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목록

[이슈체크] 尹정부 세수참사, 3월부터 예고된 인재…경제성장-세금 괴리율 ‘역대 최악’

3월 세수불황형 진도율 포착, 괜찮다던 최상목…2개월 만에 말 바꿔 ‘위기’ 운운
경제성장해도 세금 안 늘어난다…윤석열 정부 역대 최대 괴리 발생
텅 빈 세금 곳간, 기금 편법대출에 지자체 재정 방치
부자감세 뒷수습은 결국 서민 몫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지난해 대대적인 기업·부동산 감세 이후 2년 연속 정부 세수펑크가 발생할 전망이다. 세수펑크는 세금 수입이 연간목표에 미달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는 지침에 따라 세수 조기경보를 발령하긴 했으나, 대응은 없다. 세법개정을 통해 내년부터 5년간 18.6조 추가 감세를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감세로 파이를 키워 세금을 늘리겠다고 공언하지만, 현재까지 관측되는 상황은 경제가 성장해도 세금은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뿐이다. 정부 해법은 오로지 빚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편법대출이란 비판이 나온다. <편집자주>

 

정부에서는 올해 세금이 잘 걷히는지 안 걷히는지 판단하는 근거로 최근 5년간 평년치 평균 실적과 비교한다.

 

평년치란 세수 풍년과 흉년을 뺀 말 그대로 평년의 평균으로 평년치보다 더 잘 걷히면 호황, 덜 걷히면 불황이다.

 

올해 7월 누적 세수진도율은 말 그대로 세수참사다.

 

기획재정부가 8월 30일 발표한 ‘2024년 7월 국세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7월 총국세 수입은 208.8조원이었다.

 

연간 세금수입 목표 대비 달성률, 소위 진도율은 7월 누적 기준 56.8%에 그쳤다.

 

최근 5년간 평년치 7월 평균 진도율 64.3%보다 –7.5%p나 밀려났다. 7월 진도율이 이 정도로 엉망이라면, 보통 몇 개월 전 불황의 징조가 나온다.

 

그리고 기재부는 징조를 판단하는 기점을 5월 누적 진도율로 잡는다.

 

5월은 종합소득세 신고가 있는 신고 대목이다. 3월 법인세는 간혹 안 걷히기도 하지만, 5월 소득세는 매년 몇조씩 자연증가하는 효자 세금이다. 매년 물가가 오르고, 명목 경제성장률도 오르기에 소득세는 어지간하면 줄어들 일이 없다.

 

5월 소득세 진도율은 통상 연간 소득세수 목표의 44~45% 정도 되는데, 최악의 세수 결손이 있었던 지난해(-56.4조원)조차 5월 소득세 진도율은 44.2%를 달성했었다.

 

3월 법인세가 무너져도 5월 소득세가 뒷받침해주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올해는 그 소득세마저 무너졌다. 올해 1~5월까지 누적 소득세수는 51.5조원으로 연간 목표 세수의 40.9%(진도율)밖에 달성하지 못했다.

 

이미 3월 법인세수가 전년대비 –5.6조원으로 무너진 상황에서 소득세까지 덩달아 무너지자 소득세·법인세 등을 포함한 전체 세수 진도율 방어선이 속절없이 무너져 내려갔다.

 

5월 전체 세수 진도율은 평년치(47.0%) 대비 –5.9%p를 기록한 41.1%.

6월 전체 세수 진도율은 평년치(52.6%) 대비 –6.7%p까지 밀려난 45.9%.

7월 전체 세수 진도율은 평년치(64.3%) 대비 –7.5%p까지 무너진 56.8%.

 

매월 –0.8%p씩 밀려난 셈이다.

 

하지만 기재부는 태평했다.

 

“법인세는 생각보다 덜 걷히고 있지만 부가가치세와 소득세 흐름은 괜찮아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대규모 세수 결손은 없을 것(5월 29일 기재부 출입기자 간담회,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기재부도 변명할 건 있다.

 

최상목 부총리 발언이 있은 지 1개월 후 기재부는 세수 조기경보를 발령했다는 것이다.

 

기재부가 세수펑크 ‘조기경보’를 발령하려면, 5월 진도율이 평년치 대비 –5.0%p 방어선이 무너져야 한다.

 

하지만 5월 세수상황을 보고 ‘조기경보’를 하라는 건 규정집에서의 이야기다.

 

적어도 수십년치 세금 수입 데이터를 보는 기재부라면 내부적으로라도 3월에 비상을 감지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그들이라면 3월 보이는 징조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실책과 예고된 참사

 

“올해 세수가 정말 안 좋습니다. 이대로라면 또 수십조 펑크가 날 겁니다(지난 2월 모 정부 관계자의 말).”

 

다음 표는 2014~2024년까지 11년간 1~7월 월별 세수진도율이다.

 

<2014~2024년 1~7월 월별 세수진도율>

 

붉은색은 세수 불황이 있었던 해이고, 푸른색은 세수 평년이거나 세수 호황인 해다.

 

불황과 평년·호황간 뚜렷한 격차가 포착되는 첫 시점은 2월이다.

 

2월은 1년 세수의 4~5% 정도 걷히는 때인데, 세금으로 치면 춘궁기에 해당한다. 격차를 뚜렷이 보려면 3월 법인세 세수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다.

 

3월 진도율이 망했는지 안 망했는지는 27%와 24%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보면 된다.

 

연보라색 가운데 3월 세수 실적이 매우 좋았던 2018년을 제외하고, 나머지 2016, 2017, 2019, 2021, 2022년 5개년 평균치를 잡아보면 세수평년의 3월 진도율은 평균 27.3% 정도 나온다.

 

2024년을 제외하고 2014, 2015, 2020, 2023년 세수 불황기 3월 평균 진도율은 23.9%다.

 

2024년 3월 진도율 23.1%는 당연히도 불황, 그 이하였다.

 

2024년 3월 진도율은 상반기까지 좀 버티다가 하반기에서 무너진 2020년·2023년과 달리 상반기에 진도율 방어선이 무너진 2014년·2015년에 가까우며, 특히 3월과 7월이 동시에 고꾸라진 2014년형 세수펑크와 대단히 유사했다.

 

1년치 진도율 데이터만 가져다 놓아도 누구나 이상 징후를 감지할 수 있으니, 기재부 이를 모르기가 어렵다.

 

그렇지만 5월 말 최상목 부총리를 자신만만했는데, 7월 갑자기 부총리의 목소리 높이가 조금 바뀌었다.

 

“올해도 세수 사정이 썩 좋지 않아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세수 여건이나 재정 여건에 대해서는 저희도 굉장히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다.”

(2024년 7월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기획재정부 업무보고, 최상목 부총리)

 

그렇지만 정부 대책은 전혀 심각하지 않았다.

 

국채로 꿔오든, 기금 곳간 털든 올해 터진 세수펑크는 틀어막는 것 외 방법이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손실이 늘어나는, 최소한 대규모 감세만은 피했어야 했다.

 

세수 상황이 심각하다던 기재부는 지난 8월 2024년도 세법개정안을 통해 향후 5년간 –18.6조원 추가 감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상속세), 종부세 등 자산과세 및 배당소득 감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부자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자산과세에서다.

 

기존 보수정부들은 정권 내에서 한 번 큰 감세 이후에는 증세를 단행했다. 일종의 재정완충지대를 만들기 위해서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종부세·대기업 감세를 취했지만, 2009년 세법개정에서는 대기업 최저한세 상향, 임시투자세액공제 종료, 고소득층 신용카드 공제 축소, 1억 연봉자에 대한 근로소득 공제율 축소 및 소득세액공제 폐지, 해외편드 소득세 비과세 종료 등 증세를 단행했다.

 

박근혜 정부는 초기에는 *줄푸세를 내세웠지만, 이후 담뱃세 인상과 대기업 투자공제세액 축소, 기업 잉여자산에 대한 기업투자촉진세제(현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 등 증세안을 가동했다(*줄푸세 :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 질서를 ‘세’우자).

 

현 정부만이 이례적으로 2회 연속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는데, 이미 정부는 K-칩스법을 통해 국가전략기술 대기업 공제율을 2022년 6%에서 2023년 15%로 끌어올렸고,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얹었고, 해외 자회사 배당금 비과세까지 더했다. 미국 레이건 정부도 집권 초기 감세조치 후 증세 정책을 펴냈는데, 현 정부의 자신감은 기존 국내 보수정부와 레이건 정부를 뛰어넘었다.

 

그 대가는 작지 않다.

 

나라살림연구소가 7월 2일 발표한 ‘20~23년 상위 10대 기업 세금감면액 및 법인세 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이들 상위 10대 기업 2023년 세금감면액은 10.4조원으로 2020년 2.7조원에서 거의 4배 가까이 늘었다.

 

그 중에서도 특위 상위 3개 기업, 삼성전자 6조 7068억원, 현대차 1조 3929억원, 기아차 8119억원 등이 가져간 세금감면액은 무려 8.9조원에 달했다(연결기준).

 

이에 대한 정부의 논리는 이렇다.

 

감세해서 기업이 성장하면 그 때 세금 걷으면 될 거 아닌가.

 

아니다. 이대로라면 경제가 성장해도 세금이 안 걷힌다.

 

 

◇ 경제성장 역행하는 세금

 

경제성장으로 돈이 콸콸 흐르면 세금도 잘 걷힌다. 이는 상식이다.

 

하지만 세금이 나올 물구멍을 좁혀놓으면 아무리 사방에서 돈이 콸콸 흘러도 세금은 찔찔 흐르게 된다.

 

지금 정부는 ‘감세를 통해 더 벌게 해서 세금 더 내게 한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금 상황은 ‘벌어도 안 내는 양상’이 거듭되고 있다.

 

세금은 통상적으로 경상성장률에 비례해 늘어난다. 세금에서 파이가 커진다는 건 물가상승과 경제성장을 말한다. 이 두 가지를 합친 게 경상성장률이다.

 

정부가 과도한 감세만 하지 않는다면, 경상성장률과 국세 증감률은 정방향으로 증가하게 되어 있다.

 

<2009~2023년 연간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 원화기준) 대비 국세증감율>

 

위의 표를 보면 경상성장률이 플러스면, 국세수입도 플러스임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경상성장률이 저조하면, 국세수입도 쪼그라든다.

 

그런데 국세증감률이 경상성장률에 역행하면서 음의 격차. 괴리율이 발생한다.

 

괴리율이 –5.0%p가 넘는 건, 2009년·2023년 두 번인데, 공교롭게도 그 두 해는 각 정부가 대대적인 감세조치를 추진했던 시기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괴리율이 대단히 심각한데, 2009년에는 괴리율이 –6.1%p이었던 반면 2023년엔 –16.4%p로 역대 최대 괴리율을 기록했다.

 

이런 엄청난 괴리율에선 경제가 성장해도 세금은 걷히지 않는다.

 

◇ 앞뒤 안 맞는 희망 회로

 

이런 상황임에도 정부의 희망 회로는 뜨겁다.

 

정부는 올해 세수 방어선이 최대로 붕괴해도 –30.0조원선 방어를 할 거라고 기대한다.

 

이 말은 정부의 올해 세수진도율 최종 방어선은 예산 목표 대비 –8.2% 이내란 뜻이다. 예산목표 대비 진도율 -1.0%가 날아갈 때마다 세수가 –3조6730억원씩 날아간다.

 

정부가 믿는 구석이 있기는 하다.

 

올해 8~9월 법인세 중간예납의 경우 지난해보다는 더 걷힐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등 일부 대기업들은 지난해 중간예납을 아예 안 냈다. 이들 기업 중 일부는 올해 상반기 흑자를 냈는데, 얼마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

 

그렇더라도 우리나라가 세금을 가장 잘 벌었을 때가 2022년인데 그해 8~9월 동안 56.6조원을 벌었다. 2023년의 경우 49.0조원이었다.

 

2024년 법인세 중간예납을 2022년 수준으로 세금을 번다면 올해 진도율을 +15.4% 정도 위로 밀어낼 수 있다. 2023년 수준이라면 +13.3% 정도 밀어낸다.

 

9월 평년치 진도율은 79.0%인데, 2022년 8~9월 수준으로 세금을 벌면 진도율은 72.2%. 2023년 8~9월 수준이라면 70.1%에서 머무르게 된다.

 

최선의 시나리오인 2022년 중간예납 수준으로 벌고, 나머지 10~12월은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평년치 대비 진도율 기준 –6.8%p(–25.0조원), 지난해 수준이면 –8.9%p(–32.7조원) 선에서 방어가 가능하다.

 

정부가 예상하는 올해 최악의 세수펑크가 –32조원이니깐 –25조원과 –32조원 내에서 올해 세수펑크가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미 –20조. –30조를 말하는 것에서 이미 거액의 재정을 깎아 먹는다는 건 기정사실이다. 차에 치여서 복합골절을 당했는데, 그게 열 곳이든 열두 곳이든 이미 치명적 중상이다.

세수펑크 부담은 결국 국민 몫이다.

 

윗물이 마르면 저수지는 마르게 되고, 약한 사람들에 대한 예산부터 잘리게 된다. 정부 재정이 어려울 때 쉬이 선별 복지 강화·보편 복지 감소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 피부에 직접 와닿는 복지 상당수는 지자체들이 하는데, 올해 지자체들의 예상 통합재정수지 적자는 –18.6조원에 달한다(2024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 및 기금 개요, 출처: 행정안전부).

 

정부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교부세·교부금을 18조원 넘게 주지 않았고, 올해도 전체 세수펑크 손실분의 약 40% 정도를 지자체에 떠넘길 것으로 우려된다. 규모는 약 –10조에서 –12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피해는 가난한 지자체일수록 크다. 전국 243개 지자체 중 예산자립도가 한 자릿수인 곳은 44개(18.1%)에 달하며, 자체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댈 수 없는 곳이 104곳(42.8%)이다.

 

환율방어의 방파제도 무너지고 있다. 외국환평형기금(이하 외평기금)은 평소 공공자금관리기금(이하 공자기금)에 이자 받고 돈 맡기고 있다가(외평기금 공자기금 예수) 환율이 크게 출렁일 때 공자기금에 있던 돈을 꺼내 채권을 발행하는 방식으로 파도 높이를 낮춘다.

 

공자기금 내 외평기금 계좌+외평채가 총방어막의 두께인 셈인데, 그 두께는 2022년도 265.7조원이었다가 첫 대형 세수펑크가 터지던 2023년 251.0조원으로 줄어들었다.

 

2024년엔 205.1조원으로 쪼그라들다가 2025년엔 올해 대비 –64.8조원 줄어든 140.3조원 대까지 얇아질 예정이다(24. 9. 8. 기재부, 2025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 계획안 국회 제출 자료).

 

외평기금은 감세로 현금 동원력을 상실한 정부가 마구잡이로 빌려 쓰면서도 안 갚아도 된다며 나몰라라할 돈이 아니다. 외환위기를 겪은 한국은 더더욱 그러하다.

 

황당한 것은 기재부가 2025년 기금운용안을 국회 보고하면서 내년 환율 급변 상황 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는 점이다.

 

최근에는 외평기금만이 아니라 국유재산관리기금 및 전력산업기반기금 등도 깎아 먹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어디를 깎아 먹든 그 기능이 약화된다.

 

약화된 기능은 언젠가 벌충해야 하지만, 정권은 바뀌어도 국민은 바뀌지 않는다.

 

2년 연속 대규모 세수펑크, 역대 최고의 경상성장-국세성장 괴리율, 외평기금 등 국가 현금 곳간의 축소. 현 정부 2년 반동안 이 모든 것들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손실을, 어떤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는 모른다. 증세를 해도 법 개정 후 2년은 있어야 효과가 나온다. 효과가 나온다고 바로 앞선 손실을 채워지는 것도 아니다.

 

세금은 철저히 제로섬 게임이다. 감세로 빠져나간 돈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꼭 세율을 올려야 증세가 아니다. 부자증세를 하면 서민감세 효과가 나고, 부자감세를 하면 서민증세 효과가 난다.

 

감세란 단어를 그 어느 때보다도 중히 봐야 하는 이유이다.

 

 

[조세금융신문(tfmedia.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