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하위층은 가난해지는데 민생이 술‧캠핑카?…총선 눈치보기식 감세정책

2024.01.11 14:38:04

세금 수입 갉아 가격억제, 단기정책일 수 밖에 없어
물가 인상 때마다 감세 계속 못 해
저소득층 소득 약화, 노인 40%가 빈곤상태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정부가 감세를 통한 물가 억제, 경제 선순환 효과를 선전 중이다.

 

하지만 점점 줄어드는 실질소득 하락에 도움이 될 가능성은 극히 낮다. 돈을 벌어야 소비를 하는데 이런 정책이 다수 국민의 쓸 돈을 늘려주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질소득 동향을 보면 저소득층 소득이 줄어드는 모양새인데, 정부는 세금을 깎아서 특정 분야 이익률 방어 및 가격 억제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그나마 이 효과는 오래 가기 어렵다. 물가는 움직이고, 세금은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이 오는 2월부터 국산 발효주와 기타주류의 세금이 줄어들면서 청주 등 차례주 가격이 최대 5.8% 인하된다고 11일 밝혔다.

 

국세청은 앞서 국산 발효주, 기타주류 및 캠핑용 자동차에 대한 기준판매비율을 결정했다.

 

기준판매비율은 간단히 말해 주종별 주류 세금을 깎아줬다는 뜻이다.

 

국세청은 1월 1일부터 기준판매비율이 적용된 소주의 경우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병당 최대 200원까지 인하했다고 밝혔다.

 

캠핑용 자동차는 공장 반출가격이 8000만원인 경우 소비자 가격이 53만원 내려가는 효과가 발생한다.

 

지난해 7월 소형~중형차급에 대해 세금을 내렸으며, 7월~11월 판매량이 직전연도 같은 기간보다 1.3% 소폭 증가했다.

 

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는 이유는 원자재 인상 등 물가 때문인데, 물가 상승률 이상을 세금을 빼줘서 업체들 이익률을 보장해주면 가격 상승으로 올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하지만 세금은 상수이고 물가는 변수라는 점에서 이러한 효과는 수 개월 내 끝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물가가 또 올랐을 때마다 세금을 계속 깎아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자동차는 고가 내구재로 살 사람들은 어떻게든 사지만, 누구나 살 수 밖에 없는 저가 제품인 소주는 가격이 올라가면 불만이 크게 높아지게 된다.

 

게다가 ‘질소과자’로 대표되는 최근 기업들의 탐욕적 이익 추구(그리드 인플레이션)가 물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분석이 꾸준히 나오는 만큼 세금으로 물가를 붙잡을 가능성은 더욱 희박하다.

 

이러한 단시일적 정책을 쏟아내는 가운데 현 정부에서의 민생은 저소득층부터 무너지고 있다.

 

통계청 ‘전국 1인 이상 소득5분위별 가구당 가계수지(실질)’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하위 0~20% 소득(1분위)은 –3.8%, 2분기 –3.9%나 감소했다.

 

코로나 때 위축된 소득이 물가를 따라잡을 정도로 회복됐으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그 전에 정부가 지원을 끊으면서 물가 상승의 여파를 완충할 소득원이 없었던 저소득층은 직격을 받았다.

 

보통은 최소한 경기회복까지 저소득층이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지원(이전소득)이 뒤따르지만, 정부는 재빨리 삭감했다.

 

11일 기획재정부 월간재정동향을 보면 지난해 1~11월 기금지출이 37.2조원 줄었는데 이 돈이 저소득층을 보호해주던 돈이었다.

 

정부가 건전재정을 운운하며 빵빠레를 불 때 저소득층은 침강한 셈이다.

 

2분위(하위 20~40%)도 –2.7%, 3분위는 –0.8% 줄었다.

 

경기위축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에 타격을 주지만, 정부는 대기업 등 상위계층의 소득세를 깎아주는 정책을 썼다. 세금제도적으로 보면 저소득층도 제도 수혜층이나 저소득층은 세금을 낼 수 있을 정도의 소득이 없어 실질로는 별 효과가 없다.

 

반면 3분기 기준 상위 소득 0~20%는 1.0%, 상위 소득 20~40%는 1.8% 늘었다.

 

노인빈곤율은 이런 통계를 볼 때 같이 볼 필요가 있다.

 

돈을 벌 나이는 그래도 버틸 수 있지만, 은퇴한 후에는 곧바로 굶주림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OECD '한눈에 보는 연금 2023(Pension at a glance 2023)'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한국 66세 이상 노인의 40.4%가 빈곤상태다. OECD 평균(14.2%)의 세 배 이상이다.

 

지금 필요한 정책은 돈이 고여 있는 곳(상위층)에서 물을 퍼서(과세) 소비성향이 큰 하위층의 가뭄을 해소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 생애주기별 소득, 지출이 지속가능하게 되는 것을 목표로 중장기 재정운용을 짜는 것이 포함된다.

 

하지만 현 정부는 종부세, 주식양도세 등 대표적인 고가 자산, 고액 자산가들을 위한 감세 조치를 취하며 소득 상위층에 돈을 몰아주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세금으로 상위층에 돈을 몰아주면, 정부 지출은 줄어들게 되고, 정부 지출이 줄어들면 힘이 약한 쪽의 예산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건 약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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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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