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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일본에 다시 꼬투리 잡히지 않는 방법

(조세금융신문=고태진 관세사·경영학 박사) 지난 2004년 모 일간지에 자유한국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한 의원은 “국내 모 상사는 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시안화나트륨 773t을 태국에 수출했다. 그런데 한 달 뒤 5월에 이중 142.4t이 북한으로 재수출된다는 사실을 알게 돼 태국 측에 선적 중단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태국업체가 시안화나트륨 수입목적을 ‘살충제용 가스제조’라고 적었음에도 관련당국이 수출입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시안화나트륨은 국제적인 ‘다자 수출통제 체제’에 따라 수출입에 정부의 허가가 필요한 전략물자이다. 이어 이 기사에서 이 의원은 “화학물질이 제3국에 수출될 때 재수출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최종 수령자를 확인해야 하는데, 이를 소홀히 한 것”이라며 “이번에 적발됐지만, 과거에 이미 북한에 일부가 수출됐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등장하는 시안화나트륨(Sodium Cyanide, NaCN)은 1995년 일본 종교단체인 옴진리교가 도쿄 지하철에 살포해 수천 명의 사상자를 낸 사린(Sarin)가스의 원료이다. 청산가리로도 불리며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 WMD)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는 맹독성 물질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린가스의 원료는 국제적인 ‘다자 수출통제 체제’에 따라 수출입 허가가 필요한 전략물자로 지정해 놓고 있다.

 

당시 기사는 이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북송(北送)직전에 회수되었다고는 했지만, 여러 정황상 많은 양의 시안화나트륨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갔음을 짐작할 수 있다.(관련 사설에서는 “북한이 이번에 수입하려다 제지당한 사린가스 원료의 양에 대한 보도부터 70t이니 142t이니 뒤죽박죽 나오고 있고 이미 4개월 전 사건인데도 정부는 우리가 태국에 수출한 원료 중 이것 말고도 얼마가 더 북한에 갔는지도 모른다”고 하며 북한에 이미 많은 양의 해당 물질이 들어갔을 것이라고 보았다.)

 

 

여기서 심각한 문제는 수출신고할 때 버젓이 해당 물질이 전략물자임을 나타냈음에도 아무 제재없이 반출입되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린가스는 기술한 바와 같이 일본에게는 매우 쓰라린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질이기도 하다. 그런 것이 국내 관리의 허점을 보이며 당시 불량국가로 분류되어 있던 북한으로 우회 수출된 것은 대외적으로 전략물자관리의 신뢰를 떨어뜨리게 한 사건임에 분명하다.

 

15년이 흐른 현 2019년의 전략물자관리의 현주소는 어떨까? 이전에 비해 IT기술 등의 발달로 관련 제도와 그의 이행을 위한 수단은 비약적 발전을 보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많은 기업들은 아직도 전략물자관리제도 자체를 아예 들어보지 못했거나, 들어는 봤어도 자기들과는 상관없는 것으로 이해하는 기업들이 여전히 많다는 데 그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기업의 인식은 관련한 하드웨어적 숙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객관적 현실이다.

 

그런데 최근 일반 국민들은 ‘전략물자’라는 말이 꽤 친숙해져 버린 것 같다. 별로 좋지 않은 일로부터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고 보이는 일본의 수출규제가 그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들고 나온 규제의 이유가 한국은 전략물자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일본은 우리나라를 자국의 전략물자관리지역 중 가장 큰 혜택을 주고 있는 백색국가3)목록에서 제외시켰다.(일본의 화이트국가인 경우에는 포괄허가 적용 범위가 가장 넓고, 허가 제출서류등에서 가장 완화된 기준이 적용된다. 그런데 우리나라와의 무역 분쟁 후 ‘화이트리스트’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자 이에 속하지 않는 다수의 나라들로부터 반발이 있었고, 이를 잠재우고자 ‘화이트’ 등의 말 대신 ‘그룹 A~D’로 변경하였다.)

 

향후 북한과의 특수적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나라의 특성상 앞으로도 얼마든지 전략물자관리를 빌미삼아 우리를 압박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좋을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통일이 되기 전까지는 짊어지어야 할 태생적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부는 전략물자를 실질적으로 엄격히 관리하고, 기업은 규정에 따라 이를 철저히 지켜 대외 신인도를 높이는 수밖에 없다. 정공법으로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시켜야 할 일이다. 기업은 당장의 눈앞 이익에 현혹되어서는 안 된다. 아직 현재진행형인 일본과의 갈등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든 봉합은 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다. 향후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기에 지금의 무역 분쟁을 기회 삼아 우리 기업, 나아가서 일반 국민도 본 제도에 대한 인식을 같이할 필요가 분명하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전략물자수출관리는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자.

 

국내의 전략물자수출관리에 관하여

 

먼저 어떤 것이 전략물자인지 아는 것이 첫 번째일 것이다.

전략물자라고 하면 일견 전쟁에 사용되는 핵무기나 탱크 등 무기와 같은 품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거기에 더해야할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테니스 라켓의 원료로 쓰이는 탄소섬유는 미사일의 동체 원료로도 쓰이기 때문에 전략물자에 해당된다.

 

인스턴트 커피를 만드는 데 쓰이는 동결 건조기도 비슷하다. 이 기구는 생물무기를 제조하는 데에도 쓰일 수 있어 전략물자에 포함된다. 특정 사양의 흑연도 원자로 감속제 등으로 사용될 수 있어 관리대상이다.

 

이렇듯 일반인들에게는 ‘이게 무슨 전략물자야?’라고 생각됨직한 것들이 꽤 많다. 전략물자는 “재래식 무기와 대량파괴무기(WAD), 미사일, 그리고 이의 제조·개발에 이용 가능한 물품, 소프트웨어, 기술” 모두를 말하기 때문에 기술적 정보가 부족한 일반인에게는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전략물자의 개념이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면 이번에는 수출을 해보자.

 

일단 어떤 물품을 수출하고자 한다면 큰 틀에서 수출하고자하는 물품이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지 여부를 먼저 “판정”하여야 한다. 그 판정 결과가 전략물자에 해당된다면 당국에 “수출허가”를 신청하여야 하고, 그 결과를 세관 “통관” 절차 진행할 때 함께 신고하면 된다. 이게 다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좀 복잡해진다.

 

첫 번째 절차인 전략물자 판정 방법에는 자가판정과 전문판정 두 가지가 있다.

 

“자가판정”은 무역거래자가 자체적으로 전략물자관리시스템(yestrade.go.kr)의 ‘온라인 자가 판정’을 통해 진행전략물자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다만, 대외무역법 시행령 별표 1에 따른 ‘전략물자 확인의무 면제대상’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반면, “전문판정”은 전략물자관리원에 전략물자 판단을 의뢰하여 판정을 받는 방법이다. 자가판정과 전문판정은 동일한 법적효력을 가지나, 자가판정은 업체 자율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그 책임은 업체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전략물자 수출관리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는 많은 기업이 정확한 물품과 거래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사원급 직원에게 자가 판정을 수행시켜 수출에 급급한 나머지 의도적으로 아무 문제없는 항목만을 체크하고 반출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이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수출하는 물품 등의 가격의 5배 이하 벌금 등의 무거운 처벌을 받을 각오가 되어 있지 않다면 말이다.

 

 

판정결과 전략물자에 해당한다면 ‘반드시’ 수출허가를 받아야 한다. 만약 이 법의 위반에 대한 혐의를 받고 경찰의 조사를 받는 처지가 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제26조(수출허가 면제)7)’ 규정을 찾아보는 것이다. 여기의 15가지에 해당된다면 무서운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어떤 식으로든 처벌을 피하기는 어렵다.(출허가를 하지 않아도 되는 사유에는 ① 수리, 성능미달 등의 사유로 반송하거나 수리 후 재수출하는 경우 ② 바세나르체제 이중용도품목을 미화 8000불 이하 수출(민감 및 초민감 품목 제외)하는 경우 ③ 암호화품목을 바세나르체제 가입국으로 수출하는 경우 등이 있으며 전략물자수출입고시 제26조(수출허가 면제)규정 참조.)

 

이러한 허가에는 개별수출허가, 포괄수출허가, 상황허가, 중개허가, 경유·환적허가 등이 있으며, 주요 내용은 다음 표와 같다.

 

 

위의 표에서와 같이 기업입장에서는 수출의 원활화를 위해서 포괄수출허가 자격의 취득은 매우 가치가 있다. 포괄수출허가는 전략물자관리를 스스로 할 수 있는 기업에게 일정 기간 동안 전략물자를 허가 범위 내에서 자유로이 거래할 수 있도록 허가해 준 것이기 때문에, 수출 건건이 여러 서류를 준비해서 접수하고 15일을 기다려야 하는 개별허가에 비해 대단히 편리하다. 수출기업은 동 제도를 십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어느 지역으로 수출하느냐도 중요하다. 최종 목적지를 기준으로 “가” 및 “나”(최근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국가에서 배제함으로써 그의 대응으로 우리나라도 일본을 “가” 지역에서 배제시키고 “가의2 지역” 지역을 새롭게 만들어 이 지역에 분류할 것을 발표하였다) 지역 국가의 수출허가 지역을 구분하며, “가” 지역으로 수출할 때에는 수출허가 신청서류를 면제해 주는 혜택을 주고 있다.

 

가의1 지역

아르헨티나, 호주, 오스트리아, 불가리아, 벨기에, 캐나다, 체코, 덴마크, 핀란드, 프랑스,

독일, 그리스, 헝가리, 아일랜드, 이탈리아,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터키, 뉴질랜드,

노르웨이, 우크라이나,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영국, 미국 등 (28개국)

가의2 지역 일본
나 지역 가 지역 국가를 제외한 국가

 

마지막으로 기업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는 ‘자율준수제도(Compliance Program, CP)’가 있다. ‘자율준수제도’란 기업이 독립적으로 수출통제법규를 준수하기 위하여 전략물자의 수출관리에 필요한 조직 등의 체제를 갖추고 전략물자해당여부 판정, 수출허가 신청 등 자율적으로 수출 통제를 이행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자율준수무역거래자’는 자율준수체제를 갖추고 전략물자의 수출을 자율적으로 관리하는 기업이 일정한 요건을 갖추어 심사를 통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지정한 무역거래자를 말한다.

 

자율준수체제에서는 독립된 자율수출관리 기구를 설치하여 법령상 수출가능 여부를 스스로 판단하여 우려되는 수출거래를 거부하거나 수출허가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의 경우는 독립기구가 아닌 전략물자 수출관리 전담자로 대체할 수도 있으며, 기업규모, 업태, 희망 등급에 따라 현실에 맞게 운영하면 된다.

 

전략물자를 수출 거래하는 기업에게는 포괄수출허가의 니즈가 크기 마련인데 포괄허가를 받고자 한다면 ‘자율준수무역거래자’는 필수 요건임을 인지해야 한다. 그밖에도 CP기업에는 개별수출허가 처리기간 단축(15일->5일), 또는 허가심사 면제 등 여러 편이를 주고 있다. 간단히 얘기해서 전략물자의 수출관리를 정부는 가능한 간섭을 하지 않을테니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제도이다. 기업에는 굉장히 편리한 제도임에 분명하다.

 

지금까지 우리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전략물자수출제도에 전반에 대해 살펴보았다. 일본과의 분쟁 한복판에 있는 전략물자제도이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전략물자 수출관리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 법위반에 따른 경영상 손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뿐만 아니라 기업, 나아가서는 국가의 이미지 제고와 보안상 안전한 거래 상대방을 찾는 상대방으로부터 새로운 사업기회가 주어질 수있기에 기업에 있어 전략물자의 수출관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이렇듯 현재와 미래에 중차대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전략물자관리에 대해 정부는 기업에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 주요 전략물자를 다루는 기업들에는 컨설팅 등 집중지원을 모색하는 반면, 위법자 등 관리를 소홀히 하는 기업에는 엄중한 처벌을 가하여 정부의 분명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 이것이 당장은 수출의 번거로움으로 작용할 수있고 비용이 발생할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대외 국가신인도를 상당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프로필] 고태진 관세법인한림(인천) 대표관세사

• 경희대학교 객원교수
• 관세청 공익관세사
• NCS 워킹그룹 심의위원(무역, 유통관리 부문)
• 「원산지관리사」 및 「원산지실무사」 자격시험 출제위원
• 중소벤처기업부, 중기중앙회, 창진원 등 기관 전문위원
• 고려대학교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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