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앞으로 주택 거래 시 손피거래로 양도소득세를 대납하는 경우 대납으로 발생하는 모든 양도세가 과세대상에 포함된다.
국세청은 손피거래 관련 기획재정부 예규(조세정책과-2048, ’24.11.07.)가 새로 나옴에 따라 7일 이후 발생한 거래에 대해선 대납 양도세 전액을 과세할 방침이라고 25일 밝혔다.
손피거래란 흔히 분양권, 입주권 매매에 사용되는 방법으로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의 양도세를 대납하는 거래를 말한다.
파는 사람 입장에선 확정적으로 분양권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고, 사는 사람 입장에선 매도가액을 떨어뜨려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행정심판기관인 조세심판원이 1990년 3월에 내린 심판결정(심결례)이 있었기 때문이다(국심1990서101, 1990.03.23.).
원칙적으로 사는 사람이 파는 사람을 대신해서 양도세를 대납하면, 그 대납해준 돈도 매매를 조건으로 낸 돈이기 때문이기에 여기에도 파는 사람에게 양도세가 붙는다. 그런데 이 대납 양도세에 또 사는 사람이 양도세를 대납해주면 파는 사람에 양도세가 또 붙고, 이런 식으로 양도세가 계속 불어나며 특정 금액으로 수렴하게 된다.
그런데 1990년 당시 조세심판원은 이 모든 대납 양도세를 과세대상으로 보지 않고, 최초 대납한 양도세만 과세대상으로 인정했다.
나머지 대납 양도세는 세금을 내지 않게 되니 그만큼 파는 사람은 절세효과를, 사는 사람은 저가매수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납세자들은 이 심결례를 근거로 손피거래 이득을 누렸지만, 이는 국가가 세법을 억지 해석해 세금으로 개인의 이익을 챙겨주는 꼴로 세법 원칙에 맞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초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손피거래가 횡횡하자 법원 판결도 아닌 30년도 더 전에 풀어준 행정심판 결정례 하나만 믿고 가는 것이 맞느냐, 이게 세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불안이 분양권 전매시장에 피어올랐다.
그러자 기재부는 지난해 12월 27일 과거 조세심판원 심판결정이 맞다는 예규를 풀어주면서 손피거래를 보장해줬다(기재부 조세정책과-2516, 23.12.27.).
이는 엉터리 해석일 가능성이 컸는데 실질과세 원칙에 전혀 맞지 않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증여세의 경우 증여세를 대납하면, 대납한 증여세들을 수렴지점까지 모두 더해 증여세를 부과한다. 대납한 증여세들만큼 증여한 것이 실질적으로 맞기 때문이다.
분양권 전매 양도세는 1회 대납분에 대해 과세해도 된다고 판단을 내리면, 다른 세금들도 1회 대납분만 과세해야 한다는 요구에 직면할 수 있다. 만일, 양도나 증여할 때 모두 세금을 대납하는 것으로 처리해버리면 현행 세율체계는 완전히 무너지게 된다.
그런데 기재부는 갑자기 지난 11월 7일 기존 예규를 완전히 뒤엎고, 분양권 전매 양도세도 증여세 등과 마찬가지로 모든 대납 양도세를 전액 과세대상으로 잡는다고 새로 예규를 풀었다(기재부 조세정책과-2048, 24.11.07.).
당국 측에서는 분양권 세금과 관련해 기재부가 면밀히 살피던 중 과거 사례를 고쳐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손피거래로 세금을 깎는 방식과 근거, 그 효과 모두 탈법적 영역에 있다는 비판이 한참 쏟아지고 나서 뒤늦게 예규를 수정한 건 명백히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꼴이다. 이미 분양권 전매로 빠져나갈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일단 기재부 새 예규가 풀린 11월 7일 이후 거래분에 대해선 손피거래 대납 양도세 전액이 과세하지만, 지난해 초 분양권 전매 제한 해제 이후 11월 7일 새 예규 이전 발생한 손피거래로 손실된 세금은 회수할 방법이 없다.
기재부의 이러한 예규 행각은 대단히 심각한 것일 수 있는데, 기재부는 과거 신라젠 매매 관련 예규를 잘못 풀었다가 감사원 감사를 받고 세제실장이 중징계 조치됐고, 해당 세제실장은 이후 자진 사퇴한 바 있다.
지난해는 56.4조원의 역사상 최악의 세수펑크가 발생한 해였다. 올해도 30조원 가량의 세수펑크가 발생할 예상이다.
국회와 당국은 지난해 기재부 예규심에서 어떤 생각으로 이러한 예규를 풀었는지, 그로 인해 지난해 분양권 전매 제한 해제부터 올해 11월 7일까지 일실한 세금은 얼마인지 담당자 등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을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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