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 닫히고 있다는 경고등이 곳곳에서 켜지고 있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반도체, 조선 등 주력산업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미·중간 무역갈등으로 촉발된 글로벌 경제위기라는 뇌관이 새로 장착된 모양새다. 미래를 책임질 새로운 먹거리나 성장동력 발굴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구구조적으로는 저출산이 고착화되고 있다. 지난 압축성장기 우리나라 경제는 베이비부머 등 늘어나는 젊은 노동력에 의존하여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왔으나 앞으로는 정반대로 인구감소에 따른 성장률 둔화 및 소비감소 등 심각한 수축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경제전문가 해리 덴트(Harry Dent)는 그의 저서 《2018년 인구 절벽이 온다(The Demographic Cliff)》(2014)에서 ‘인구절벽’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전 세계의 고령화 문제를 지적하면서 젊은 층의 인구가 절벽과 같이 떨어지는 시점에서 경제에도 큰 타격이 오게 될 것임을 주장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겪고 있는 글로벌 경제위기가 인구감소 및 인구절벽 현상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조세금융신문=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사소한 것에 대한 관심의 법칙’은 1955년 N. 파킨슨(Parkinson)이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코노미스트’에 발표한 이론으로 일반적으로 큰 것보다는 작은 것에 집착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면 몇 조원대의 큰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은 잘 모르고 복잡하니까 잘 따져보지도 않고, 몇 억원 짜리 조그만 지역사업이나 작은 공사 등에 대해서는 서로 많이 차지하기 위해 피 터지게 싸우는 것을 말한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보는 풍경이기도 하다. 나눠 가질 떡이나 파이가 클 경우 적당히 타협도 하고, 나눠먹기가 가능하지만, 작을 경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정부의 정책이나 대규모 예산 등에 대해서는 감시나 관심이 상대적으로 덜한 반면, 지역내 조그만 사업에 대해서는 전문가 아닌 사람이 없다. 모두 나서서 자기가 옳다고 주장하고, 자기 또는 해당 지역의 이해관계가 최대화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되도록 목소리를 높인다. 말하자면, ‘회의 안건을 다루는 데 들이는 시간은 그 안건의 중요성에 반비례 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사실 이러한 현상은 회의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조세금융신문=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뜨겁던 여름을 시원하게 해주던 황도 복숭아의 달콤한 맛과 향을 우리는 기억한다. 위(衛)나라의 미자하(彌子瑕)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위나라 왕 영공에게 바쳤던 그 맛이 그러했을까. 예부터 복숭아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며, 고사성어에 자주 등장한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위나라에 미자하가 있었다. 아름다운 외모 덕분에 왕의 총애를 받던 그는 어느 날 어머니 병문안을 위해 허락도 없이 왕의 수레를 타고 나갔다. 죄를 물어야 한다는 신하들의 말에 왕은 “효성이 지극하구나, 어머니를 생각한 나머지 벌을 당한다는 것도 잊었구나.”라고 말하면서 오히려 그를 칭찬했다. 그 후 어느 날 미자하가 과수원을 거닐다가 복숭아를 하나 따서 먹었는데, 어찌나 달고 맛있던지 먹다 남은 것을 왕에게 드렸다. 왕은 맛있는 것을 다 먹지 않고 자기에게 줬다고 흐뭇해했다. 그러나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 나이가 들자 미자하의 외모도 점점 빛을 잃게 되고 이에 따라 왕의 총애도 점점 옅어졌다. 어느 날 미자하가 사소한 죄를 짓게 되자 왕은 “저놈이 예전에 내 허락도 없이 수레를 타고, 제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내게 주었다”며 벌을 내렸다. 법
(조세금융신문=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최근 미국 10년 만기 국채수익률이 3%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0년물 채권이 이렇게 치솟은 것은 2014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미국의 채권금리 상승은 뉴욕증시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의 최대 변수가 되고 있다. 소위 ‘국채 발작’ 우려로 미국증시의 변동성이 커지고, 이는 연쇄적으로 신흥국 에서의 외국인 자금 이탈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도 외국인 자금 이탈로 주가가 급락하는 등 시장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이 미국의 채권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지표는 10년물 국채이다. 일반적으로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3%를 넘으면 뉴욕 주식시장의 자금이 채권 쪽으로 많이 움직일 것으로 분석되어 왔다. 3% 정도의 수익이 난다면 주식보다는 안전한 수익률이 가능한 채권시장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와 같은 미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회복 비관론을 투자자들이 극복하고 세계 경제가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 라고 분석했다. 일반 투자자들이 최근 경제상황을 ‘장기 불황’의 늪이 아닌 경
(조세금융신문=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중은 2016년 25.5%, 540만 가구로, 10년 전인 2006년(16.0%)에 비해 9.5%p나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빠른 증가세로 초혼연령의 상승과 이혼의 증가, 고령화의 진전에 따라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에 따라 1인 가구 비중은 오는 2025년 31.9%, 2035 년 34.6%로 전체 가구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이와 같은 1인 가구의 유형은 일반적으로 혼자 살고 싶어서 택한 ‘자발적 1인 가구’와 경제적,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혼자 사는 ‘비자발적 1인 가구’로 나눠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비자발적 1인 가구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취업난으로 인한 만혼, 이혼 가구의 급증, 고령화 및 사별로 인한 노년층 가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자발적 1인 가구는 일반적으로 소득수준이 높고 본인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삶의 질이 높은 반면, 비자발적 1인 가구는 빈곤 등으로 인해 열악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인 가구의 증가는 산업전반에 걸쳐 광
(조세금융신문=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지난 11월 30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종전 1.25%에서 1.50%로 0.25%p 인상하면서 작년 6월부터 17개월째 계속되어 온 초저금리 시대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금리인상이 현실화된 것이다. 이에 더해 미국 연준은 지난 12월 연방공개시장 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성명서를 통해 기준금리를 기존 1.00~1.25%에서 1.25~1.50%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이는 올해 세번째 기준금리 인상이다. 또 내년 금리인상 전망치를 담은 점도표는 세차례 금리인상을 시사했다. 오는 2019년과 2020년에도 각각 두차례의 금리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시장전망도 있다. 바야흐로 저금리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영향은 벌써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약 1400조원에 이르는 가계부채의 상환부담 문제와 더불어 취약기업들의 재무구조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은행 등 금융업권에서는 장기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수익구조가 좋아지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보유채권의 평가손실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업계에서도 올해부터는 저축성 보험 판매가 어려
(조세금융신문=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최근 국내외적으로 암호화폐(Crypto Currency)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머지않아 우리나라에 암호화폐 전문대학원까지 생긴다는 내용이 보도된 바 있다.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에 대한 실망으로 출현한 일종의 대안 화폐다.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한 비트코인이 효시인데, 한 사람보다는 많은 사람을 속이기 힘들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한것이다. 거래 블록이 체인처럼 줄줄이 이어지기 때문에 블록체인이라 불리며, 그 만큼 보안성이 높다는 것이다. 암호화폐는 중앙시스템이 필요하지 않아 중개비용이 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에서 자유롭고 은행을 거치지 않는 송금이나 무계좌 저축 등 가능한 장점이 많아 일각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제 패러다임을 바꿀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점점 커지는 암호화폐 시장, 부작용은? 2009년 비트코인이 들어온 이후, 현재 1100개가 넘는 암호화폐가 발행·유통 중이라고 한다. 인터넷의 등장이 구글이나 아마존, 그리고 이베이를 탄생시켰듯이, 암호화폐와 함께 등장한 블록체인(Block Chain)은 앞으로의 세상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경제전문 매체인 포
(조세금융신문=양현근 한국증권금융 부사장) 최근 보이스피싱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사기에도 각종 첨단수법이 동원되고 있는 것이다. PC나 스마트 폰에 악성코드를 감염시키는 파밍(Pharming), 문자메시지를 이용한 피싱인 스미싱(Smishing), QR코드를 이용한 피싱인 큐싱(Qshing)에 이르기까지 날로 기발해지고 있다. 감독당국에 따르면, 발신번호를 조작하고 가상화폐 계좌로 돈을 받아 이를 가로채는 수법까지 등장했다. 사기범은 택배를 사칭한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이를 확인할 경우 스마트폰에 악성코드를 감염시키는 방법이다. 악성코드에 감염되는 경우 피해자의 전화번호가 사기범에게 자동으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 때 캐피탈 등 금융회사의 전화번호가 뜨도록 변조하여 금융회사에 대한 국민의 무한 신뢰를 악용하는 것이다. 휴대폰에 금융회사 이름이 뜰 경우 이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오래 전에 기승을 부리던 고전적 수법의 협박형 보이스피싱도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돈을 인출해 김치냉장고에 보관하거나 물품보관함에 보관하라는 말도 안 되는 금융사기도 흔한 수법이다. 이런 황당한 수법에 나이 드신 어르신뿐만 아니라 젊은
신용이란 ‘미래에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다. 즉, 일정 시점에 갚을 것을 약속하고 돈을 빌려 쓰거나 상품, 서비스를 미리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다. 최근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금융기관의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이와 같은 신용에 문제가 생긴 사람이 금년 6월 말 현재 104만명으로 집계되었다. 100만명의 채무불이행자,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다. 더군다나 그동안 자영업자의 증가 등으로 이와 같은 채무불이행자는 앞으로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채무불이행자가 되면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일단 신규대출이나 카드발급과 같은 신용거래는 막힌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한편,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3년여 전인 2014년에 채무불이행자가 된 40여만명 중에서 신용이 회복된 사람은 약 19만 4000명으로 절반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단 기간이 지날수록 신용을 회복할 가능성은 크게 낮아져 연체 후 3년이 지난 경우 신용회복 비중은 약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무불이행자로 등록된 이후 3년이 지나면 사실상 회생이 어렵다는 얘기다. NICE에 따르면 최고 신용등급인 1등급을 받은 사람이 최근 100
‘인구절벽’은 미국의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The Demographic Cliff」(2014)에서 제시한 개념으로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감소로 생산과 소비가 감소하면서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현상을 말한다. 해리 덴트는 2015년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은 2018년경 인구절벽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으며, 2018년 이후 인구절벽에 떨어지는 마지막 선진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 인구절벽으로 일본보다 더 빠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는 2018년부터 일본과 같은 저성장시대로 접어들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출산율이 가장 높았던 때는 1948년이고 우리나라는 1971년이다. 22년 차이인데 그것이 2018년이라는 것이다. 韓, 출산율 최저수치…인구 오너스 시대 접어들어 최근 우리나라의 결혼과 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우며 ‘인구절벽’이 현실이 되는 느낌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5월 인구동향’에 의하면 5월 중 출생자 수가 3만 300명으로 전년대비 11.9% 감소하며 2000년 통계작성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1.26명(2015년)으로 세계 219위에 해당하
최근 고용절벽이 심화되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금년 6월 중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청년 실업률은 10.5%로 1999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6월 기준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취업 준비생과 취업을 원하는 청년 등을 포함한 청년층의 체감 실업률은 23.4%로 2015년 해당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래 6월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데 이는 청년 4명 중 1명은 사실상 ‘백수’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청년층 실업 문제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도 좋은 상황은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금년 4월 중한국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지난해 12월 8.7%에 비해 2.5%포인트 상승한 11.2%인데 이와 같은 상승률은 OECD 국가 중 1위로 나타났다. 인간은 본디 희망이 있는 한 아무리 어려운 환경이라 하더라도 참고 견디려고 한다. 미래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엄청난 벽이 있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나 이 시대의 젊은 청춘들은 그 벽을 이미 오래전부터 인식하고 있다. 좋은 학교를 나오고 토익 만점에 아무리 좋은 스펙을 쌓았다 한들 취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가계 순저축률은 8.1%를 기록했다. 가계 순저축률은 가계의 순저축액을 처분가능소 득으로 나눈 비율이다. 가계의 순저축률은 2013년 4.9%, 2014년 6.3%에 이어 2015년 8.1%로 뛰는 등 계속 상승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더해 최근 10년간 가계의 소비성향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OECD 회원국(2015년 기준) 중 우리보다 저축률이 높은 나라는 스위스(19.96%), 룩셈부르크 (17.48%), 스웨덴(16.78%), 독일(9.93%) 뿐이다. 또한 금년 1분기 우리나라의 가계와 기업, 정부부문을 합한 총저축률은 36.9%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3분기(37.2%)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축률 상승은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가 근본 원인 저축률이 상승한다는 것은 국민들이 먹을 것 안 먹고 쓸 것안 쓰고 허리띠를 질끈 졸라맨다는 의미다. 외환위기 당시 우리나라의 총저축률은 한 때 40.6%까지 올라간 적이 있다. 국민들이 위기 극복을 위하여 소비를 과도하게 줄였기 때문이 다. 물론 은행들의 정기예금 금리는 당시 최고 18%에 육박하여 은행이자가 쏠쏠했던 때이다. 여기서 우리가 유념해서
아버지 구두_김선근 어머니 구두 한 켤레 꺼내시네 닳고 닳아버린 간간이 오버 깃 세우고 툴툴 눈 털어내는 소리 헛것처럼 들리신다는데 지천 들꽃 흐드러지고 우렁우렁 기차 지축 흔들며 지나가던 날 하얀 저고리 무명치마 끝도 없는 철길 걸으며 민들레꽃 노랗게 내통하던 날 못내 꽃무늬 상자에 모셔놓았던 알토란 전답 막사발에 마셔버리고 아버지 떼어지지 않는 발걸음 오롯이 보듬었을 작두 날 같은 생 아등바등 버텼을 까치 새댁, 구두코 초 칠한 것처럼 반들거렸던 눈치꾸러기 구순(九旬) 어머니 땀으로 닦으시네 어그러진 발걸음 곧게 펴시네 내년 이맘때면 패 풀릴 거라고 누런 들녘 바라보며 기차 바퀴 동동 구르던 헛기침소리 들으셨는지 눈으로만 환한 길 걸어가시네 [詩 감상] 아버지, 이름만 들어도 먹먹해지는 단어이다. 평생을 짊어지던 무거운 지게와 새로 장만한 구두며, 좋아하던 막걸리 사발마저 내려놓고 헛기침만 남긴 채 먼 길 떠나가신 아버지, 풀빛 짙어지는 6월이면 못물 가득한 윗배미 무논자락에서 배꽃처럼 환하게 웃으실 것 같다
주유소_윤성택 단풍나무 그늘이 소인처럼 찍힌 주유소가 있다 기다림의 끝, 새끼손가락 걸 듯 주유기가 투입구에 걸린다 행간에 서서히 차 오르는 숫자들 어느 먼 곳까지 나를 약속해줄까 주유원이 건네준 볼펜과 계산서를 받으며 연애편지를 떠올리는 것은 서명이 아름다웠던 시절 끝내 부치지 못했던 편지 때문만은 아니다 함부로 불질렀던 청춘은 라이터 없이도 불안했거나 불온했으므로 돌이켜보면 사랑도 휘발성이었던 것, 그래서 오색의 만국기가 펄럭이는 이곳은 먼길을 떠나야하는 항공우편봉투 네 귀퉁이처럼 쓸쓸하다 초행길을 가다가 주유소가 나타나기를 기다려본 사람은 안다 여전히 그리운 것들은 모든 우회로에 있다 [詩 감상] 본질적으로 사랑은 시간과 함께 휘발(揮發)한다. 휘발유와 첫사랑의 공통점은 쉬이 휘발된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고 진한 흔적이 남는다. 라이터 없이도 폭발할 수 있었던 불온한 사랑도 한 시절이 지나고 나면 귀 닳은 편지봉투처럼 시 들해지게 마련이고, 뜨거운 열정이 휘발하고 나 면 남는 것은 추억이거나 혹은 불면의 기억일 것 이다. 지금 우리는 먼 길을 떠나는 중이다. 저 모퉁이를 지나노라면 우회로에 몇 개쯤의 휘발성 주유소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추억
발바닥으로 읽다_조경희 찌든 이불을 빤다 무거운 이불 한 채, 물에 불린다 모란 잎, 때 절은 이파리 고무통에 담그니 발바닥에 풋물이 든다 모란꽃이 쿨럭쿨럭 거품을 토해낸다 고무통 수북히 거품이 솟는다 맥을 짚듯 두 발로 더듬는다 삶에 찌든 내가 밟힌다 먼 기억 속 부드러운 섬모의 숲을 거슬러 오르자 작은 파문 일렁인다 나비 한 마리 날지 않는 행간 지난 날 부끄런 얼굴, 밟히며 밟히며 자백을 한다 좀체 읽히지 않던 젖은 문장들 발로 꾹꾹 짚어가며 또박또박 나를 읽는다 눈부신 햇살 아래 모란꽃 젖은 물기를 털어 낸다 어디선가 날아든 노랑나비 한 마리 팔랑팔랑 꽃을 읽고 날아간다 詩 감상 이불 한 채 발바닥으로 읽는다 고무통 안에서 징겅징겅 읽는다 마음안에 풋물이 들도록 읽고 또 읽는다 여기에서 발바닥은 닫힌 세상과의 교감을 위한 수단이자 자의식에 갇힌 화자와의 통로이기도 하다 멀고 먼 기억 속에 팔랑, 나비 한 마리 날았던가 날지 않았던가 나를 자백하던 나비 한 마리 어느 날 꽃이 되기를 꿈꾸던 마음 속의 노랑나비 한 마리
나무말뚝_마경덕 지루한 생이다. 뿌리를 버리고 다시 몸통만으로 일어서다니, 한 자리에 붙박인 평생의 울분을 누가 밧줄로 묶는가 죽어도 나무는 나무 갈매기 한 마리 말뚝에 비린 주둥이를 닦는다 생전에 새들의 의자노릇이나 하면서 살아온 내력이 전부였다 품어 기른 새들마저 허공의 것, 아무것도 묶어두지 못했다 떠나가는 뒤통수나 보면서 또 외발로 늙어갈 것이다. - 시집 「글로브 중독자」 중에서 詩 감상 한 그루 나무말뚝으로 늙어가는 생을 읽는다. 푸른 그늘 드리울 때는 새들의 놀이터가 되고 쉼터가 되었지만 날개달린 것들이란 훨훨 허공으로 날아가면 그뿐 더 이상 내줄 것도 없는 늘그막, 그래도 몸통만으로 일어서서 주어진 숙명이듯 밧줄에 몸을 맡긴다. 그게 인생이다.
플라톤의 「국가론」을 보면 ‘동굴의 비유’가 나온다. 플라톤은 ‘동굴의 비유’에서 사람들은 허상에 따라 움직인다고 설파한다. 우리 모두는 동굴 속의 죄수들처럼 자기만의 동굴에 갇혀 바깥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자기만의 잣대로 세상을 판단하려 한다는 것이다. 동굴 속의 죄수들은 태어날 때부터 온 몸이 쇠사슬에 묶여 있어 벽면에 비춰진 그림자만 보고 있다. 그들은 동굴벽면의 그림자를 진짜라고 믿으며 평생을 살아간다. 일종의 고정관념의 덫이자 과잉신념이 가져 온 자기왜곡이라 할 수 있다. 모바일, SNS의 발달로 인한 불신의 그늘 21세기를 사는 오늘날의 우리도 유감스럽게 이와 같은 자기왜곡의 덫에 걸려 있다. 수많은 정보와 가짜뉴스가 뒤섞이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것만 받아들이려 한다. 사회의 다양한 현상들을 자기방식대로 해석하고 그것만이 진짜라고 믿는다. SNS 발달과 모바일의 급속한 진전으로 정보의 생산과 유통은 빨라지는 대신 불신의 동굴이 무수히 생겨나고 있다. 자기자신과 이해집단의 프레임에 갇혀 동굴 바깥세상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에 대하여는 눈을 감고 마는 것이다. 최근 정치의 계절을 지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더욱 절감했겠지만 메신저 등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_이외수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바람부는 날에는 바람부는 쪽으로 흔들리나니 꽃 피는 날이 있다면 어찌 꽃 지는 날이 없으랴 온 세상을 뒤집는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밤에도 소망은 하늘로 가지를 뻗어 달빛을 건지더라 더러는 인생에도 겨울이 찾아와 일기장 갈피마다 눈이 내리고 참담한 사랑마저 소식이 두절되더라 가끔씩 그대 마음 흔들릴 때는 침묵으로 세월의 깊은 강을 건너가는 한 그루 나무를 보라 詩 감상 꽃은 피면 지는 법입니다 그리고 꽃이 아름다운 것은 절망의 끝자락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꽃 지면 아름다운 봄날도 가겠지요 바람 부는 날에는 바람 부는 쪽을 바라보세요 사는 일은 찰라입니다
소아시아의 고대 국가 프리기아(Phrygia)의 왕 고르디아스는 자신의 전차에 복잡한 매듭을 만들어 매달아 두었다. 그리고 이 매듭을 푸는 자가 소아시아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고, 그 뒤로 수많은 사람들이 나서서 매듭을 풀어보려 했지만 모두 실패하였다. 이때 페르시아를 정복한 알렉산더(Alexander) 대왕이 이 소문을 듣고 달려왔다. 알렉산더 대왕은 매듭에 대한 신탁을 전해 듣자 단칼에 매듭을 잘라버렸고, 예언대로 그는 훗날 동방을 정복하고 아시아의 지배자가 되었다. 이와 같이 고르디아스의 매듭(Gordian knot)은 콜럼부스의 달걀처럼 복잡한 문제를 발상의 전환이나 창의적인 방식으로 손쉽게 해결하는 의미로 쓰인다. 안팎으로 난마처럼 얽히고 설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미시적인 대책만으로는 한계 최근 우리나라가 처한 상황을 보면 미시적인 처방이나 단편적인 접근방식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주변국과의 갈등요인과 더불어 내부적으로는 내수부진과 고용불안, 청년실업 문제, 가계부채 및 한계 취약기업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IMF는 지난 4월 발간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5
우리를 눈멀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일로(silo)는 농장에서 곡식을 저장해두는 원통형의 저장고를 말한다. 유럽의 시골길을 가다 보면 원통형의 창고인 사일로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한편, 사일로 이펙트(silo effect)는 기업이나 조직에서 각 부서들이 사일로처럼 담을 쌓고 자기 부서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기 부서의 이익관리에만 치중하게 되는 경우 조직 내 협업이나 소통에는 소홀하게 되는데 이는 기업 전체적인 경쟁력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다양한 점과 점 사이 존재하는 수 많은 선(線)을 보지 못하고 자기만의 칸막이, 혼자만의 동굴에 갇혀버리는 것이다. 금융전문가이자 인류학자이기도 한 질리언 테트는 그의 저서 '사일로 이펙트'에서 일본의 소니가 몰락한 이유나 9.11테러, 글로벌 위기 등의 근본원인을 파악하고자 했다. 그는 소니의 몰락이나 글로벌 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다름 아닌 의사소통의 단절과 조직 내 이기주의에 있다고 단언한다. 오늘날의 금융산업은 현물과 선물, 파생상품시장 등이 모두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한쪽 면만 바라봐서는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그러나 지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이나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