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정부 연금개혁안 속 ‘자동조정장치’, 묘수인가 악수인가

2024.09.10 21:21:19

자동조정장치 두고 “고육지책” vs “악수”
연금 삭감 규모 비공개 반발여론 키워
연금 삭감 추정액 묻자...정부 “지금 말씀드리기 어렵다”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최근 정부가 국민연금개혁 정부안을 공개했다. 

 

국민연금개혁 정부안은 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나이가 많을수록 인상 속도를 높이며 자동조정장치를 통해 저출산으로 인해 연금 보험료를 낼 사람이 감소할 경우 은퇴자들이 받는 연금액을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를 두고 야당, 시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연금 총액이 감소된다는 지점에 비판이 집중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내가 받는 연금액이 감소하는 것이 없다면 결국은 미래 세대가 부담해야 된다”며 연금 제도가 유지되기 위해선 이같은 장치가 꼭 필요하다,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다.

 


10일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에서 최근 정부가 가입자수와 기대여명에 따라 국민연금 지급액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를 제안한 것과 관련해 “내가 더 받으면 내 아들과 손자가 더 부담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보험료를 19.7% 내야 현 수준으로 (연금을) 받을 수 있는데 보험료를 9% 내고 소득대체율을 40%로 받는다고 하니 부채가 쌓이고 2056년이면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상태로 유지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56년 고갈된다.

 

그런데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13%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올해 수준인 42%에서 유지, 기금 운용 수익률을 1%p 높이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점을 2072년까지로 늦출 수 있다는 게 정부 측 설명이다. 개혁을 하지 않을 때(2056년)와 비교해 16년이 더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자동조정장치를 2036년부터 발동하면 기금 소진 시점은 2088년으로 32년 연장된다. 2054년 발동하면 기금 소진 시점이 2077년으로 총 21년 늘어난다.

 

정부안에 포함된 자동조정장치는 물가 상승률에 기대 여명 또는 국민연금 가입자 수 증감을 연동해 연금 인상액을 조절하는 장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국 중 24국이 해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 국민연금개혁 정부안 반발 확산

 

이같은 내용의 정부 연금개혁안을 두고 야당, 시민단체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국민연금개혁 정부안이 발표되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안은 보험료를 지금보다 40% 가까이 올리고 법 개정 없이도 연금을 자동으로 삭감할 수 있도록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이 장치가 도입되면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 총 연금액이 17% 가까이 삭감된다”고 반발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양대 노총도 국회에서 ‘연금개악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연금개혁안은 국가의 국민노후보장을 포기한 연금개악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선 “해당 장치는 보험료 수준이 높고 국가 재정지원도 상당하며 연금급여 수준도 높아 국민의 노후생활이 안정된 국가에서 운영하는 제도”라며 “우리나라와 같이 노인빈곤율이 극심한 상황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야 하는 객관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모든 연려층에서 총연금액이 약 20% 삭감된다고 분석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은 “유럽 등에서는 노인 빈곤율이 10% 아래로 낮아진 상태에서 자동조정장치가 도입됐는데,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0%에 육박한다. 보장성 강화에 대한 고려 없이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면 오히려 노인의 빈곤을 초래하는 연금 개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할 경우 연금 총액이 얼마나 삭감되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반발 여론을 키우는 요소다. 기금소진 연장 시기는 시나리오별로 공개하면서도 삭감 규모는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 차관은 자동조정장치 적용에 따른 연금 삭감액 규모에 대해 “자동조정장치는 도입 모형과 시기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설계는 다 했지만 더 연구해야 할 과제이고 국회로 안을 보낸 상태이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선 말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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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민경 기자 jinmk@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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