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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체크] 농협 특별감사 후폭풍…선거·대출·예산 전방위 적발

강호동 회장 선거 금품 의혹 등 14건 경찰 수사 의뢰
특혜대출·분식회계까지…내부통제 실패 드러나

 

(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정부가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회원 조합 전반을 겨냥한 특별감사에서 농협중앙회장 선거 관련 금품 제공 의혹부터 특혜성 대출, 분식회계, 방만한 예산 집행까지 조직 전반의 구조적 문제를 확인했다.

 

여기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핵심 간부들을 둘러싼 비위 정황도 다수 포함되면서, 이번 특별감사는 개별 비위 차원을 넘어 농협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 전반을 겨냥한 전면 점검 성격을 띠고 있다.

 

9일 정부는 정부서울청사에서 농협 정부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위법 소지가 크다고 판단한 14건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96건(잠정)에 대해선 농협이 시정조치와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번 감사는 지난 1월 26일 국무조정실, 농림축산식품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정부합동 특별감사반이 꾸려지면서 본격화됐다. 앞서 농식품부가 선행 감사를 통해 일부 비위 의혹과 부적절한 기관 운영 사례를 확인한 데 이어, 추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사안과 익명 제보가 접수된 회원 조합까지 조사 범위가 확대됐다. 감사 대상은 농협중앙회 본체는 물론 자회사와 회원 조합으로 넓혀졌다.

 

정부는 이번 특별 감사에서 농협 핵심부의 비위와 전횡, 특혜성 대출 및 계약, 회원 조합의 회계 왜곡과 인사 부조리까지 다층적인 문제가 동시에 드러났다고 판단했다. 특히 조직 내부의 감시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못하면서 문제를 제때 걸러내지 못한 점을 이번 사태의 근본 배경으로 지목했다.

 

◇ 수사선 오른 중앙회 수뇌부…골프대회 협찬부터 황금열쇠까지

 

감사 결과의 핵심은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주요 간부들을 둘러싼 선거 관련 의혹이다. 정부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까지 농협재단 핵심 간부 A씨는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강 회장 선거에 도움을 준 조합장, 조합원, 임직원 등에게 제공할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 비용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규모는 4억9000만원에 달했다.

 

강 회장 본인에 대해선 지난해 2월 조합장으로부터 취임 1주년 기념 명목의 황금열쇠 10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특별 감사단은 반환 여부와 별개로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오간 금품 의혹이 취임 이후의 기념 명목 선물 수수 문제와 맞물리며 파장이 커지는 모습이다.

 

핵심 간부들의 사적 유용 정황도 적발됐다. A씨는 재단 사업비를 유용해 선거 답례품과 골프대회 협찬 비용을 마련한 데 이어, 별도로 사업비를 빼돌려 안마기 등 사택 가구류와 자녀 결혼식 비용에 사용한 혐의도 받는다. 일부 직원들이 이 과정에서 자금을 따로 빼돌려 사치품을 구매한 사실도 확인됐다.

 

중앙회 또 다른 핵심 간부인 B씨는 강 회장 선거 비위를 다룬 기사 보도를 무마하기 위해 해당 언론사에 광고 및 홍보비를 대폭 증액 집행한 의혹도 받고 있다.

 

회장 취임 이후 강 회장의 중앙회 운영 방식 전반도 감사 대상에 포함됐다. 정부는 강 회장이 이사회의 조직개편 의결을 이행하지 않거나, 포상금을 자의적으로 집행하고, 재단 자금 운용 과정에서 불투명한 결정을 내리는 등 독단적 운영 사례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최근 5년간 직상금 75억원이 객관적 성과평가 없이 특정 회원조합과 부서에 집중 지급된 점도 도마에 올랐다. 이 가운데 강 회장에게만 39억8000만원이 집행된 것으로 조사됐다.

 

퇴임 공로금과 사택 제공 문제도 특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정부는 중앙회장과 상임임원의 퇴임 공로금이 다른 협동조합 대비 최소 3배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봤다. 또한 강 회장의 업무용 사택 역시 규정상 면적과 전세 보증금 상한을 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사례는 단순한 복리후생을 넘어, 회장단과 임원진에게 유리하게 제도가 설계 및 운영돼 온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로 이어지고 있다.

 

◇ 곪은 조직 민낯…특혜대출·분식회계 적발

 

이번 특별 감사 결과는 특정 인물 비위에만 그치지 않았다.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회원 조합 곳곳에서 계약·회계·인사 전반의 허점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났다.

 

감사 과정에서 특혜성 대출과 투자 의혹도 포착됐다. 농협중앙회는 2022년 신설 법인에 대해 145억원 규모 신용대출을 부적절하게 취급했고, 해당 대출은 지난해 2월부터 연체가 발생했다. 또 퇴직 임원이 재취업한 업체나 농협 출신 인사가 재직 중인 회사들에 거액의 대출과 투자, 기업어음 매입 등이 이뤄졌지만 일부는 회수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태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부실 심사와 업무상 배임 가능성까지 들여다보고 있다.

 

계약 부문에서도 규정 우회와 특혜 의혹이 잇따랐다. 사내 전용 온라인몰을 활용해 사실상 수의계약 금지 규정을 피해가거나, 허위 견적 비교와 검사조서 미작성 등 절차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 자본금이 크지 않은 신생 법인에 수십억원대 계약이 몰린 정황도 적발됐다. 농협 퇴직자단체가 출자한 법인이 장기간 농협 건물을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방치돼 수십억원대 손해를 초래한 사례도 포함됐다.

 

예산 집행의 방만함도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조합장과 임원들에게 각종 수당, 기념품, 선물, 상조비가 지급됐고 중앙회와 자회사 임원들은 퇴직 시 황금열쇠, 전별금, 공로금, 여행상품권 등을 받아온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임 이사에게는 연간 수천만원대 활동수당과 각종 기기가 지급됐고, 조합장에게는 회의 참석 시 고가 기념품이 제공됐다. 일부 자회사와 회원 조합의 해외 연수는 업무 연관성이 낮고 외유성 일정이 포함된 사례까지 확인됐다.

 

회원 조합의 회계 왜곡과 인사 비리도 심각했다. 일부 조합은 연체 대출 금리를 임의로 조정하고 대손충당금을 과소 설정해 부실을 숨겼고, 손실을 이익으로 바꿔 공시한 뒤 배당까지 실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용 과정에선 조합 간부가 면접관에게 특정 지원자 정보를 사전에 제공해 사실상 채용 결과에 개입한 사례도 드러났다. 조합장이 자신의 비위를 다루는 징계 절차에 직접 참여하는 등 권한 남용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정부는 이런 문제가 반복된 배경으로 내부통제 체계의 구조적 한계를 꼽았다. 준법감시인 자격요건이 농협 내부 경력 중심으로 설계돼 있고, 감사위원회 역시 전·현직 조합장 출신 비중이 높아 독립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계열사 비상임이사 구성도 외부 전문가보다 내부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짜여 있어, 실질적인 감시 기능보다는 상호 견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농협 핵심 간부들의 위법과 전횡, 특혜성 대출 및 계약, 방만한 예산 집행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작동하지 않는 내부 통제장치 및 금품에 취약한 선거 제도와 무관하지 않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감사 이후 사태의 향방은 수사의 속도와 제도 개편의 실효성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는 경찰 수사 의뢰와 별도로 농협개혁추진단 논의를 토대로 근본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다. 선거제도 손질, 감사 및 준법감시 체계의 독립성 강화, 회장 권한 분산, 계열사 지배구조 개편 등이 핵심 의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번 감사가 농협 내부 비리 적발에 그칠지, 아니면 중앙회 중심의 운영 구조와 선거 시스템, 예산 통제 방식까지 바꾸는 제도 개혁으로 이어질지는 앞으로의 후속 조치에 달려 있다. 적발된 사안의 무게만 놓고 보면, 이번 특별 감사는 농협에 대한 단발성 경고가 아니라 조직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구조조정 요구에 가깝다.

 

농협중앙회는 “정부 합동 특별감사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지적된 사항에 대해 제도 개선과 관리 체계 보완을 추진하겠다”며 “조직 전반의 투명성과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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