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품질효과 입증된 표준감사시간…올해, 어떻게 달라지나

2022.01.06 13:54:17

가산율 및 상하한선 등 경직된 표준시간 산정법 폐지
기업 특성 고려하되 표준감사시간 이전으로 삭감 불가
감사시간 책정 상세 내역, 기업에 제공
11일까지 의견 수렴, 오는 20일 최종안 발표 예정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기업 회계장부에 대해 일정 시간 회계감사를 하도록 하는 표준감사시간이 도입된 후 감사품질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실증연구결과가 지난 5일 발표됐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는 이날 표준감사시간 개정안 공청회에서 “표준감사시간 제도도입으로 인해 전반적으로 감사품질이 개선됐다”며 표준감사시간이 경영자의 재량적 발생액(Discretionary Accruals)을 줄이는 결과(음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회계장부는 있는 그대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매출채권 등 일부 평가익의 경우 이익이 난다고 보는 시점에 따라 실질과 멀어지거나 가까워질 수 있다. 회계감사는 이러한 오류를 방지하는 기능이 있다.

 

김범준 교수는 계층 회귀분석(level regression)을 통해 감사시간이 늘어날 때 감사품질에 부적영향을 주는 재량적 발생액(DA값, Discretionary Accruals)을 얼마나 감소하는지 관계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표준감사시간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재량적 발생액 값이 줄었고, 이는 대형회계법인에서 담당한 감사 건만이 아니라 표준감사시간을 적용받는 모든 기업에서 동일하게 관측됐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단순히 감사시간이 늘어난 효과가 아니라 현재의 표준감사시간제도 모형내에서 DA값과의 음의 관계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2019~2020년의 경우 감사품질을 올리기 위해 표준감사시간제도와 함께 도입된 주기적 지정감사제, 내부회계관리제도 등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점을 배제할 수는 없으나, 그럼에도 계층 회귀분석에 이어 연구 표본을 좀 더 세분화하는 등 정밀한 회귀분석에서도 표준감사시간제도의 긍정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김범준 교수는 그러면서도 표준감사시간제도가 도입 3년밖에 되지 않은 제도란 점을 감안해 추가로 3년 정도를 더 살펴봐야 보다 정확한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고 전했다.

 

김철회 한국공인회계사회 연구2본부장 역시 이날 공청회에서 “(김 교수의) 연구모형이 타당한지 검토를 한 결과 설명력이 합리적인 수준에서 나타났다”며 “표준감사시간 적용 기간이 짧고 연구에 필요한 충분한 자료 확보를 위해 업종별 특수성을 감안해 현재 업종세분화 내용을 유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김철회 연구2본부장은 “표준감사시간제도의 타당성 부분에서는 입증이 됐지만, 그간 제도의 경직성으로 인해 기업들이나 외부감사를 시행하는 일부 회계법인들에도 어려움이 있었기에 이번 개정작업을 기회로 현실에 맞춰 조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라며 “조정한다고 해서 표준감사시간제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 찬반 팽팽한 표준감사시간

 

표준감사제도는 2019년 시행된 제도다.

 

2014년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인해 회계감사에 투입되는 시간과 자원이 기업규모에 비해 터무니 없을 정도로 작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2018년 표준감사시간제도가 만들어졌다.

 

제도의 취지는 기업 회계감사에 충분한 시간을 산정해 보다 정밀히 검증하도록 하는 제도로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에 따르면 2019년~2020년 사이 감사시간은 누적 연평균 16%가 증가했다.

 

감사비용은 기업이 지불하는 데 감사시간의 증가는 그 자체로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 따라서 표준감사시간제도는 감사시간의 늘어나는 것이 회계감사 품질을 올린다는 근거가 있을 때 의의가 있다.

 

기업계에서는 표준감사시간제도에 대해 실효성이 없다며 표준감사시간의 대폭 삭감을 요구해왔다.

 

5일 공청회 토론자로 나선 조명관 누리플렉스(코스닥 상장사) 전무는 표준감사시간이 감사품질은 개선되지 않은 채 기업의 감사비용만 높아졌다며 처음할 때보다 감사 2년차 후부터는 회사 사정을 감사인이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되니 그 학습효과만큼 감사시간을 줄여달라고 요청했다.

 

홍기수 삼일회계법인 품질관리실장(공인회계사)도 이날 공청회에서 표준감사시간 개정안이 공고 후 기업들이 감사시간을 대폭 줄여달라는 요청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만 홍 품관실장은 표준감사시간이 줄어들면 회계품질의 질이 낮아질 것을 우려했다.

 

 

◇ 표준감사시간, 올해부터 상세 내역 제출

 

회계사회는 법에 의해 3년마다 표준감사시간제도가 타당한지 따져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

 

효과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 선까지 표준감사시간을 운영할 건지(돈을 들일 건지)를 따져야 한다.

 

이 제도는 적정 감사시간 확보가 감사품질을 올린다는 논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제도이기에 제도 효과성이 명백히 입증돼야 한다.

 

김범준 가톨릭대 교수 연구로 표준감사시간제도 자체의 효과는 입증됐지만, 회계사회는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기업의 의견을 대폭 반영해 개정안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표준감사시간 산정시 회사 개별 특성 고려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 가산율 40% 삭제 ▲상·하한 삭제 ▲가감요인 통합 및 간소화 ▲올해 단계적 적용률 동결 ▲유한회사 표준감사시간 적용 ▲법률, 회계·감사기준 변경시 표준감사시간 산정근거 마련 등이다.

 

외부감사를 수행하는 회계법인은 표준감사시간(비용 청구)을 책정할 때 비용(감사시간)을 그렇게 정했고, 들어간 비용만큼 일을 하는지 상세히 설명하는 내역서를 기업에 제출해야 한다.

 

비용(감사시간)을 정할 때는 과거에는 ‘꼭 감사시간을 10%씩 늘려라’라는 식의 경직된 규정을 삭제하고 기업 상황에 맞춰 정하도록 하고, 이에 따라 감사시간 가산에 대한 상하한 비율을 없앴다.

 

가산율 조항은 기업도 부담이지만, 회계감사를 진행하는 회계법인에도 부담을 주는 조항이었다.

 

예를 들어 전년대비 10%를 의무적으로 가산하게 되면 과거 감사시간이 100시간이었던 기업은 10시간만 가산되지만, 3만 시간이 투입되는 회사는 무려 3000시간이나 가산되어야 했다.

 

다만, 기업이 이를 빌미로 너무 많은 비용삭감(감사시간 삭감)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최소한 처음 표준감사시간을 적용받았을 때 시점 이전으로 돌아가지는 못하도록 안전장치를 달았다.

 

기업을 10개 그룹으로 나눠 가감요인과 가감률을 각각 다르게 적용하던 것을 상장사와 코넥스 및 비상장사의 두 개 그룹으로 통합해 제도를 단순화했고, 올해부터는 표준감사시간 적용을 유한회사로 확대했다.

 

코로나 19로 올해 단계적 적용률을 동결했지만, 내년에 한번 더 검토해 상향여부를 결정한다.

 

 

◇ 회계개혁 후퇴가 아니라 정상궤도

 

김철회 연구2본부장은 이번 개정이 회계개혁 후퇴가 아니라 이해 관계자간 협의를 통해 정상 궤도를 찾아가는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김철회 본부장은 “이번 개정은 표준감사시간 책정에 대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기업에 제시해 제도 수용성을 높이고, 회계법인들 역시 감사품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표준감사시간을 책정할 수 있도록 여지를 확대한 것”이라고 개정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 실증 연구결과를 토대로 발견한 몇 가지 개선점에도 불구, 다른 안을 적용했을 경우 실제 기업간 적용받는 표준감사시간의 편차가 과도하게 벌어지는 문제점이 있어 현행 모델을 최대한 유지하되 부분적인 개선작업을 통해 회계감사시 기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기 위해 경직된 가산율과 상하한선을 폐지하고, 대신 재량을 부여해 적정선을 찾아갈 수 있도록 조정의 길을 열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회계사회가 운영하던 회계투명성지원센터를 중소회계법인협의회로 넘겨 단순히 회계감사업무에만 국한됐던 중소회계법인 지원업무를 보다 확대해 실질적인 도움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김영식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회계 개혁은 한 집단의 이익 추구를 위한 것이 아니다”며 “감사 품질 향상과 회계 투명성 제고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표준 감사시간 제도 정착에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인회계사회는 오는 11일까지 개정안 관련 의견을 수렴하고, 수렴된 의견의 타당성을 고려해 20일 최종 개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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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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