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허울뿐인 식품 용량치기 공정위 제재…아예 장난칠 길 열어주나

2024.05.03 13:16:13

용량 5%까지 합법적 용량 내려치기 허용
연속으로 5%씩 용량 내려치면 완전 회피 가능
매출총이익 5% 버는데 과태료 무섭겠나
소비자가 알아서 찾아보시라…또 나온 홈페이지 게재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앞으로 소비자 몰래 용량을 줄여 이익을 챙기는 행위를 한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고물가로 서민 고통이 깊어지는 가운데 업체들의 용량 내려치기 수법(슈링크플레이션)에 제동을 걸겠다는 모양세다.

 

하지만 정책 곳곳에 얼마든지 제재를 회피할 수 있는 구멍이 있어 실효성 낮은 면피용 정책이란 비판이 제기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3일 공개한 ‘사업자의 부당 소비자거래행위 지정 고시 개정안’.

 


공정위는 우유, 커피, 치즈, 라면, 고추장, 생수, 과자 등 식품들과 화장지, 샴푸, 마스크, 면도날 등 생활용품 등 생활밀접상품의 경우 용량을 변경한 날로부터 3개월 이상 용량축소사실을 알릴 것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정책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다.

 

 

 

 

◇ 오늘 5% 줄이고, 내일 5% 줄이고

 

대표적인 게 용량 변동 비율이 5% 이하인 경우에는 고지를 안 할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인데, 변경 기간 제한이 없다.

 

극단적으로 오늘 5% 용량을 줄이고, 다음날 5% 용량을 추가로 줄여도 제재를 피하는 데 문제가 없다.

 

보통 업체들이 포장재 업체를 중간에 끼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도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 5%까지 용량 장난은 ‘합법’

 

5% 이하로 예외를 열어준 것도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간 업체들이 주로 용량 5~10% 정도를 가지고 중량 내려치기 수법을 사용했는데, 당국이 용량 장난에 대한 합법적인 상한선을 열어준 셈이기 때문이다.

 

업체들은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라고 주장했고,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였다고 하는데 용량으로 장사하는 업체들이 이익 외에 용량을 조절해야 하는 사유가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다.

 

 

◇ 매출총이익 5% 먹는데 그까짓 과태료

 

제재 수준과 표시 방법도 마찬가지다.

 

업체가 용량장난을 치면 곧바로 매출총이익이 늘어나게 된다. 5% 용량장난을 치면 해당 품목의 매출총이익이 5%가 오르는 식이다.

 

장난치는 품목에 따라 5%로 수억, 수십억원 또는 그 이상의 매출총이익을 빨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공정위 과태료는 고작 1차는 500만원, 2차 1000만원에 불과하다.

 

가장 실효성 있는 방식은 벌어들인 이익에 비례 또는 상당하여 과태료를 물리는 방식인데 상대적으로 실효성이 낮은 정액식 과태료를 물린 것이다.

 

 

◇ 직박구리 폴더 찾나? 홈페이지 숨바꼭질 장난

 

표시 방법도 매우 허술하다. 

 

공정위는 업체들에 표시 방법 중 ▲포장 등에 표시 ▲제조사 홈페이지에 게시 ▲제품의 판매장소(온라인 판매페이지 포함) 가운데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 가장 실효성이 있는 건 포장과 판매장소에 동시에 알리는 것이다.

 

하지만 제조사 홈페이지라는 뒷문을 열어줬는데 굳이 위의 두 가지 방법을 선택할지는 의문이다.

 

심지어 홈페이지 대문에 걸어놓으라고 한 것도 아니기에 폴더 숨겨놓듯 링크를 여러 개 거쳐서 숨겨놔도 막을 방법이 없다.

 

무엇보다도 공정위가 소비자들이 제조사 홈페이지에 수시로 찾아가서 용량 확인을 할 거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번 고시는 발령일로부터 3개월 후인 8월 3일부터 시행된다.

 

공정위 측은 최대한 여러 사안을 고려해 고시안을 마련했으며, 업체들과 '자율협약'을 맺고 '자율적인' 이행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제력 있는 제재도 있지만, '자율적인' 협력으로 실효성을 내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개정안을 통해 제조사와 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소비자들이 온전한 정보를 바탕으로 더욱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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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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