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진민경 기자) 금융당국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관련 가계대출이 다시 폭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고강도 대출관리에 돌입했다. 대표적인 서민 주거사다리 정책으로 꼽히는 디딤돌 대출 문턱을 높인다.
또한 금융당국은 매주 은행권과 회의를 갖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관리하는 한편 기준 금리 인하에 따라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당국은 매주 은행권과 회의를 갖고 가계부채 증가세를 들여다보고 있다.
올해 8월 국내 가계부채는 수도권 중심 집값 상승과 2단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한 차례 연기로 ‘막차 수요’가 몰리면서 9조2000억원 폭증했다. 그러다 DSR 정책 강화와 은행들의 자율적인 금리 인상 조치 등으로 9월 증가폭은 5조7000억원으로 꺾였다.
이런 상황에 지난 11일 한은 금통위가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하했다.
이에 금리 인하 기대가 가계부채 증가세를 다시 견인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간부회의 중 “금리 기조 전환이 금융시장과 금융업권, 가계 및 기업 등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분석해야 하며 레버리지 증가, 부동산 과열, 금융사 건전성 등 리스크 요인에 대해선 선제적인 대응 안을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당부했다.
◇ 정책 상품 대출 가계부채 견인 요인?
이처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서민 주거사다리 정책 중 하나인 디딤돌이 가계부채를 끌어올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해당 대출은 차주가 일정 소득 요건만 맞추면 자금을 내주도록 설계돼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자체 상품은 대출금리를 인상하거나 대상을 축소하는 등 방법으로 (대출) 공급 규모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정책 상품 대출은 예외다. 대출 조건 마음대로 조정하지 못한다”며 “(정책상품 주관 부처인) 국토교통부 권한”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공급이 늘어난 정책 대출 규모가 이미 많기 때문에 가계대출 증가세에 이런 부분들이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며 “정책 상품 대출 규제가 좀 더 강력하게 시행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 정책대출 수요 억제나선 금융당국과 은행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디딤돌 대출을 조이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별 대출한도가 예상 대비 수천만원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지난 14일부터 KB국민은행이 딤돌 대출 금액 산정 시 소액임차 보증금 공제를 필수 적용하고, 후취 담보로 진행되는 신규 아파트 디딤돌 대출을 더 이상 취급하지 않는다.
디딤돌 대출은 가구당 최대 2억5000만원(신혼가구 및 2자녀 이상 가구는 4억원) 이내 담보대출비율(LTV) 7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그간 보증기관에서 모기지 신용보증을 받을 경우 소액 임차 보증금(서울의 경우 5500만원) 공제를 적용하지 않았는데 이제부터 보증 관계없이 적용하고, 결과적으로 소액 임차 보증금이 차감된 만큼 최종 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후취 담보란 준공 전 담보를 잡기 어려울 때 은행이 대출을 먼저 내주고 주택 완공 후 소유권이 설정되면 담보로 바꿔주는 것을 말한다. 즉 후취담보를 취급하지 않음으로써 신축 아파트 등 완공 전 주택 입주 예정자들의 자금 마련 계획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에 이어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도 오는 21일부터 후취 담보 취급 한시적 중단 등 디딤돌 대출을 축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한 번에 디딤돌 대출 규제를 시행하게 된 배경에는 국토교통부의 요청이 있었다. 시중은행 취급 버팀목‧디딤돌 관련 취급 제한을 요구했다.
9월 들어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됐으나 여전히 정책대출 중심으로 대출 수요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은행권이 자체 취급한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포함) 증가폭은 4조원으로 전월 대비 2조4000억원 감소했으나 디딤돌‧버팀목 대출의 경우 전월 대비 3조8000억원 증가하며 8월(3조9000억원)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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