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세계은행 수석경제학자 레오라 클래퍼 박사(Leora Klapper)가 지난 7일 더 코리아 타임즈 기고를 통해 세금통계 민간 공개의 유용성에 대해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한국 국세청이 세계은행이 수행하는 연구에 대해 대단히 협조적으로 세세한 세금자료를 제공해 감사하다는 내용이다.
클래퍼 박사와 세계은행 개발연구그룹은 지난 1월 한국과학기술원 경영대학원과 함께 한국의 사례를 통해 신용카드 등 전자결제를 정착하기 위한 세제개편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에 따르면,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나이지리아, 이집트, 파키스탄, 필리핀 등의 국가들이 15위권 국가로 성장하게 된다.
신흥국의 성장을 앞당기려면 지하경제를 제거하고, 투명한 경제구조가 들어서야 한다.
한국은 이러한 작업을 외환위기 직후 신용카드 정착과 현금영수증 의무발행을 통해 추진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의 경제실질을 상당히 투명화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한국 국세청은 이 흐름을 실증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클래퍼 박사 공동연구진에 세금 자료를 제공했고, 클래퍼 박사는 이 협조적인 사례에 대한 대단히 긍정적인 경험을 기고문에 실었다.
실제 정책결정에서 세금 데이터의 필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경제가 고도로 복잡해지면서 경제 정책을 꾸미려면 좀 더 정밀한 근거자료가 필요하다. 세금 자료는 그 밑바닥 실질을 그대로 담고 있다.
클래퍼 박사의 사례는 분명 한국 국세청 통계 전문가들 및 자료품질의 우수성을 내보이는 사례 중 하나지만, 한국 국세청이 매사 세금통계 외부 공개에 호의적인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한국 국세청의 자료공개에 대한 비협조성은 대단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자산 자료에서 공개를 거부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종합부동산세의 경우 2021년도 기준 서울시 구별 자산격차가 표준편차 2.7을 넘을 정도로 극심하다.
국회와 연구기관, 언론 등에서 종합부동산세 지역별 납세액과 과세표준, 재산가액 등에 대한 공개를 십수년째 요구하고 있지만,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제81조의13 비밀유지 조문을 방패로 저지하고 있다.
이유는 정치적으로 예민하다는 것인데, 거꾸로 이는 그 부분이 곪아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자산에 대한 부의 과잉 축적(저축의 역설)이야 말로 한국사회의 가장 심각한 골병이며, 환부가 썩어버린 다음에 상처를 봐봤자 그때는 늦게 된다.
하지만 한국 국세청은 익명처리를 해서 보내달라는 요청마저 거부하고 있다.
그나마 한 가지 긍정적인 점은 국세청이 조금씩이라도 공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데이터의 민간활용을 위해 전 정부 부처의 문서파일형식을 전산 가공에 유리한 방식으로 바꾸는 등 정책결정과 민간연구 지원의 물꼬를 텄다.
지난 2018년 6월 국세통계센터를 개소했고, 2020년 9월 서울지방국세청 지하에 국세통계센터 서울분원을 설치, 국세청 세종 본부에 가지 않아도 국세 자료를 연구나 정책결정에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클래퍼 박사 공동연구진이 도움을 받게 된 발판이 되기도 했다.
한편, 클래퍼 박사는 세계은행의 글로벌 핀덱스(Global Findex) 데이터베이스의 창립자이자 세계은행 경제 전망의 공동 편집자다.
공평하고 포용적 금융을 옹호하며, 미국 연방준비이사회와 투자은행 살로몬, 스미스 바니에서 근무한 바 있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에서 금융경제학을 전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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