가 이런 수법을 사용한 건 처음이 아니다.
정부가 매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중산층 기준을 공개한 건 2008년 이명박 정부부터다. 그때 이명박 정부 핵심 세법개정 방향은 부자감세였다.
당시 추진한 건 종합소득세 세율 일괄 감세, 종합부동산세 감세,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감세, 양도소득세율 일괄 감세, 법인세 일괄 감세 등 이었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윤석열 정부 2022년 세제개편안 못지않은 파격 감세였다.
위 세법들은 다 돈 있는 사람들이 크게 혜택 보는 내용들이었는데, 당시 OECD 기준을 쓰면 부자감세가 너무 또렷이 드러났다.
그러자 이명박 정부는 소득세 최고세율 이하는 모두 중산층이라는 엉터리 잣대를 꾸몄다.
얼마나 황당무계하냐면, 이 기준대로라면 소득 상위 1% 감세도 중산층 감세가 된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사용한 기준에 따르면, 고소득층은 고작 상위 0.8% 정도로 추정된다. 하지만 어느 나라도 자국민 99.2%가 중산층이란 허무맹랑한 주장을 하지 않는다(인구 통계 가공 출처: 2006년 기준 국세통계. 4-2-4 소득 규모별 근로소득 연말정산 신고 현황).
그랬던 이명박 정부도 2009년 세법개정안을 내면서 OECD 기준에 맞춰 중산층 기준을 수정했다. 그 때 들어온 게 ‘중산층=중위소득 1.5배까지’다.
당시 했던 것이 대기업 최저한세 상향, 임시투자세액공제 종료, 고소득층 신용카드 공제 축소, 1억 연봉자에 대한 근로소득 공제율 축소 및 소득세액공제 폐지, 해외편드 소득세 비과세 종료 등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부자 감세를 하느라 나라 곳간이 비자 2009년 부자‧대기업 증세를 추진했는데, 이를 어필하려는 속셈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 이후 중산층 기준은 단 한 번도 바뀌지 않고, 중위소득 1.5배가 유지돼왔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2022년 부자감세를 하면서 평균소득의 두 배(200%)로 중산층 기준을 바꿨다.
이명박 정부는 1년 만에 부자감세를 하긴 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3년째 그 기준을 고집하고 있다. 지난해 56.4조원에 이어 올해도 최악의 세수펑크가 우려되고 있지만, 윤석열 정부는 올해도 부자들이 즐거워 할 역대 최대급 상속세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한편, OECD는 현재 중산층 기준을 현재 중위소득의 75~200%까지로 본다.
2015년까지 중산층 기준은 중위소득의 75~150%였었다.
양극화가 심각한 미국 정부가 중위소득 200%를 고집하자 OECD도 2016년부터 중산층 상단을 중위소득의 200%로 수정했다.
단, OECD가 평균소득을 중산층 기준으로 사용한 적은 없다.
<알립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9일 오후 6시 19분께쯤 유선상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와 중산층 기준을 평균소득의 200%로 잡았던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해명은 본지가 지난 9일 오후 5시 32분 송고한 ‘[이슈체크] 尹정부 세법개정안, 부자감세 숨기기 위해 중산층 기준 조작 ‘또’‘ 기사에 대한 해명입니다.
해당 기사는 윤석열 정부가 부자 감세 일부를 중산층 감세로 숨기기 위해 일부러 평균소득의 200%로 중산층 기준을 부풀렸다는 것이며, 이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기재부가 중산층 집계 시 사용한 국제기준(OECD) 중위소득의 150% 기준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내용입니다.
이에 기재부는 2009년부터 2024년까지 26년째 세법개정안 내 중산층 기준을 평균소득의 200%로 사용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근로자의 소득이 적다는 이유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중산층 집계 시 1~4인 사업장 근로자는 의도적으로 배제하였다는 사실을 인정하였습니다.
기재부는 21대 국회가 1~4인 사업장 근로자 배제를 지적하자 2022년 세법개정안부터는 1~4인 사업장 근로자를 중산층 집계에 넣었다고 설명하였습니다. 따라서 윤석열 정부가 부자감세를 축소하기 위해 중산층 기준을 낮게 잡았다는 해당 기사의 지적은 오류라고 설명하였습니다.
다만, 기재부는 중산층 기준을 평균소득의 200%로 잡는 것이 중산층을 부풀려 부자 감세를 은폐할 수 있다는 큰 틀에서의 지적에 대해서는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기재부의 중산층 평균소득 200%라는 기준은 ▲국제기준에 부합하지도 않고 ▲평균의 함정을 야기하고 ▲심지어 한국 통계청의 중산층 집계 방식(중위소득 기준)과 맞지 않습니다. 기재부는 이러한 비판이 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기재부가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중산층 기준을 부풀리기 위해 저소득이란 이유 등으로 1~4인 사업장 근로자를 없는 사람 취급하였다는 것은 통계적 오류나 고의적 조작 여부를 떠나 저소득층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심 결여라는 비판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1~4인 사업장 근로자 배제를 2022년~2024년 사이 바로 잡았다고 하여, 중산층 집계 시 ‘평균소득의 200%’를 사용함으로써 부자 감세 일부를 중산층 감세로 둔갑할 여지가 있는 것 역시 여전합니다.
따라서 기재부가 26년간 세법개정안을 통해 고소득층 감세를 중산층 감세인 것인양 축소하였다는 지적은 유효하다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재부 설명대로라면, 윤석열 정부 세법개정안이 과거보다 더 중산층 기준을 부풀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기재부가 자초한 일입니다.
해당 기사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기재부가 중산층을 집계할 때 OECD 기준에 따라 중위소득 150%를 사용하였다고 기술하였습니다.
해당 기간 세법개정안을 모두 확인한 결과, 기재부가 중산층 기준을 OECD에 따라 중위소득 150%라고 기재하였기 때문입니다. 그 외의 별도의 설명은 없었습니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실제로는 2009년부터 2021년 동안 중산층을 잡을 때 평균소득의 150%를 사용하였고, 세법개정안 내 중산층 기준을 OECD 중위소득 150%이라고 기재한 것은 단순 참고사항이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왜 세법개정안 내 참고사항이라고 표기했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세법개정안은 공문서입니다. 공문서는 그 자체로서 공신력을 가집니다. 그리고 공신력은 외형상 사실을 믿고 거래한 사람을 보호하는 공적인 신용 또는 법률효과를 발생시킵니다. 한 마디로 말해 그 외형상 사실이 실제와 다르더라도 그 외형을 믿고 거래한 경우 법률효과를 인정합니다.
해당 오류는 공문서인 기재부 세법개정안의 공신력을 신뢰한 데 따른 것이기에 설령 사실과 다르다고 할 지라도 공신력에 따른 보호법익이 없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해당 기사가 아니라 오히려 기재부입니다.
기재부는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세법개정안 내 기술한 OECD 중위소득 150%라는 중산층에 대한 기술이, 자신들이 실제 사용한 중산층 기준(평균소득의 150%)과 다르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기재부가 직무상 오해 발생 여지를 충분히 인지할 수 있고, 그럼에도 23년간 그러한 행위를 반복적‧고의적으로 하였다는 것은 허위 공문서 작성의 고의 내지 미필적 고의의 우려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인식은 기재부가 중산층 기준을 OECD 중위소득 150%라고만 썼을 경우, 보는 이로 하여금 오해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2009년 세법개정안 요약본 21페이지에서는 2008년도 중산층 분류방식(소득세 최고세율 비적용자)에서 2009년 중산층 분류에는 OECD 기준을 사용하였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 기술입니다.
만일 기재부 설명대로 2009년부터 중산층 기준을 평균소득의 150%를 사용하고도 표를 위에처럼 작성하였다면, 2009년 세법개정안에서의 행위는 고의적 허위 공문서 작성죄에 해당할 소지가 상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소한 미필적 고의 적용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미필적 고의란 최소한 특정 행위가 타인에게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에도 그러한 행위를 할 경우 고의로 본다는 것을 말합니다. 고의는 핵심 범죄행위 구성요건 중 하나입니다(형법 13조).
형법 227조 허위 공문서 작성죄에서는 권한이 있는 공무원이 고의로 공문서에 사실이 아닌 내용을 허위로 작성하거나 또는 변조하였을 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재부의 행위가 형법 227조 대상인지는 다툼의 여지가 있기에 더 설명하지 않겠습니다.
나머지는 독자 분들의 판단에 맡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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