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운열 제47대 공인회계사회장..."회계투명성은 국가적 과제"

2024.07.08 08:55:40

“외감비용은 비용 아닌 투자…규제개혁 위해서라도 회계투명성 필요”

 

(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회계사들의 대선.’ 지난 6월 19일 열린 제70회 한국공인회계사회 정기총회에서 최운열 신임 회장이 당선됐다. 선거 전부터 역대급 관심이 쏠렸으며, 총유권자 2만 2304명 중 1만 4065명(63%)이 투표에 참여했다.

최운열, 이정희, 나철호 등 3파전으로 전개된 선거는 투표 당일에는 2강 체제로 수렴될 것이란 관측과 달리 1강 2중으로 결론이 났다. 최운열 신임 회장은 6478표(46.1%)로 이정희 후보(3599표, 25.6%), 나철호 후보(3988표, 28.4%)를 압도적인 표 차로 따돌렸지만, 과반 획득을 하지 못했으므로 성과가 꼭 필요한 상황이다.

이에 최운열 회장이 밝힌 기치는 과거 최중경 전전임 회장과 함께 내세웠던 ‘회계가 바로 서야 경제가 바로 선다’는 것이었다. 여론 형성을 통해 개혁의 기류를 형성하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이론적 뒷받침을 통해 확고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편집자주>

 


“외부감사 비용은 기업 가치를 증가시키는 투자이며, 과감한 규제개혁은 회계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을 기업·언론·정치인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일관적으로 주장하여야 어려운 고비를 넘길 수 있습니다.”

 

최운열 제47대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향후 회계사회의 비전과 추진 방향을 밝혔다.

현재 회계사회는 그 어떤 때보다도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전 김영식 행정부는 현 정부에 의한 신외감법 축소 돌풍에 밀려 후퇴를 거듭했었어야만 했다. 표준감사시간제는 사실상 무산됐고, 내부회계관리제도는 유예를 거듭하고 있으며, 주기적 지정제마저 지배구조 개선 하에 면제를 해주겠다는 방안까지 제기됐다.

 

최운열 회장은 당선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회계투명성을 국제금융시장에선 더 우선시한다”라며 “그 문제는 정부와 갈등을 갖는 한이 있더라도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이라고 목소리를 올렸다.

 

◇ 회계투명성·상속세 감세와 함께 가야

 

현재 국제금융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는 것은 크게 네 가지다.

 

▲남북 분단과 지정학적 위치 ▲정치의 불확실성 ▲기업 지배구조의 후진성 ▲회계불투명성

이중 지정학적 위치나 정치문제는 장기적인 관리 대상이고, 당장 바뀌기 어렵지만, 기업 지배구조나 회계불투명성은 내부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과제다.

 

최운열 회장은 자신이 지난 정부에서 신 외감법 제정 심의 작업을 할 때도 주기적 지정제 도입 시 기업 비용이 증가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외부감사 비용이 오르지만, 국제 금융시장 신인도 상승으로 인한 가치 상승은 그 갑절이 된다고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삼성전자의 외부감사 비용이 40억원이라면, 주기적 지정제 도입 시 400억원으로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외부 회계보고가 믿을만하다고 한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신인도는 오르게 되고, 그로 인한 가치 상승은 1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것이 최운열 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하나의 관건이 있다.

 

기업 가치가 상승하면 주주, 채권자, 정부당국까지 손해 볼 사람이 없다. 단 하나, 대주주만은 기업 가치 상승으로 상속세 부담이 커지게 된다.

 

최운열 회장은 바로 이 지점이 자신과 정부가 통할 수 있는 요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친기업은 궁극적으로는 기업 가치 상승을 돕는 것이며, 회계사회와 정부가 징벌적 상속증여세에 대한 해결법을 함께 모색한다면, 회계사회와 정부, 나아가 기업 역시 각을 세울 쟁점이 사라지고 대신 서로 협조할 지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운열 회장은 현재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려면 창업과 투자 활성화가 시급하고, 이를 위해선 규제완화가 필수적이지만, 회계가 불투명하여 사회적 단체들과 금융당국의 반대에 직면하게 된다며 창업·투자 관련 규제 완화를 위해서라도 회계투명성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최운열 회장은 “한국의 회계투명성이 세계 10위 경제권에 걸맞은 수준으로 갈 때까지 지속적인 관리가 있어야 한다”라며 “회계투명성이란 건 국가적 과제이며, 외감 비용은 단순 비용이 아니라 기업가치를 올리는 투자라는 생각이 확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합리적 회계기본법, 과도한 감리 해소

 

회계업계는 최근 감독당국의 과도한 감리를 호소하고 있다.

 

단순히 외부감사에서의 잘잘못만이 아니라 경영상에서의 문제점까지 찾아내 강한 관리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명분은 외부감사인이 공정하려면, 회계법인 내부 역시 깨끗해져야 한다는 것이지만, 감독당국이 경영에까지 감독의 칼을 들이미는 것에 대해 회계업계는 복잡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운열 회장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회계기본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단기간에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회계사회 내부에 TF를 가동하고, 회계학회와의 연구를 통해 진행하겠지만, 제정법인 이상 2~3년 정도 시간이 필요한 건 불가피하다며, 정책부서와 감독당국 간 지속적인 소통과 함께 가야 할 문제란 점이다.

 

이밖에 타 직역에 의한 회계산업 잠식 등 회계산업을 제도적으로 재정립하는 방안 등도 회계기본법에 담길 전망이다.

 

◇ 첫 임기 동안 큰 전투에서는 수비

 

최운열 회장이 월등한 역량으로 회계사회 회원들 상당수의 지지를 받았지만, 지금은 과거 신 외감법 제정 때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최운열 회장이 국회의원이었던 2017년에는 회계개혁에 대단히 유리한 상황이 전개돼 있었다.

▲초대형 분식회계로 인한 기업들의 반발 약화 ▲분식회계 방지 제도 신설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문재인 후보 ▲다수석을 가진 여당 ▲국정농단 사건으로 타협점이 필요했던 야당 ▲대형 분식회계로 인한 금융당국의 위기감 등이 그 요인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요인들이 정반대로 뒤바뀌었다.

▲주기적 지정제에 따른 기업들의 반발 강화 ▲기업 부담 완화만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 ▲소수 의석을 가졌지만, 강경 노선을 굽히지 않는 여당 ▲다수 의석을 가졌지만, 대통령 거부권에 의해 무력화된 야당 ▲개혁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금융당국 등이 그러하다.

 

따라서 최운열 회장의 첫 2년 임기는 돌파보다는 수비를 굳건히 다져야 할 것으로 예단된다.

현행 주기적 지정제 등 신 외감법이 더 후퇴하지 않도록 하고, 표준감사시간 법제화 추진 그리고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추가 유예 방지 등 향후 큰 전투를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하지만 이러한 밑 작업이 2년 후 연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기에 작은 전투에서는 소기의 성과라도 거둘 필요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 떨어지긴 했지만, 다른 회장 후보들이 신입 회계사 수 조정, 금융당국의 과도한 감리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모든 영역에서 승리를 거두지는 못하지만, 최소한 특정 전장에선 승리했다는 전과가 있어야 2년 후 연임 선거에서 승리의 기반을 다질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된다.

 

최운열 회장 역시 이러한 사안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모든 전투의 기본이 되는 여론 전선을 재정비하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여론에서 거대한 흐름이 형성되면 정부, 정치권, 기업인들이라고 하더라도 마냥 반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최운열 회장은 조속히 주기적 기자간담회를 정례화하고, 본격적인 여론 전선을 형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최운열 신임 회장은 50년생으로 광주제일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조지아대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제20대 국회의원으로 전·후반기 정무위원회 위원을 지내면서 신외감법 제정을 주도했다.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 내부회계관리제도 등을 담은 신외감법은 한국 회계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이사회 여성 이사 할당제를 담은 자본시장법 대표발의. 비재무업무 배우자 회사 감사 관련한 직무제한 규정 개정 등을 추진한 바 있다.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부총장을 지냈으며, 한국증권연구원 원장, 한국증권학회 회장, 한국금융학회 회장, 코스닥위원회 위원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위원,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사외이사 등 자본시장 영역에서 활발한 대외활동에도 나선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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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주 기자 ksj@tf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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