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 시장은 ‘四國志’ 시대

2020.10.19 16:18:46

점유율 80% 넘은 상위 4사…‘코로나’ 약발 빠진 손해율 ‘꿈틀’

(조세금융신문=방영석 기자)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 시장의 80% 이상을 독식하며 자동차보험 시장이 사실상 상위 4개사의 격전지로 변했다.

 

중소사들이 일제히 자동차보험 시장 디마케팅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매출량의 과반수를 차지하는 온라인보험 시장의 판도에 따라 시장 지배력이 변모할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손보사를 출범한 보험사에 맞서 후발주자로 나선 빅테크(대형 정보통신 기업) 업체들이 막강한 플랫폼 영향력을 앞세워 시장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대형사 위주로 고착화 된 시장 지배력에 변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19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상위 4개사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원수보험료 기준)은 83.7%로 전년 동기보다 2.2%포인트 상승했다.

 


상위 4개사의 점유율은 지난 2010년 68.7%를 기록한 뒤 2015년 74.1%, 2017년 79.9%을 거쳐 올해 80%를 넘어섰다. 사실상 4개사가 자동차보험 시장을 장악한 셈이다.

 

이 기간 부동의 1위인 삼성화재의 뒤를 추격중인 DB손보와 현대해상이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삼성화재가 2010년 27.6%에서 2020년 29.7%로 2.1%포인트 오른 사이 현대해상은 15.2%에서 20.4%로 점유율이 5.2%포인트 늘어난 것.

 

2010년 당시 동부화재였던 DB손보 역시 같은 기간 14.0%에서 20.4%로 6.4%포인트의 증가폭을 기록했다. 양사는 점유율에서 동률을 기록하며 올해 치열한 2위사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태다.

 

중소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의도적으로 매출을 줄여나가는 ‘디마케팅’ 전략을 채용하고 있다. 손해율이 낮은 일부 우량 고객을 제외한 신규 고객 모집을 사실상 포기한 것.

 

실제로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잠시 소강 상태를 보였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상반기 이후 다시 악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자동차보험의 수익성을 감당하지 못했던 중소사 입장에선 ‘디마케팅’ 전략을 포기할 유인이 없는 셈이다.

 

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주요 4개 손해보험사의 9월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5.5~87.0%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3~9%포인트 감소한 수치이나 여전히 적정 손해율을 훌쩍 뛰어 넘은데다가, 9월 이후 위축되어 있던 야외 활동이 늘면서 손해율이 악화될 것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때문에 대형4사가 장악한 자동차보험 시장의 판도 변화는 현 상황에선 비대면 채널의 성장 여부에 달려있다.

 

비대면 가입률이 대면채널 가입률을 추월하고 있는 ‘언택트’ 시대에 발맞춰 막대한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하는 자동차보험이 ‘플랫폼’ 및 디지털 보험사 사업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손보업계의 사이버채널(CM)서 나오는 자동차 보험 매출 비중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온라인 채널이 전체 차지하는 비중은 43.4%로, 오프라인 채널과의 격차를 13.2%까지 줄였다.

 

대면 채널의 전유뮬로 여겨졌던 자동차보험 시장이 점차 온라인 채널로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셈이다.

 

특히 이 기간 온라인 채널 점유율에서는 TM 채널이 18.3% CM 채널이 24.6%의 점유율 비중을 보였다. 소비자가 스스로 계약 조건을 정하는 비대면 채널이 자동차보험 시장에 주효했던 것.

 

상대적으로 시장을 선점 했던 TM 채널보다도 설계사 자체가 없는 CM채널이 더욱 많은 고객을 끌어 모았던 것이다.

 

자연스레 현재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가장 큰 이슈는 이 같은 온라인시장에 도전장을 던지 ‘빅테크’ 업체들의 행보다.

 

수백만의 가입자를 보유한 카카오페이와 네이버로 대표되는 빅테크 업체들이 ‘비교판매’를 전략으로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확보하느냐에 따라 빅4의 점유율도 변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

 

디지털 보험사 설립에 가장 먼저 뛰어든 빅테크 업체인 카카오페이는 내년 초를 목표로 ‘카카오보험’(가칭) 설립을 준비 중이다.

 

카카오보험은 경영권을 갖고 삼성화재와 카카오가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지만 지분 및 상품군 선정을 놓고 입장차가 발생하면서 당초 예상된 공동 경영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국내 최대 포털사인 네이버도 보험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작년 출범한 네이버의 금융 계열사 네이버파이넨셜이 보험 가격 비교 견적 서비스(네이버 보험) 출시를 추진하고 있는 것.

 

현재 네이버파이넨셜과 손보사들은 비대면으로 가입할 수 있는 자동차보험인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플랫폼에 대한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빅4 입장에선 보험업계에 진출한 타 업권 대비 지금까지 확보한 전문성을 적극 활용해 이들의 추격을 따돌릴수 있는지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또는 후발 주자로 진출한 빅테크 업체들이 상품 개발이 아닌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경우 이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전체 점유율이 요동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이미 대형4사가 사실상 장악하고 있는 시장으로 중소사가 이를 뒤흔들만한 여지가 거의 없다”며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비대면 채널에서 빅테크 업체가 대형사의 점유율 판도를 변모시킬 파괴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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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영석 기자 welcome@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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